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베스트] '장밋빛 인생' 식상한 소재 불구 다양한 형태…희노애락 인생사 표현 감초구실

일상속에 담담히 녹아든 '불륜'
[TV베스트] '장밋빛 인생' 식상한 소재 불구 다양한 형태…희노애락 인생사 표현 감초구실

'장미빛인생' 화보
불륜 만큼 드라마에 단골 손님처럼 등장한 소재도 드물 것이다. 드라마 속 불륜은 때론 진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눈시울을 적시는가 하면, 때론 지나친 자극성과 선정성으로 비난의 도마 위에 올랐다. 불륜은 너무나 다양한 양상으로 자주 안방극장을 장식한 덕분에 어지간히 획기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한 ‘식상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든 소재가 됐다.

KBS 2TV 수목극 ‘장밋빛 인생’(극본 문영남ㆍ연출 김종창)은 등장 인물 모두에게 불륜이라는 굴레를 지워주는 방식으로 불륜의 진부함에 신선함을 더하려 했다.

손현주(반성문)와 조은숙(오미자)의 외도, 이태란(맹영이)-장동직(이정도)의 불륜, 권해효(천원만)의 부정 그리고 최진실의 비정상적인 2명의 시어머니가 보여주는 불륜의 흔적 등 정신 없이 불륜이 등장한다. 마치 ‘불륜 종합선물세트’를 보는 듯한 인상이다.

그러나 ‘장밋빛 인생’은 지극히 담담한 시선을 견지하는 방식으로 불륜을 일상에 녹아 들게 하고 있다. 불륜의 자극성을 부각시키거나, 불륜도 사랑이라고 미화시키지 않는다. ‘장밋빛 인생’ 속 불륜은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수단(조은숙)이고, 구질구질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활력소가 되는 탈출구(손현주 권해효)다.

또한 결혼마저도 갈라 놓을 수 없는 사랑의 영속성(이태란)인 동시에 성공과 사랑 사이에서 짜릿하게 즐기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장동직)다.

극중 불륜은 우리네 주위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상의 하나로 담백하게 묘사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불륜은 ‘종합선물세트’처럼 전면적으로 펼쳐지지만 오히려 희로애락이 교차하는 인생사를 돋보이게 하는 감초 구실을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집중성을 위해 한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집중된 점이 비정상적으로 여겨질 수 있는 부분이다.

‘장밋빛 인생’은 지난 24일과 25일 1~2회를 방영한 가운데 심상치 않은 공감대 형성의 조짐을 보여줬다. 오랜만에 연기 활동을 재개한 최진실(맹순이)의 호연은 향후 시청자의 눈물을 쏙 뺄 가능성을 보여줬고 비난 받아 마땅한 손현주조차도 중년 남성들로부터 ‘아!’ 하는 탄성과 공감대를 얻어냈다. 신분 상승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 하는 조은숙 또한 가슴 저리게 하는 캐릭터였다. 첫 방송 18%라는 높은 시청률은 공감대의 크기를 방증하는 수치였다.

‘장밋빛 인생’의 연출자 김종창 PD는 “작품의 소재 자체는 통속적이고 구태의연하다.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에나 어울릴 불륜 코드의 반복 재생산일 수밖에 없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그는 “통속성의 장점은 쉽게 일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불륜은 일상 속의 해학으로 눈물 속의 웃음을 추구하는 장치다”고 작품 속 불륜의 의미를 설명했다. 작품 초반 ‘장밋빛 인생’은 연출자의 의도를 드러내는데 비교적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동현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



입력시간 : 2005-08-31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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