'장밋빛 인생' 연기 새로운 평가…"대문안으로 쑥 들어와 있는 느낌, 좋은 경험하는 중"

손현주 "반성문 나쁜놈으로 안보이게 연기"
'장밋빛 인생' 연기 새로운 평가…"대문안으로 쑥 들어와 있는 느낌, 좋은 경험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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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가치가 새삼 돋보이고 있다. 늘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왔던 손현주(40)가 KBS 2TV '장밋빛 인생'의 높은 시청률에 힘입어 연기에 대한 평가를 새롭게 받고 있다.

연기는 잘 하지만 전면에서 극을 끌고가기보다 옆에서 받쳐주는 역을 주로 맡아왔던 그가 이번엔 시청자들을 화나게 하고, 울리고, 가슴 아프게 한다.

KBS 수원 드라마센터에서 만난 반성문역의 손현주는 빽빽한 촬영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맹순이역의 최진실과 함께 두 사람은 쉬는 시간이 없을 정도. 그 만큼 이야기의 중심이 두 사람에게 모아지기 때문이다.

그는 "정말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 식당에서 만나는 아주머니들이 '이제 정신차려'라고 말한다. 그 때마다 '예, 이제 정신차려서 순이 옆으로 가요'라고 말하며 웃는다"며 말문을 열었다.

'장밋빛 인생'의 인기에 대해 "그러게. 왜 이리 인기가 있을까"라고 넉살좋게 되묻는 그는 "아마 아직까지 여자들이 눌려 있기 때문에 순이를 보면서 동일시를 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남편과 자식을 위해 하고 싶은 것도 뒤로 하고 묵묵히 가정을 지키며 살았던 자신의 인생을 투영시킨다는 것. 시청자들은 반성문이 바람 피면 순이처럼 화나고, 이제 겨우 살만한데 혼자서 수술대에 올라야 하는 순이를 보면서 내 일처럼 슬퍼한다.

"아내가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잘 안 우는 편인데, 이 드라마를 보면서는 매회 운다. 왜 우냐고 물었더니 '슬프잖아'라고 답하더라."

처음 김종창 PD로부터 출연 제의를 받고 생맥주집으로 가서 드라마 얼개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끝까지 나쁜 놈이면 모르겠지만, 나중에는 죽어가는 아내를 위해 헌신한다는 설명에 그자리에서 '하겠다'고 했다."

아마 그는 배역에 대한 설명이 없었어도 김 PD가 하자고 했으면 했을 것이다. 문영남 작가와는 6~7편의 작품을, 김 PD와는 이미 두 번 작업해 본 적이 있어 "어떤 작품이든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자칫 통속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결코 거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반성문을 연기하면서 가장 곤혹스러웠던 장면이 자기 자식은 모른체 하면서 오미자 아들은 뽀뽀하고, 김밥을 먹여주는 등 예뻐죽겠다는 표정을 지을 때였다.

"나도 자식을 키우는 아비다. 아내랑 정떨어진 것은 이해하겠는데, 자기 새끼한테 그러는 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정말 힘들게 촬영했다." 그는 초등학교 1년생 딸과 이제 두살배기 아들을 두고 있다.

그가 아내에게 돌아오기 전인 14부까지 가장 애썼던 부분은 "반성문이 나쁜 놈으로 보이게 연기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반성문을 철없고, 얄밉고, 정신 못차리는 남자로 그리려고 했다. 천성이 나쁜 놈으로 보이면 (아내가 암인 걸 알았을 때) 되돌아오질 못한다. 못된 남자로 박히게 되면 시청자들이 순이 옆에서 병간호하는 꼴도 못볼 것이다." 그 톤을 조절하느라 애썼고, 성공했다. 반성문은 정말 정신못차리는 철없는 남편으로 보였다. 손현주의 연기력이 그만큼 탄탄했던 것.

그는 "연기자로서 정말 좋은 경험을 하고 있는 중"이라며 뿌듯해했다. "단막극에서는 캐릭터가 강한 역을 종종 해왔지만 장막극에서는 그래보지 못했다. (유호정의 남편으로 나왔던) '앞집여자'에서 맛을 봤다면, 지금은 대문 안으로 쑥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그만큼 진한 감정을 스스로 끄집어낼 수 있어, 보여줄 수 있어 좋다."

늘 사람들을 편하게 배려해주는 손현주는 모든 공을 최진실과 선배 연기자에게 돌렸다. "(최)진실이와 처음 만나 연기하는데, 정말 모든 것을 다 걸고 한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나 역시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김지영, 나문희 선배의 연기 앙상블이 우리 드라마를 든든히 받춰주고 계신다."

앞으로 인생을 정리하는 아내 곁에서 힘들게 지켜봐야하는 반성문이 지금까지보다 더 많은 시청자들의 눈물을 흘리게 할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입력시간 : 2005-10-1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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