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717억7,000만원. FA 시장이 완전하게 문을 닫지도 않은 상황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쩐의 전쟁’이 펼쳐졌다. 2016시즌의 판도도 FA 규모만큼이나 크게 요동칠 수 있을지에 일찌감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총 22명의 FA 대상자 중에서 31일 현재 18명이 원소속팀에 잔류하거나 새로운 둥지를 찾는데 성공했다. 타구단 계약 체결 교섭기간 단 이틀 만에 속전속결로 계약이 체결되면서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는 김현수, 육군훈련소에 입소한 오재원을 제외하면 이제 실질적으로 고영민과 박재상만이 오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천문학적인 총 717억7,000만원의 FA 규모를 비롯해 선수 개인별로 살펴봐도 소위 ‘대박’을 터뜨린 선수들이 많다. 지난해 윤석민(4년 90억원), 최정(4년 86억원), 장원준(4년 84억원), 윤성환(4년 80억원)과 마찬가지로 올시즌 역시 90억원대에 1명, 80억원대에 2명이 도장을 찍는 등 최근 2년 내 계약자들이 역대 FA TOP7를 독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박석민이 역대 FA 금액 최고 기록을 새롭게 갈아치우고 NC에 합류했다.스포츠코리아 제공
▶ 박석민, FA 시장에 새 역사를 쓰다

이 가운데 박석민은 4년 96억원(플러스 옵션 10억원 포함)의 조건에 도장을 찍어 윤석민을 넘어 사상 최고액 기록을 1년 만에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당초 삼성에 잔류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시장에서 가치를 확인받기를 원했던 그는 결국 그동안 잠잠했던 NC의 러브콜을 받고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NC는 박석민의 가세로 ‘핵타선’을 구축하는데 성공하며 차기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기존 모창민과 지석훈이 돌아가며 3루수 역할을 책임졌지만 박석민과 비교 대상이 되기에는 역시 무리가 있다.

2004년 1차 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한 박석민은 통산 1,027경기에 나서 타율 2할9푼7리 163홈런 638타점 576득점을 기록했고, 특히 올시즌에는 타율 3할2푼1리 26홈런 116타점 90득점을 기록해 대부분의 항목에서 커리어 하이에 해당되는 성적을 남겼다. 비록 잔부상을 안고 있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지만 1985년생으로 전성기에 접어든 나이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활약에 대한 기대가 더욱 크다.

박석민은 내야에서 유일한 아쉬움이었던 3루 핫코너를 완벽하게 보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존의 ‘나이테 트리오’ 나성범-이호준-테임즈와의 시너지를 통해 상대 투수들을 공포에 빠뜨릴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타 거포로서 출루율까지 뛰어난 편이기 때문에 좌타자 중심으로 구성됐던 NC 타선의 짜임새를 크게 강화할 전망이다.

한화의 84억 듀오 김태균(좌), 정우람(우). 스포츠코리아 제공
▶ 김태균-정우람, 84억 사나이 뭉치다

한화의 ‘4년 84억 듀오’ 정우람과 김태균 역시 투타의 중심 역할을 책임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먼저 마지막까지 숨막히는 협상을 펼친 끝에 한화 잔류를 택한 김태균은 결국 한화에 뼈를 묻겠다던 평소 본인의 약속을 지켜내며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게 됐다.

그는 통산 타율 3할2푼(역대 3위), 253홈런(11위), 1,021타점(11위) 793득점 출루율 4할2푼6리 장타율 5할2푼9리의 꾸준하고도 위압감 넘치는 성적을 통해 이미 레전드 반열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팀의 암흑기 속에서도 한줄기 희망과도 같은 존재나 다름없었다.

이같은 역할은 2016시즌에도 큰 변화가 없을 예정이다. 4번 타자로서 무게감을 잡아주는 것을 비롯해 주장직도 역임했던 만큼 선수단을 통솔하는 부분에서도 계속해서 책임감을 발휘해야 한다. 단, 올시즌 외국인 타자 모건과 폭스가 차례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보다 뛰어난 기량을 갖춘 선수가 영입될 경우 집중견제로 인한 부담감을 털어낼 수 있을 전망. 최근 몇 년 동안 다소 아쉬웠던 시원한 한 방을 기대하는 팬들이 많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정우람의 경우 정들었던 SK를 떠나 김성근 감독과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추게 됐다. 정우람은 계약 직후에도 “조건도 중요했지만 김성근 감독님과 다시 한 번 야구를 해보고 싶은 기대가 컸다”며 내년 시즌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고 싶은 소망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감독은 물론 정근우, 이용규, 최진행 등 평소 가깝게 지냈던 선수들이 많은 만큼 새로운 팀에 대한 적응에도 큰 어려움이 없을 전망.

한화가 정우람에게 거는 기대는 당연히 불펜의 핵심 자원으로 거듭나는 일이다. 2004년 SK 입단 이후 통산 37승21패 62세이브 128홀드를 기록한 정우람은 이미 두 차례의 홀드 타이틀을 비롯해 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한 시즌 역시 두 차례나 있었다. 김성근 감독이 불펜에 대한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만큼 ‘고무팔’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한화에서도 계속해서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 권혁, 박정진, 윤규진이 시즌 마지막까지 강력한 면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우람의 역할이 누구보다도 중요하다.

유한준(좌)과 손승락(우)이 2016시즌 각각 kt와 롯데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굿바이 넥센” 유한준-손승락의 새로운 도전

역대 FA TOP10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올시즌까지 넥센에서 활약했던 유한준과 손승락도 나란히 4년 60억원(역대 12위)에 각각 kt와 롯데로 팀을 옮겼다. 새로운 도전길에 나선 이들의 활약에도 높은 기대가 모아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먼저 유한준은 올시즌 타율 3할6푼2리(2위) 188안타(1위) 23홈런 116타점(공동 7위) 103득점(공동 7위)으로 늦은 나이에 전성기를 꽃피웠고, 특히 득점권에 타율 4할에 가까운 맹타를 휘두르며 kt의 새로운 해결사로 나설 채비를 마쳤다. kt는 유한준 외에 이진영까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영입하면서 타선의 짜임새를 높이고, 외야 수비를 확실하게 보강했다.

손승락 역시 불펜 평균자책점 최하위(5.43)에 그쳤던 롯데에 새로운 클로저로서 큰 힘을 보탤 전망이다. 통산 세 차례나 구원왕에 오르며 진가를 발휘한 손승락은 올시즌에도 4승6패 23세이브 평균자책점 3.82의 성적을 남기며 제 몫을 다해냈다.

비록 손승락 역시 후반기부터는 구위가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을 노출한 것은 사실이나 5세이브를 기록한 심수창(한화 이적)이 올시즌 팀 내 최다 세이브의 주인공이었을 만큼 시즌 내내 집단 마무리 체제를 가져갈 수밖에 없었던 롯데로서는 같은 혼란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가울 따름이다. 손승락과 더불어 윤길현까지 합류한 만큼 롯데의 불펜진도 이제는 더 이상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2016 FA 특집①]일찌감치 9부능선 넘은 ‘속전속결’ FA 시장
[2016 FA 특집②]'대어' 낚고 웃는 구단, '집토끼' 잃고 슬픈 구단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