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최진철호의 항해는 16강까지였다.

최진철 감독이 이끈 17세 이하(U-17) 대표팀은 29일 오전 8시(한국시각) 칠레 에스타디오 라 포르타다에서 열린 2015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에서 벨기에에 0-2로 졌다.

앞선 조별리그에서 브라질과 기니를 꺾고 잉글랜드와 비기는 등 조 1위로 16강에 올랐던 한국은 토너먼트 첫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채 아쉽게 대회를 마무리하게 됐다.

다만 대회를 앞두고 최진철호를 향한 기대감이 그리 크지 않았음을 돌아볼 때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한 성과는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대회를 한 달 앞두고 열린 수원 컨티넨탈컵에서 한국은 대회 최하위에 머물렀고, 대회 직전 전지훈련에서는 미국에 2연패 당하는 등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 대회에 임했다.

그러나 실전 무대에 들어서자 최진철호의 경기력은 앞선 경기들과는 사뭇 달랐다. 단단한 수비와 강력한 압박을 토대로 한 인상적인 경기력과, 상대의 숨통을 끊는 ‘한 방’을 앞세워 순항을 거듭했다.

특히 우승후보 브라질과 기니를 연파하면서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국제대회 조별리그 첫 2경기 전승이라는 새 역사까지 썼다. 이후 플랜 B를 가동한 잉글랜드전에서도 0-0으로 비기면서 ‘죽음의 조’에서 조 1위로 16강 진출의 성과를 올렸다.

울산현대고 오세훈.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러한 최진철호의 중심에는 K리그 유스팀 출신의 선수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21명 중 76%가 넘는 16명이 K리그 유스 시스템을 통해 육성된 선수들이다.

당초 최진철호를 향한 모든 이목은 이승우와 장결희 등 바르셀로나 출신의 선수들이었지만, 대회 내내 K리그 유스 출신 선수들도 당당하게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렸다.

실제로 브라질을 격파할 당시 결승골을 합작한 장재원과 이상헌, 기니전 결승골의 주인공인 오세훈은 울산현대 산하 유스팀인 울산현대고 소속이다.

이승우와 짝을 이뤄 최전방을 책임진 유주안을 비롯해 박상혁(이상 경기매탄고·수원 U-18), 김진야(인천대건고·인천 U-18) 김정민(광주금호고·광주 U-18) 등도 K리그에 뿌리를 둔 팀들의 유스팀에 적을 두고 있다.

울산현대고 장재원. 대한축구협회 제공
뿐만 아니라 최진철호의 이번 대회 핵심 키워드였던 수비진 역시 이상민(울산현대고)을 비롯해 박명수(인천대건고) 이승모(경북포항제철고·포항U-18) 등 K리그 유스 출신의 선수들이 주축이 됐다.

특히 지난 2008년 K리그 유스팀들이 참가하는 K리그 주니어가 출범한 이후, 이처럼 유스팀 출신의 선수들을 주축으로 국제대회에서 눈부신 성과가 올린 것이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어서 이번 성과는 더욱 의미가 컸다.

최진철호의 항해는 비록 16강에서 끝이 났다. 다만 이 과정에서 K리그 유스팀 출신 선수들의 활약, 나아가 K리그 유스 시스템의 현재와 미래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대회가 됐다. 한국 축구가, 그리고 K리그가 나란히 미소를 짓고 있는 이유다.

2015 FIFA 월드컵 U-17 한국 대표팀 K리그 유스팀 선수

- 서울오산고(FC서울) : 이준서, 차오연
- 경기매탄고(수원삼성) : 박대원, 박상혁, 유주안
- 인천대건고(인천유나이티드) : 박명수, 김진야
- 울산현대고(울산현대) : 이상민, 장재원, 오세훈, 이상헌

- 경북포항제철고(포항스틸러스) : 이승모, 최재영
- 전남광양제철고(전남드래곤즈) : 황태현
- 광주금호고(광주FC) : 김정민
- 전북전주영생고(전북현대) : 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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