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민.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사실상 2016시즌 자유계약(FA)시장이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각 구단에서는 생각했던 취약 포지션을 채우기 위해 지갑을 통 크게 열었고 시장에 나온 선수들은 자신들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구단과 협상을 맺고 새롭게 둥지를 옮겼다.

지난 11월 30일, FA를 선언한 22명의 선수 가운데 모두 18명이 계약을 마쳤다. 모두 717억 7,000만원으로 역대 FA 총액 최고가를 찍었다. 매년 신기록이 갱신되고 있는 마당에 이상할 것이 없지만 그만큼 KBO리그에서 FA는 팀 전력상승을 이뤄낼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구단은 선수를 원하고 선수는 가치를 인정해줄 수 있는 금액을 원한다. 수요와 공급이 딱 맞아떨어지면서 시장 금액은 점점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거금을 들여 전력 상승으로 웃음을 찾은 구단이 있는 반면, 필요한 선수를 얻지 못하고 울고 있는 구단이 있다. 과연 이번 FA 시장에서 희비가 엇갈린 팀은 어디일까?

손승락, 정우람. 스포츠코리아 제공
'이제는 웃는거야'…행복한 순간을 맞이한 통 큰 행보의 구단

각자의 이해관계가 다르기에 누가 영입을 더 잘하고 못하는지를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과감하게 선수를 영입하면서 눈에 띄는 전력 상승을 이뤄낸 구단이 하나씩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첫 번째 주자는 바로 NC다. 역대 최고 금액인 4년 최대 96억이라는 금액으로 3루수 박석민을 삼성에서 데려왔다. 2015시즌, 리그 2위를 기록하며 삼성의 페넌트레이스 우승에 가장 큰 라이벌이었던 NC다. 비록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게 패하며 고개를 숙였지만 NC가 강팀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나마 약체 포지션이었던 3루까지 박석민을 데려오며 마지막 카드를 채웠다. 우승을 노리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 없는 영입. 박석민의 합류로 인해 NC는 나성범-테임즈-박석민-이호준으로 이어지는 리그 최강 타선을 보유하게 됐다. 원래 강했지만 더욱 강해진 공룡 타선이 2016시즌 KBO리그 평정을 예고하고 있다.

한화 역시 '대어'를 낚는데 성공하며 단숨에 5강 이상의 전력으로 급상승 했다. 원 소속팀 SK의 82억을 거절하고 시장에 나온 정우람을 4년 84억이라는 금액으로 데려온 것. 4년 65억에 삼성과 계약한 안지만을 뛰어넘는 역대 불펜투수 최고 금액이다.

FA선수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리면서도 좌완인 정우람의 영입으로 한화는 기존의 불펜진에 화룡점정을 찍으며 더욱 강해진 마운드를 운용하게 됐다. 이미 소속 선수인 김태균(4년 84억)과 조인성(2년 10억원)을 잔류시키며 전력 손실 없이 플러스가 됐다. 한화의 행보가 더욱 무서운 이유다.

막내구단 kt는 이번 FA시장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모습을 보였다. 이미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에서 이진영을 데려온 뒤, 타선 강화를 목적으로 4년 60억을 투자해 2015시즌 안타왕 유한준을 데려왔다. 수준급 장타력과 리그 정상급 외야수비를 자랑하는 유한준의 영입으로 kt는 4년 17억원에 잔류시킨 김상현과 함께 이진영-김상현-유한준이라는 베테랑 타선을 가동하게 됐다.

롯데 역시 반전의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넥센에서 박헌도를 알짜배기로 영입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예고했다. 하지만 뒷문 불안이 문제였다. 2015시즌, 롯데가 5강 진출에 실패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마무리 투수의 부재였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세이브를 기록한 선수가 심수창(5세이브)이었다.

심각했다. 그래서 롯데는 과감하게 칼을 꺼내들었다. CCTV 사건이나 그룹 경영권 다툼으로 인한 좋지 않은 구단 이미지를 쇄신하는 목적도 있었다. 그렇게 롯데는 4년 38억을 주고 SK에서 불펜투수인 윤길현을 데려왔다. 셋업맨이나 마무리 모두 가능한 괜찮은 투자였다. 그러나 롯데는 만족하지 않았다.

곧바로 4년 60억의 금액으로 세이브왕을 세 번이나 차지한 경력이 있는 손승락을 넥센에서 데려왔다. 그렇게 롯데는 윤길현-손승락으로 이어지는 확실한 뒷문 단속반을 완성했다. 이어 4년 40억에 선발진의 대들보인 송승준까지 잔류시키는데 성공했다. 오롯이 마운드에만 집중한 롯데의 다음 시즌 행보가 더욱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임창용. 스포츠코리아 제공
'슬퍼하지마 노노노' 빈손으로 시장에서 쓸쓸하게 고개 숙인 구단

외부 선수의 영입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우선조건은 바로 '집토끼' 단속이다. 모두 6명의 FA 자격 선수를 보유하고 있던 SK는 내부단속에 아쉬움을 드러내며 최고의 일명 '퍼주는' 구단이 됐다. 소속팀 선수 가운데 잔류를 성공시킨 선수는 단 2명. SK는 4년 30억에 팀의 중심타자인 박정권과 마운드에서 전천후 활약이 가능한 채병용을 3년 10억 5,000만원으로 계약했다.

어차피 다 잡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불펜진의 핵심인 정우람을 내줄 수 없었다. 과감하게 80억을 불렀다. 하지만 정우람은 조용히 고개를 흔들고 시장에 나갔다. 그리고 한화로 갔다. 회심의 80억이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SK는 정우람을 한화로 보냈고 포수 정상호를 4년 32억에 LG로 보냈다. 윤길현 역시 롯데로 보내면서 팀 전력에 구멍이 송송 뚫렸다. 안방마님의 부재와 마운드의 약화로 위기에 놓인 SK야말로 올 시즌, FA시장의 최대 피해자로 볼 수 있다.

골치 아픈 것은 삼성도 마찬가지다. 일찌감치 외부영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삼성이다. 하지만 내부 자원 단속에 실패했다. 도박사건의혹으로 인해 검찰 조사를 받은 마무리 임창용을 끝내 방출 시켰다. 눈물을 머금고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게다가 주전 3루수이자 팀의 주장이었던 박석민을 역대 FA 최고금액인 96억원을 받고 NC로 보냈다. 리그 최고의 마무리와 내야수가 동시에 사라지면서 삼성 역시 울고 싶은 기분이다. 그나마 '레전드' 이승엽을 2년 36억원에 붙잡았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넥센 역시 모두 4명의 선수가 FA자격을 얻었다. 2명은 잡았다. 팀의 상징인 이택근을 4년 35억의 금액으로 붙잡는데 성공했다. 투수 마정길 역시 2년 6억 2,000만원으로 남게 했다. 하지만 타격에서 큰 역할을 해주던 유한준을 kt로, 마무리 손승락을 롯데로 보냈다. 강정호에 이어 KBO리그 최고 홈런타자인 박병호까지 미네소타로 보낸 넥센이다. 중심타선의 약화와 비어버린 마무리까지, 이래저래 아쉬운 넥센은 외부영입 없이 2016시즌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차라리 뭐라도 하면 좋은데, 시도는 했지만 허탕을 제대로 친 구단도 있다. 바로 KIA다. 주장인 이범호와 4년 36억으로 잔류시키는데 성공하며 팀 최고의 홈런 타자를 잡았다. 하지만 빈곤한 장타력과 윤석민의 선발 이동으로 인해 비어버린 마무리를 채우기 위해서는 외부영입이 절실했다.

하지만 KIA는 합리적인 가격과 더불어 팀 리빌딩을 이유로 과감하게 영입에 나서지 않았다. 애초에 관심이 크게 없던 것은 사실이지만 통 크게 지갑을 연 구단에 밀리며 아쉽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올해에 이어 다음 시즌 역시 젊은 선수들의 육성을 중점으로 둔다는 목적은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비어버린 전력을 채우기 위한 KIA의 고생길은 더욱 험난해질 예정이다.

[2016 FA 특집①]일찌감치 9부능선 넘은 '속전속결' FA 시장
[2016 FA 특집③] FA 대어들, 2016시즌을 뒤흔들까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