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사실 최진철호를 향한 기대감은 그리 높지 않았다.

2015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을 앞두고 치른 친선대회 수원 컨티넨탈컵에서 최진철호는 최하위에 머물렀다. 미국 전지훈련에서는 미국에 연패의 아픔을 맛봤다. 최진철 감독의 전술적인 역량에 대한 의구심 속에 장결희의 부상 낙마 소식까지 전해졌다. 이승우가 국제대회에서 어느 정도의 역량을 보여줄 것인지에 대해서만 이목이 집중됐을 뿐, 최진철호 전체를 향한 희망 섞인 시선은 많지가 않았다.

그런데 최진철호는 먼 이국땅에서 일을 냈다. 최진철 감독이 이끈 U-17 대표팀은 2015 FIFA U-17 월드컵에서 16강에 이름을 올렸다. 결과적으로 29일(이하 한국시각) 벨기에에 0-2로 져 8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당당히 토너먼트에 이름을 새기고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많은 기대 속에 출발한 것이 아니었기에, 그 성과는 더욱 더 값졌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감동의 출발은 18일 브라질과의 조별리그 1차전이었다. 지난 수원컵 당시 완패를 당했던 상대였던 브라질을 맞아 한국은 강력한 압박과 질식 수비로 맞섰다. 우승후보로 꼽히던 브라질은 한국의 견고한 수비를 좀처럼 뚫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장재원의 결승골이 터지며 한국이 1-0으로 승리했다. 우승후보를 격침시킨 대이변이었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21일 기니와의 2차전에서도 팬들에게 선물을 선사했다. 브라질전처럼 강력한 압박으로 기니를 무력화시킨 한국은 추가시간에 터진 오세훈의 결승골로 다시 한 번 승전보를 울렸다. 국제대회 첫 2경기를 모두 승리한 최초의 한국 대표팀이라는 새 역사까지 쓰면서 16강에 선착했다. 여세를 몰아 잉글랜드전에서 플랜 B를 가동하고도 승점 1점을 챙기는 성과로까지 이어졌다.

조별리그 2승1무, 2득점 무실점. 브라질과 잉글랜드 등이 포함된 이른바 ‘죽음의 조’에서 최진철호는 당당히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U-17 대표팀을 향한 곱지 않았던 시선도 어느덧 바뀌어 있었고, 팬들은 어린 선수들이 먼 이국땅에서 일궈내고 있는 기적에 뜨거운 박수와 응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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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기세가 16강전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벨기에에 0-2로 졌다. 꼬일 대로 꼬인 경기였다. 전반 11분 만에 선제골을 내주고, 후반에는 페널티킥 실축까지 나왔다. 주심의 난해한 판정까지 더해지면서 경기는 더욱 쉽지 않은 양상으로 흘렀다.

그런데도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뛰고 또 뛰었다. 이미 2골차,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도 투혼과 투지를 불태웠다. 결과적으로 종료 휘슬과 함께 선수들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그들을 향한 팬들의 박수와 격려는 더욱 뜨거웠다.

지난 18일부터 시작된 최진철호의 항해는 12일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그 사이 U-17 대표팀은 팬들에게 값진 선물들을 선사했고, 동시에 한국축구의 미래 역시 더욱 밝게 비추게 됐다. 비록 대회는 끝났지만, 지난 12일간 보여준 최진철호의 항해는 박수가 아깝지 않았다.

[최진철호 결산①] 최진철호, 박수 아깝지 않은 12일간의 항해
[최진철호 결산②] 졸장에서 명장이 된 ‘전술가’ 최진철
[최진철호 결산③] K리그 유스, 최진철호의 중심에 서다
[최진철호 결산④] ‘이승우’로 시작해 ‘팀’으로 끝난 최진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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