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창원=윤승재 기자] “우승팀 자부심을 가져주세요.”

선수의 한 마디에 NC 다이노스 구단 영양사 손은샘(삼성웰스토리) 씨는 무한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사실 손 영양사 뿐만 아니라 모든 조리원, 조리사가 구단 소속이 아닌 위탁업체 소속이다. 하지만 선수와 트레이너들에게 직접 이런 얘기를 듣자 고마운 감정이 밀려오면서 소속감과 자부심이 더 샘솟았다고 회상했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펼치기 위해선 적절한 훈련과 수행 능력, 본인의 재능 등 삼박자가 어우러져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건 ‘건강’이 전제가 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렇기에 선수들에게 식단은 ‘기초 중의 기초’다. 영양가 넘치는 식단은 물론, 선수단 개개인에 맞는 식단이 꾸려져야만이 선수단 전체가 건강하게 좋은 경기력을 유지한 채 경기에 나설 수 있다.

NC다이노스 손은샘 영양사 (사진=윤승재 기자)
그렇기에 손은샘 영양사를 비롯한 조리원, 조리사들의 노고는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손 영양사는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몸에 좋은 건강식도 선수단이 먹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에, 손 영양사는 매일 어떻게 이 몸에 좋은 재료들을 어떻게 조리하고 가미해야 선수들이 먹을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한다.

손 영양사가 식단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소화’다. 선수들이 경기를 하기 전에 탄수화물이나 단백질, 지방 등을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선수들이 탈 없이 경기에 집중하고 최상의 경기력을 펼치기 위해선 무엇보다 소화가 되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손 영양사는 위에 좋은 채소 마나 염증을 완화시키는 데 좋은 시금치, 케일 같은 야채들을 준비한다. 하지만 처음엔 고민이 많았다. 선수들 각자의 입맛도 달랐고 모두를 충족시키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손 영양사는 여러 고안 끝에 과일에 같이 갈아서 선수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택했다. 지금은 다들 알고 찾아서 마신다고. 알테어 같은 경우 4~5잔이나 벌컥벌컥 마시는 모습을 보며 손 영양사는 내심 흐뭇했다고 한다.

또 선수단이 원정 경기를 다녀오면 선수들에게 원정에서 먹은 식단을 물어보는 것도 손 영양사의 일이다. 식단을 듣고 선수들의 몸 상태에 맞게 “이런 음식은 피하셔야 된다”, “여름철에는 이런 음식을 더 챙겨 먹어야 한다” 등의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조금 까다로워 보일 수도 있어도 이러한 손 영양사의 노고 덕분에 선수단은 큰 탈 없이 144경기 긴 시즌을 잘 치러낼 수 있었다.

이러한 손 영양사의 이러한 노고는 선수들의 마음도 움직였다. 손 영양사는 얼마 전 우승을 확정짓고 나서 한 선수가 다가와 “우승팀의 일원으로서 자부심을 가져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사실 손 영양사는 이전부터 조리원들의 힘을 돋구기 위해 “우리가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라는 말을 줄곧 해오긴 했었는데, 이런 말을 선수와 트레이너들에게 들으니 감회가 새로웠고 정말 고마웠다고 회상했다.

ⓒNC다이노스
하지만 그렇다고 매일 모든 식단을 건강식으로만 까다롭게 고집하지 않는다. 소소한 이벤트로 선수들의 사기를 올리는 데도 힘쓰고 있다.

지난 10월 NC가 우승을 확정짓던 날에는 NC 마스코트인 ‘단디’와 ‘야구공’ 모양의 마카롱을 만들어 선수들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경기 전 설탕이 들어간 음식을 거의 내놓지 않는 손 영양사가 트레이너에게 부탁해 이례적으로 내놓은 특별 간식이었다. 손 영양사는 “이거 먹고 ‘단디’ 해서 우승하라”는 메시지를 함께 곁들여 선수들에게 돌렸다. 손 영양사의 정성 덕분이었을까. NC는 그날 홈팬들 앞에서 우승을 확정지었다.

손 영양사는 이번 한국시리즈를 앞두고도 또 하나의 간식 이벤트를 마련했다. 선수들의 이름과 등번호가 적힌 유니폼 모양과 ‘V1'이 적혀있는 컵케익을 제공하면서 고척으로 떠나는 선수들을 위한 작고 맛있는 재미를 선사했다. 정규시즌 우승 확정날 먹었던 마카롱의 기운처럼, 이 컵케익도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운을 가져다줬으면 하는 바람도 곁들여졌다.

이제 선수들은 한국시리즈를 위해 고척으로 떠났다. 그렇다고 손 영양사를 비롯한 조리원, 조리사들이 할 일이 없어진 게 아니다. 오히려 선수들이 시리즈를 마치고 홈구장으로 돌아왔을 때, 선수들의 피로를 풀어줄 수 있는 식단이나 필요한 영양이 잡혀있는 식단을 제공하기 위해 다시 고민에 들어간다. 한국시리즈가 끝나도 손 영양사에겐 아직 시즌이 다 끝난 게 아니다.

마지막으로 손 영양사는 NC의 우승을 위해 선수단을 대상으로 한 ‘색다른 우승 공약’을 내세웠다. 손 영양사는 “정규시즌처럼 부상없이 건강하게 한국시리즈 경기하고 오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뒤, “우승하고 오시면 좋아하시는 소고기 준비하겠다. 자꾸 ‘스테이크’ 이야기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우승하면 바로 식단 준비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물론, “원정 가서 드신 음식 빠짐없이 다 보고해주세요”라는 엄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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