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창원=윤승재 기자] 추운 2월, 야구시즌이 ‘놀 때’ 구단 직원들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새 시즌을 준비하는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이들도 쉴 틈이 없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며 다가올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스프링캠프는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다. 캠프 기간 동안 겨우내 풀어졌던 몸을 시즌 개막에 맞춰 끌어 올리고, 또 7,8개월이라는 긴 시즌을 버텨야 하는 몸으로 만들어야 하기에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선수들은 훈련부터 휴식까지 세세하게 짜여져있는 스케쥴대로 움직이며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간다.

하지만 훈련과 휴식만큼 중요한 것이 있으니 바로 음식이다. 고된 훈련 속 선수들의 체력을 뒷받침하고 체력 보충 및 피로 회복에도 도움을 주는 적절한 음식 섭취는 선수들의 훈련 효과를 극대화시켜준다. 그러나 잘못된 음식을 먹게 되면 회복은커녕 오히려 앓아눕게 만들어 선수들의 훈련을 방해할 수 있다.

ⓒNC다이노스
때문에 캠프 기간 동안 이 사람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바로 구단 영양사와 조리사, 조리원들이다. 캠프 기간 동안 선수들의 삼시세끼를 책임지며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해주는 이들이 있기에 선수들은 마음놓고 훈련에만 매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식단을 준비하면서 선수들을 돕고 있을까. 철저한 식단 관리로 지난 시즌 NC가 창단 첫 통합우승을 거두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손은샘(삼성웰스토리) 영양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손은샘 영양사는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시즌 때와는 달리 아침-점심-저녁(간식) 세 끼를 모두 챙겨야 하는 상황인데다, 선수들에게 중요한 시기인 만큼 시즌 때보다도 더 심혈을 기울이며 식단을 짜고 있다고. 더군다나 지난해는 캠프가 외국에서 진행됐기에 현지에서 바로 식사가 제공됐지만, 올해는 국내에서 하다보니 손 영양사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손 영양사는 시즌 때와는 조금 다르게 식단을 짜고 있다.[관련기사 : “‘단디' 마카롱 먹고 우승한 NC, ‘V1' 컵케익 먹고 KS 우승하길”[윤승재의 엔팍스토리]] 운동량이 많은 시기인만큼 수분을 많이 배출하기에 평소보다 염도를 더 낮춰서 식사를 제공한다. 또 훈련 전에 먹는 조식은 탄수화물 위주로, 훈련하는 사이에 먹는 점심은 단백질 섭취에 중점을 두고 준비한다.

특히 점심은 가짓수가 15~18개나 되는 음식들을 준비해야 하기에 레시피 구상부터 요리, 검식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후 선수들에게 배식을 하는데, 배식이 끝났다고 손 영양사의 임무가 끝난 게 아니다. 저염식 위주로 식단을 준비하다보니 30분 단위로 염도계를 들고 염도를 체크하기 위해 돌아다닌다.

손은샘 영양사. (사진=윤승재 기자)
검식에 배식, 염도 체크까지 마치고 나면 어느새 저녁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그야말로 쉴 틈이 없다. 조식, 중식 검식으로만 끼니를 채우고 있는 손 영양사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검식만 해도 배부르다. 과일도 있고 쥬스도 있어서 영양가도 충분하다”라며 개의치 않아했다.

또, 식사 때마다 선수들의 식습관을 틈틈이 파악하는 것도 손 영양사의 일이다. 특히 지난 시즌에 보지 못했던 신인급 선수들이나 아직 팀에 합류하지 않았지만 크게 신경써야 할 외국인 선수 파슨스까지, 이들이 선호하는 음식을 파악하기 위해 손 영양사는 첫 일주일 동안 유심히 그들의 식판을 지켜봐야 한다. 까다롭게 보일 수 있지만, 선수들에게는 매우 중요하고 또 고마운 일이다.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지난 시즌 손 영양사의 ‘베리 스무디(블랙베리+블루베리+딸기에 우유와 꿀을 섞어 만든 스무디)’에 홀딱 반해 하루에만 4,5잔을 벌컥벌컥 들이킨 알테어는 지난 1월 한국에 오자마자 그 스무디부터 찾았다고. 이에 손 영양사가 자가격리 기간 동안 충분히 섭취할 수 있도록 스무디를 제공하니, 알테어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손 영양사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손 영양사는 선수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피드백을 받고 식단을 짜려고 노력한다.

손 영양사는 설날 후식으로 유과나 디저트를 복주머니에 넣어 선수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사진=손은샘 영양사 제공
고된 하루의 연속. 하지만 손 영양사는 오히려 “보람차다”라며 활짝 웃었다. 손 영양사는 “준비하면서 많이 배우고 보람을 많이 느낀다”라면서 “선수들이 건강하게 훈련하고 시즌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 임무다. 선수들이 건강하게 캠프를 치르고 건강하게 시즌을 치러 또 우승을 할 수 있도록 내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한편, 손 영양사는 집에 가지 못하고 훈련에 매진하는 선수들을 위해 설느낌이 나는 설날 후식을 제공할 계획이다. 유과나 디저트류를 복주머니에 넣어 선수들에게 선물(?)할 예정이다.

손 영양사는 “캠프 기간 동안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훈련하는 것을 알고 있다. 지난해 마카롱이나 컵케이크처럼 캠프 중 소소한 서프라이즈가 됐으면 한다. 힘내서 시즌을 잘 준비했으면 좋겠다”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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