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경산=윤승재 기자] 추운 2월, 야구시즌이 ‘놀 때’ 구단 직원들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새 시즌을 준비하는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이들도 쉴 틈이 없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며 다가올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야구 시즌이 다가올수록 응원하는 팀과 선수들의 소식이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우리 팀은 시즌 준비를 어떻게 하고 있고 선수들은 어떤 각오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까. 팬들은 매일 나오는 기사나 뉴스 영상들로 소식을 접하고는 있지만 궁금증을 모두 해소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런 팬들의 궁금증 해소를 적극적으로 돕는 이들이 있다. 바로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영상으로 담는 구단 공식 유튜브 제작진들이다. 이들은 스프링캠프 내내 선수들을 따라다니며 훈련 영상은 물론, 출퇴근길 영상이나 인터뷰, 기획 컨텐츠 등 선수들의 다양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팬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들의 노고 덕에 팬들은 선수들의 근황은 물론, 평소엔 볼 수 없었던 선수들의 색다른 모습을 보는 소소한 재미까지 챙기는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 나날이 구단 유튜브의 인기가 늘어가는 가운데, 10개 구단 유튜브 제작진 중 삼성 라이온즈의 ‘라이온즈TV(이하 삼튜브)’ 제작진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경산에서 라이온즈TV 영상을 촬영 중인 김대현PD와 김민성PD. (사진=윤승재 기자)
삼튜브 제작진은 외주업체 직원 세 명으로 구성돼있다. 현재 경산 스프링캠프 현장에는 김대현(28) PD와 김민성(24) PD 두 명이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이들도 쉴틈이 없다. 출근길 모습을 찍기 위해선 선수들보다 일찍 훈련장에 나와야 하고, 훈련 도중엔 열심히 자리를 바꿔가며 영상을 찍어야 한다. 점심 시간엔 간단히 끼니를 때우고 편집에 매진해야 하고, 인터뷰나 추가 컨텐츠를 찍으려면 선수들이 훈련을 모두 마친 후에야 가능해 퇴근은 더 늦어진다. 그리고 퇴근을 해도 오후에 찍은 영상을 편집해야 하기에 쉴틈이 없다.

하지만 이들에게서 힘든 기색이란 찾아볼 수가 없다. 오랜 삼성팬이자 ‘성공한 덕후’로서 선수들과 가까이서 대화하고 영상을 만드는 기쁨도 있지만, 무엇보다 영상을 본 팬들의 반응과 격려의 메시지에 절로 힘이 난다고.

유튜브 라이온즈TV 메인화면 캡쳐, 7일 저녁 현재 캠프 영상은 8개나 올라왔다. 1일 1영상으로 '열일' 중인 삼튜브.
요즘 삼튜브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 스프링캠프는 어떻게 보내고 있나.

감사하다(웃음). 비시즌 동안 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코로나19로 제약이 많았다. 그래서 스프링캠프만 시작하면 미칠 듯이 달리기 위해 준비를 많이 했다. 팬들이 많이 기다리셨을테니까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1일 1영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상 하나 만드는 데도 시간이 꽤 걸리는 것으로 아는데.

영상 촬영도 촬영이지만, 긴 시간 찍은 영상을 짧은 시간으로 편집하는 시간이 좀 걸린다. 다른 영상 편집도 해야 해서 시간에 쫓기면서 하다보니 질적인 면에서 개인적으로 속상하긴 하다. 자막도 예쁘게 예능처럼 쓰고 싶은데 아쉽다. 여기에 영상 추출하고 검수도 하면 시간이 더 걸린다.

하루가 정말 바쁘겠다. 쉴 틈이 없을 것 같다.

몸은 힘들지만 그래도 뿌듯하고 재밌다. 박해민 주장 덕분에 선수들의 호응도 좋고 영상 재밌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좋다. 사실 비시즌 때 코로나19 가이드라인 때문에 많은 영상을 못 찍었다. 기다리시는 분들게 죄송스러워 힘들었다. 지금도 코로나19 지침을 지켜야해서 준비한 걸 많이 못하고는 있는데 그래도 상황이 되는 한에서 열심히 찍고 있다. 비시즌 때 아쉬웠던 걸 스프링캠프에서 본격적으로 달려보고자 한다.

다양한 컨텐츠를 준비했다고 했는데.

작년 추석 때 투호나 제기차기 컨텐츠를 찍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특히 선수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선수들이 몸으로 하고 승부욕을 자극시키는 컨텐츠를 늘려보려고 한다. 사실 이런 컨텐츠를 찍으려 해도 선수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게 어려운데, 주장 박해민 선수가 적극적으로 도와주면서 도전적인 컨텐츠를 다양하게 찍을 수 있게 됐다. 박해민 선수에겐 항상 감사하다.[관련기사 : 박해민이 삼튜브 단톡방에? '이런 주장 또 없습니다']

(사진=윤승재 기자)
제작진 개인적인 이야기를 듣고싶다. 어떻게 삼튜브를 시작했나.

우리는 ‘통미디어’라는 외주업체 소속이다. 처음엔 경기장 내 전광판 영상을 담당하는 업무로 시작했다. 언젠가 구단에서 부탁한 영상을 한 번 찍은 적이 있는데, 아이디어도 좋고 실력도 좋다고 라이온즈TV 전담을 해달라고 제안해주셨다. 2019년도부터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

처음 구단으로부터 제안 받았을 때 어땠나.

대현PD : 어린이회원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오랜 삼성팬으로서 제안을 받았을 때 정말 좋았다. 야구장만 와도 좋았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야구장에서 일을 하고, 선수들과 대화하며 구단 영상을 찍는다는 것 자체가 내겐 정말 감동이다. 지금 이 순간도 너무 좋다.

민성PD : 나도 고등학교 때부터 팬이었다. 영상제작과를 나왔는데 감사하게도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임무가 주어져 정말 좋았다. 일하러 오는 출근길도 너무 좋고, 이젠 화면에 파란색만 봐도 감격스럽고 즐겁다. 덕업일치라는 말이 딱 맞는 말인 것 같다. 성공한 덕후.

선수들과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선수들이 깜짝 서프라이즈 파티를 마련해준 적이 있다. 그 때 케이크하고 선수들 사인이 새겨져있는 스투키(화분)를 받았는데 우리 다 어안이 벙벙했다. 우리도 일반팬이기 때문에 항상 선수들에게 사인받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선수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해서 안 받았다. 그래서 사인을 정말 받고싶었는데 이렇게 사인이 담긴 화분을 선물로 받으니 기분이 정말 좋았다.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삼튜브 제작진에게 서프라이즈 파티를 한 박해민과 원태인. 사진=라이온즈TV 캡쳐
유튜브니까 댓글도 많이 볼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다면.

최근 인상깊었던 댓글은 ‘뉴타입 연봉제’. 이번에 선수들 연봉이 일반형, 목표형, 도전형 세 가지 중에서 선택하는 걸로 바뀌었는데. 그걸 우리한테 적용한 댓글이다. 팬들이 요새 우리 열심히 일한다고 ‘도전형’ 선택한 거 아니냐는 댓글을 올렸는데 정말 뿌듯했다.

그래서, 이번에 연봉제는 뭘 선택했나.

우린 그 연봉제 아니다(웃음). 하지만 받는다면 당연히 ‘도전형’을 택했을 거다. 구독자수 10만명에 도전한다. 선수들도 10만명 되면 받을 수 있는 ‘실버 버튼’ 언박싱 언제하냐고 그러더라.

그러고보니 처음 삼튜브 제작 시작했을 때 구독자 수가 몇 명이었나.

2018년 말이었는데, 그 때 아마 8천명이었다. 지금은 8만명이 넘었다. (2년 사이 열 배나 늘었다. 10만명 얼마 안 남지 않았나.) 그런데 정말 어렵다(웃음).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그럼 올 시즌 각오는 역시 ‘구독자수 10만명’인가.

그렇다. 우리가 꿈꾸는 건 삼튜브가 방송국의 소형화가 됐으면 한다. 야구 말고도 야구 외적으로 선수들이 하하호호하는 영상이나 때로는 잔잔한 영상들도 찍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도 가을야구 영상을 찍고 싶다. 우리 회사가 지난해 고척돔에서 한 포스트시즌 전광판 영상을 운영했는데, 겨울에도 이렇게 야구하고 응원하고 있다는 게 보기만 해도 너무 부럽더라. NC 우승 장면을 봤는데 우리 팀이 아닌데도 울컥하더라. 저게 파란색이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승 순간을 내 카메라 앵글로 잡는 것, 그게 우리 최종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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