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FA 시장이 예상보다 훨씬 일찍 문을 닫을 준비에 돌입했다.

31일 현재 FA 자격을 얻은 총 22명의 선수 가운데 계약을 완료하지 못한 선수는 두산 오재원, 고영민, 김현수, SK 박재상까지 단 4명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는 김현수와 육군훈련소에 입소한 오재원을 제외하면 현 시점에서 타구단들이 노릴 수 있는 선수는 이제 고영민과 박재상 뿐이다.

계약을 마친 18명의 선수가 받게 될 계약금 및 연봉 총액은 717억7,000만원. 일찌감치 지난해 630억6,000만원을 가볍게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쩐의 전쟁’이 펼쳐졌다.

역대 FA 최고 금액을 갈아치우고 NC로 이적한 박석민. 스포츠코리아 제공
이 가운데 FA 최대어로 꼽혔던 박석민이 4년 96억원(플러스 옵션 10억원)으로 역대 FA 최고 금액 기록을 갈아치우며 NC에 새 둥지를 틀었고, 한화가 김태균, 정우람과 나란히 4년 84억원에 도장을 찍는 등 올해도 화끈하게 돈 보따리를 풀었다. 또한 유한준과 손승락이 4년 60억원에 각각 kt와 롯데로 팀을 옮겼고, 그 외에도 7명의 선수가 30억원대의 계약을 체결하는데 성공했다.

원소속 구단 우선 협상 기간 동안 잔류를 택한 11명의 선수는 주로 마지막까지 구단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간 반면 타 구단 계약 체결 교섭 기간에는 단 이틀 만에 대부분의 선수들이 새로운 팀을 찾게 되면서 정신없이 몰아쳤던 태풍이 일순간 사그라졌다.

2013년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발빠른 FA 영입 쟁탈전이 펼쳐졌다면 지난해에는 비교적 팽팽한 눈치 싸움과 함께 ‘FA 거품’이라는 수식어가 화제의 중심에 섰다. 물론 올해에는 더 큰 규모의 계약이 터져 나왔지만 지난해 윤석민, 최정, 장원준, 윤성환 등 80억원대 이상의 연이은 대형 계약에 따른 예방주사 효과로 체감상 ‘FA 거품’에 대한 논쟁은 그리 뜨겁지 않았다.

오히려 가장 큰 트렌드는 앞서 언급했듯 속전속결로 대부분의 계약들이 체결됐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같은 현상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지난해에도 고액 FA들이 쏟아진 가운데 4년 84억원의 조건에 장원준을 영입한 두산의 경우 포스트시즌을 포함, 결과적으로 투자대비 확실한 효과를 누렸다는 점이 올해 FA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즉, 구단과 선수의 이해 폭이 암암리에 좁혀들면서 ‘거품’으로 느껴졌던 상황들이 시장가로 자연스럽게 굳어졌음을 뜻한다. 구단으로서도 금액에 대한 부담 여부를 떠나 규모를 어느 수준에 맞춰야 할지에 대한 고민만큼은 한층 덜었고, 선수들 역시 구단 측이 크게 배팅을 부르는 상황에 소위 끝까지 버텨야 할 이유가 줄어들었다. 본인과 구단과의 궁합을 고려해본 뒤 확신이 들면 망설이지 않고 결정을 내리면서 빠르게 보금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FA 투수 최대어 정우람이 한화에서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한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또한 대어급 선수는 물론 알짜 선수들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쏟아짐에 따라 수요 못지않게 공급이 균형을 이뤘다는 점도 속전속결 협상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다소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원소속 구단 계약이 마지막까지 늦춰지고 타 구단 계약이 특히 빠르게 진행됐다는 점에서 템퍼링(사전 접촉)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 밖에 일부 노장 선수들의 경우 다소 아쉬울 수 있는 대우를 받았음에도 저마다의 이유를 통해 선뜻 구단의 제시를 받아들이는 의리를 선보인 것도 FA 시장이 일찌감치 9부능선을 넘은 것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1년 뒤 2017시즌 예상 FA 선수로는 김광현, 양현종, 우규민, 차우찬 등 굵직한 선발 자원이 대거 포함돼 있다. 사상 첫 선수 개인의 100억원대 시장이 열릴 것이 유력한 상태.

하지만 내년으로 눈을 돌리기에 앞서 올시즌 FA 시장도 아직까지 완전하게 문을 닫은 것은 아니다. 김현수의 국내 잔류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준척급으로 평가받은 오재원의 행선지도 뒤늦게 가려질 예정이다. 아직 둥지를 찾지 못한 고영민, 박재상이 기대 이상의 깜짝 계약을 이뤄낼 수 있을 지 역시 마지막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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