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칸 리포트

배우의 운명은 제목 따라 가는 것일까.

프랑스 칸에서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은 영화처럼 이었다.

제 61회 칸 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이들은 영화 (감독 김지운ㆍ제작 바른손엔터테인먼트,CJ엔터테인먼트ㆍ이하 놈놈놈)의 배역 그대로였다. 23일(현지시간)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 24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공교롭게도 이들의 모습은 배역과 오버랩 됐다.

# 송강호=이상한 놈 태구

송강호는 '이상'하다. 올해 의 비경쟁 부문 진출로 이후 3년 연속 칸 국제영화제에 이름을 올렸다. 프랑스에서 인지도가 높은 배우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송강호는 한국에만 충실한 배우다. 영어를 썩 잘 하는 편도 아니고, 해외 영화를 촬영할 예정이 없지만 오히려 해외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 배우 중 한 명이다. 이번 칸에서도 이 같은 면모를 여실히 나타났다.

송강호는 24일 오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홍콩의 기자가 영어로 "세 명의 배우들은 각각 자신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중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고 묻자 이병헌과 정우성은 웃음보를 터뜨렸지만 송강호는 통역을 듣고야 파안대소했다. 송강호는 질문에 답하며 "말 한 마디 못 해 보고 가나 했는데 답할 기회가 생겼다"는 유머로 회견장에 웃음을 자아냈다.

송강호는 23일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에 이어 저녁식사 자리까지 동행하며 토속적인 분위기를 폴폴 풍겼다. 촬영으로 살이 빠진 모습이었지만 "우하하" 하는 웃음소리와 유머감각은 그대로였다. 송강호는 저녁식사 자리에서 격의 없이 술잔을 기울이며 "할리우드 출연 제안이 오지만 최고를 보여줄 수 없다는 생각에 거절했다"고 당당히 밝혔다.

송강호의 '이상한' 면모는 정우성에 의해 '폭로'되기도 했다. 정우성은 "중국 촬영 중 주연배우들이 돈을 걸고 축구경기를 해서 회식비로 쓰곤 했는데 그때만은 (송)강호형은 배우가 아닌 구단주였다. 돈을 걷기만 하는 구단주였다"고 말했다.

사실 정우성의 발언은 김지운 감독이 "송강호는 인화가 무엇인지, 선배가 무엇인지 보여줬다. 그 가운데 칭따오(중국맥주)가 있었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송강호는 만주벌판의 거친 액션을 실감나게 소화하면서도 유머의 여백을 남겨뒀던 의 태구였다.

# 이병헌=나쁜 놈 창이

이병헌은 23일 송강호 정우성과 김지운 감독이 한국 취재진을 만나는 자리에 불참했다. 할리우드 영화 < G.I.조 >의 촬영 때문이었다.

이병헌은 24일 오전 칸의 바닷가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자마자 "어제 못 만나 미안하다. 이래저래 '나쁜 놈'이 됐다. 영화 찍는 것보다 칸에 오는 게 더 힘들었다"고 눙쳤다. 흰 중절모와 흰 카이보이 부츠로 말끔한 패션을 자랑했지만 손가락의 상처와 밴드는 험한 액션 현장에서 날려왔다는 증거였다.

이병헌은 3개월 전부터 < G.I.조 > 제작사인 파라마운트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기후 때문에 촬영이 지연되면서 스케줄의 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촬영을 못할 경우 막대한 제작비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 파라마운트는 이병헌에게 전용기를 내줄 테니 레드카펫만 밟고 바로 돌아오라는 주문까지 했었다. 다행히 이병헌은 25일까지 칸에 있게 됐다.

이병헌은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하며 겪었던 우여곡절을 털어놨다.

이병헌은 "고민 끝에 역할을 수락한 뒤 말을 타는 연습을 해야 했는데 발목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해 '이 영화를 못 하는 것은 운명인가보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오기가 생겨 하게 됐다. 남들보다 1개월 반은 말을 못 타게 됐지만 더 연습하자는 생각이었다. 움직이지 못하는 동안에는 트레이너와 상반신 운동을 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영화에는 이병헌의 근사한 상반신 몸매가 담겼다.

이병헌은 "사실 창이만 나쁜 놈이 아니라 모두 나쁜 놈이다. 감독님께 제목을 으로 바꾸자고 했다"며 크게 웃었다. 이병헌은 "창이도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니다. 남들보다 고급스런 명분을 갖고 있다. 물욕이 아닌 명예 때문에 나쁜 일을 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 정우성=좋은 놈 도원

정우성은 올해 첫번째 칸에 진출했지만 여유 있는 자세와 재치 있는 발언으로 윤활유 역할을 했다. 에서 서부 영화의 카우보이와 같은 복장과 액션을 가장 멋지게 소화해냈다. 말 위에서 손을 놓은 채 총을 돌리며 쏘는 장면이나 밧줄로 날아다니는 장면은 그야말로 명장면으로 기록될 듯 하다.

정우성은 영화 촬영에서나 인터뷰에서나 선한 눈매를 잃지 않는 '좋은 놈'이었다. 정우성은 "영국의 경주마 출신 말을 탔다. 속도감이 엄청났다. 늘 촬영 전 말에게 눈으로 이야기를 했다. 다칠 수도 있으니 불안할 것 같아서 '너 잘 할 수 있어. 별일 없을거야'라고 했다"고 밝혔다.

정우성은 송강호 이병헌과 함께 작업한 데 대해 흔쾌히 즐거워했다. 정우성은 "기 싸움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셋이 함께 해서 너무나 좋았다. 늘 강호형과 함께 연기를 해 보고 싶었다. 이렇게 연기할 프로젝트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 기라는 것도 한가지 목표를 향해 달려 상승 효과를 내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정우성은 민감한 질문에도 재치 있는 답변을 내놨다. 일본군 묘사가 거부감이 일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웃으며 "일본군 많이 죽이죠, 제가"라며 그는 "시대적 묘사일 뿐, 이 영화의 지향점과 상관없다"고 답했다.

한국 영화가 어려운 가운데 174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영화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 잘 되어 웰메이드 영화라면 세계 영화와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우성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를 좋아했다. 서부 총잡이의 마초적인 이미지는 남자들의 '로망'인 것 같다. 영화에서 유일하게 웨스턴 복장을 하고 나와 서양인들의 반응이 궁금하다"고 답했다.

정우성은 이 보물지도를 찾는 설정인 것에 빗대 "영화일을 하며 끊임없이 보물이 생겨난다. 으로 칸 온 것 역시 새로운 보물을 하나 발견한 느낌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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