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한국의 축구선수라면 모두가 선망하는 유럽행, 그러나 모든 한국 선수들의 유럽행이 ‘관심’과 ‘주목’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유럽의 ‘변방’에서 깜짝 활약을 펼친 두 선수가 있다. 바로 석현준(24)과 최경록(20)이다.

의미: 돌아가지만 나만의 길 찾는 그들만의 ‘유러피안 드림’

유럽 진출 ‘선배’ 석현준은 191cm의 큰 키를 바탕으로 스웨덴의 정상급 공격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자주 들어왔다. 2009년 화제의 아약스 입단 이후 매년 ‘기대주’로 선정됐지만 이후 그는 더딘 발전 속도로 인해 여러 클럽들을 전전하며 떠돌이 신세로 전락했다.

어느덧 팬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간 석현준은 팬들에게 활약상 보다는 2009년 아약스의 훈련장을 무작정 찾아가 당시 팀을 지휘하던 마틴 욜 감독 앞에서 기량을 인정받아 입단을 이뤄냈다는 드라마틱한 일화로만 기억되고 있다.

지난 1월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의 나시오날에서 빅토리아 세투발로 이적할 당시만 하더라도 그의 활약을 주목하는 시선들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세투발의 결정에 의구심이 먼저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석현준은 이전 소속팀 나시오날에서 기록한 5골을 합해 후반기에만 5골을 뽑아냈다. 이번 시즌 모든 대회에서 총 10골(리그 6골)을 기록한 석현준은 유럽 진출 이후 개인 통산 한 시즌 최다골을 기록했다.

특히 유럽 무대에서 두자리수 이상 득점에 성공하는 선수는 비교적 수준급의 공격수로 평가 받는다. 물론 무대는 다르지만 독일 에서 활약중인 손흥민 역시 이번 시즌 17골을 넣으면서 정상급 공격수로 인정받았다.

올해 20세인 최경록은 아직 유망주로 분류된다. 화제를 모으며 이적했던 석현준과 달리 처음부터 ‘반짝스타’는 아니었다. 2013년 여름 아주대에서 독일 2부 리그 장 파울리로 떠난 최경록을 주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최경록은 올 시즌을 독일 4부 리그 소속인 상 파울리의 2군 팀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시즌 장 파울리의 19세 이하 팀에서 9골을 성공시키며 가능성을 인정받은 선수였다.

이번 시즌 독일 4부 리그 22경기에 출전해 다섯 골을 넣은 최경록은 이러한 활약을 발판으로 올 시즌 후반기에 3부 리그 강등 위기를 맞은 상 파울리 1군 팀에 합류했다.

최경록은 1군 팀에 합류한 것에만 만족하지 않고 맹활약을 펼쳤다. 최경록은 지난달 7일 뒤셀도르프와의 분데스리가2(2부리그) 27라운드 경기에서 감격적인 데뷔전을 치렀는데 무려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4-0 대승을 이끌었다.

당시 독일 축구 전문지 키커는 분데스리가 2부리그 홈페이지에 그의 사진을 메인으로 게재한 뒤 "데뷔전에서 영웅적인 활약을 펼친 최경록으로 인해 상 파울리의 순위가 상승했다"면서 "최경록의 꿈같은 데뷔전이었다"고 호평했다.

이후에도 최경록은 장 파울리가 치른 두 경기에 연속으로 선발 출전하며 주전으로 자리 잡는 듯 했다. 그러나 그는 18일 열렸던 뉘른베르크전에서 발목 인대가 손상되는 부상을 당해 시즌을 아쉽게 마감해야 했다.

그러나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최경록은 현재 2016 리우 올림픽 축구 대표팀의 감독인 신태용 감독이 지난 17일 독일로 날아와 몸 상태를 점검할 정도로 자신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 향후 올림픽 대표팀에 승선할 확률도 점쳐지고 있다.

과제: 아직 ‘주류’와는 거리 있는 기량

석현준의 소속팀 세투발과 최경록의 장 파울리의 팀 영향력은 유럽 전역을 놓고 봤을 때 굉장히 미미한 수준이다.

또한 리그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 역시 상대적으로 적다. 설상가상 소속팀은 항상 강등을 걱정해야하는 처지다.(세투발 18개팀 중 14위, 상 파울리 18개팀 중 15위) 자칫 하다간 그나마 있던 존재감 마저 사라질 위기다. 돋보이는 활약을 통해 상위팀 혹은 타 리그 진출을 모색해야 하나 문제는 두 선수 모두 아직까지 그러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번 시즌 두 팀을 거치며 리그 30경기에 출장한 석현준은 자신의 경력을 통틀어 한 시즌 최다 출장 기록을 경신했다. 유럽 무대 진출 6년 만에 비로소 ‘붙박이 주전’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리그에서 '6득점'이라는 기록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석현준이 좀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팀의 강등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주가를 올리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의 찰리 오스틴을 롤 모델로 삼아야 할 것이다.

QPR이 리그 최하위에 그쳐 강등을 당할 동안 오스틴은 리그에서만 18골을 성공시켰다. 오른발로만 11골을 성공시켰지만 헤딩 골도 5골에 달한다. 오히려 큰 키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고 평가받는 석현준이지만 오스틴(187cm) 보다 4cm가 더 큰 석현준이기에 석현준이 포르투갈 리그의 오스틴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오스틴은 하부리그에서부터 기량을 쌓아오다 이번 시즌 EPL에서 자신의 기량을 만개했다. 석현준 역시 6년 동안 3개국(네덜란드, 사우디, 포르투갈)을 거친 선수라 경험만큼은 오스틴에 뒤지지 않는다. ‘만년 유망주’였던 석현준도 이제 24세다. 경험을 어떻게 더 많은 득점으로 만개시킬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경록의 경우는 이제 갓 1군에 데뷔한 선수라 출전시간이 매우 적은 편이다. 이번 시즌 출전한 3경기만을 놓고 경기력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가장 먼저 풀타임 주전자리를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행보: 두 선수 모두 ‘잔류’로 가닥 잡아

지난 1월 세투발에 입단한 석현준은 계약 기간이 2018년 6월까지인 관계로 당장 이적을 추진할 가능성이 낮다. 또한 세투발 입장에서도 팀내 최다 득점자(나시오날 5골 포함)인 석현준을 타 팀에 내줄 이유가 없다.

당초 최경록은 이적 가능성이 높았다. 최경록의 계약기간은 6월까지였다. 그러나 함부르크 모어겐포스트의 28일 보도에 따르면 최경록은 상 파울리와 1년 재계약에 성공했다.

함부르크 모어겐포스트는 “상 파울리 가 강등을 가까스로 면했기 때문에 최경록과의 재계약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최경록을 담당하는 에이전트사는 ‘한국축구의 대들보’ 손흥민과 제2의 손흥민을 꿈꾸는 함부르크의 권로안, 카를스루에에서 뛰고 있는 박정빈 등 독일 내에서 활약 중인 다수의 한국 선수들이 소속된 스포츠 유나이티드 스포츠매니지먼트가 관리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모두 ‘분데스리거(독일 프로축구 선수)’들을 관리하고 있다.

따라서 계약기간이 내년 여름까지인 최경록의 경우,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에이전트사의 특성상 분데스리가 내 타 팀으로의 이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단 아직 어린 나이와 적은 경력으로 인해 팀의 규모를 따지지 않고 이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AFPBBNews = News1, 세투발, 상 파울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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