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 포커스] 안방극장 '3색 불륜'

가을 밤 안방극장에 ‘불륜의 3중주’가 감미롭게(?) 울려 퍼지고 있다.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KBS 2TV 수목극 ‘장밋빛 인생’을 필두로 KBS 2TV 미니시리즈 ‘웨딩’, MBC 미니시리즈 ‘가을 소나기’ 등이 불륜을 중요 소재로 독특한 분위기와 개성을 담아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이들 세 작품은 불륜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풀어가는 방식은 확연히 다르다. 마치 3중주를 연주하듯 묘한 조화를 이루며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불륜’ 드라마의 선두 주자인 ‘장밋빛 인생’은 정공법으로 불륜을 풀어간다. 불륜을 미화하거나 거창한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저 덤덤하게 지켜본다. 대신 당사자들은 지독하게 불륜에 빠져들고 철저한 악역을 지향한다. 결말은 권선징악을 향한다. 식상하고 통속적인 소재인 불륜을 가장 통속적인 방법으로 그려냄으로써 재미와 감동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셈이다. 최진실의 몸을 던진 호연과 손현주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한몫 단단히 거들고 있음은 물론이다.

‘가을 소나기’는 아름다운 불륜 드라마다. 불륜에 깃든 사랑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불륜을 미화한다.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부인(김소연)을 극진히 보살피던 남편(오지호)이 아내의 가장 친한 친구(정려원)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은 불륜이 애절한 사랑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랑이 뜨거운 만큼 고뇌와 번민도 깊어진다. 상황은 아내가 기적적으로 깨어나면서 한층 극적으로 전개될 예정이다. 불륜과 사랑 사이의 논란이 어느 때보다 뜨거울 작품이 될 전망이다.

‘장밋빛 인생’과 ‘가을 소나기’가 불륜을 전면에 내세워 전개의 핵심 소재로 활용하는 반면 ‘웨딩’은 불륜을 감춘다. ‘불륜도 사랑이다’라는 일반적인 관념 대신 우정으로 포장하는 은근한 전개 방식을 택한다. 승우(류시원)가 세나(장나라)와 결혼 후에도 옛 연인 윤수(명세빈)와 우정을 나누는 과정이나 진희(이현우)가 이들 세 사람의 미묘한 감정선에 개입하는 모습은 불륜을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잔잔하고 차분하다. 순정 만화적인 감수성으로 불륜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식인 셈이다.

‘장밋빛 인생’, ‘가을 소나기’, ‘웨딩’ 등이 같은 소재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풀어가는 모습은 재미있는 비교 거리로 시청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동일 소재의 반복적인 재생산도 스타일 변화를 통해 얼마든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동현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



입력시간 : 2005-09-27 07:53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