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수많은 유명 스타들이 SNS에서 논란을 만들거나 실언을 하면 격언처럼 다들 얘기한다.

"이봐. 퍼거슨이 말했잖아.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명언은 꼭 고사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현대에서는 현대에만 필요한 명언에 대한 수요는 분명히 있고 그 명언의 선두주자에는 항상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알렉스 퍼거슨 경이 있다. 그의 명언은 다소 왜곡되긴 했지만 어쨌든 사회적 명언으로 거듭날 정도로 파장력 있는 말이 됐다.

▶’Time’이란 단어에 대한 해석 차이

일단 이 말이 처음 나온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보자. 때는 2011년 5월. 팀의 간판스타 웨인 루니가 자신의 SNS의 일종인 트위터에 한 팬이 지속적으로 비난글을 남기자 “10초 만에 기절시켜줄 테니 겁쟁이 소리 듣기 싫으면 캐링턴 훈련장으로 나와라. 기다리겠다”는 글을 남겼다.

이 글은 일파만파 전 세계에 퍼졌고 루니는 “농담이다”고 뒤늦게 수습했지만 잉글랜드 축구협회로부터 견책처분을 받았다. 이 사건 후 퍼거슨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SNS와 관련해 한마디를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Time’이라는 영어단어에 대한 해석차이다.


[동영상 보기]'SNS는 인생의 낭비다' 발언의 시초가 된 기자회견

“There are a million things you can do in your life without that. Get yourself down to the library and read a book. Seriously. It is a waste of time.”

퍼거슨은 “그것(SNS)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은 수만가지 있다. 차라리 도서관에서 가서 책을 읽는 게 낫다. 정말로, 그건 시간 낭비(waste of time)다”고 말했다.


텔레그라프에 소개된 퍼거슨의 SNS관련 언급. 이 기사에도 'waste of time'으로 소개되어 있다

이 말은 영국의 가디언, 텔레그라프 등 몇몇 언론에서도 기사화 될 정도로 당시는 화제를 끌었지만 한국에서는 조금 더 다르게 읽혔다. 바로 ‘Time’이란 단어를 ‘시간’이 아닌 ‘인생’으로 바꾼 것. 물론 굳이 의역을 하면 Time을 인생으로 바꿀 수도 있지만 이는 다소 많이 넘어선 의역이다. 영어사전에서도 Time은 ‘시간’이란 단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왜곡과 인용을 통해 ‘현대의 명언’이 된 퍼거슨의 말

그러나 국내에서는 ‘시간’이 아닌 ‘인생’이라는 단어로 ‘Time’이 해석됐고, ‘It’이라는 대명사는 SNS 혹은 트위터 등 명확한 용어로 지칭되면서 ‘SNS는 인생의 낭비다’ 혹은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다’의 줄임말로 ‘트인낭’으로 소개되며 회자됐다.

더욱 재밌는 것은 국내에서만 이 말이 유독 회자된다는 점이다. 외국에서는 이 말이 명언은커녕 회자조차 되지 않는 말이지만 국내에서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퍼거슨의 명언’이라는 말로 급속하게 돌았고 유명인들도 이 말을 방송 등의 매체를 통해서 인용하면서 국내에서는 어느새 ‘현대의 명언’에 올랐다.


문화평론가 허지웅은 JTBC의 한 프로그램에서 퍼거슨의 말이라고 소개했다

아무래도 퍼거슨 전 감독이 박지성을 통해 국내에 알려지면서 세계 축구계의 명장이라는 믿음과 더불어 ‘필리포 인자기는 오프사이드 라인에서 태어난 것 같다’와 같은 독특한 명언을 남겼기에 ‘명언 제조기’의 인상도 있었기에 그가 정확히 하지 않은 말조차 더욱 회자가 된 것으로 보인다.

▶참 잘 어울리는 SNS의 폐해

퍼거슨의 명언으로 각인 된 ‘SNS는 인생의 낭비다’는 정말 수많은 예를 통해 갈수록 설득력을 쌓아갔다. 연예인은 홍보 수단용으로, 일반인들은 인맥 관리와 장거리에서 자신의 근황을 전할 수 있는 용도로 활용하는 장점이 있는 SNS는 연예인은 실언과 지나친 홍보로 이미지에 타격을, 일반인들 역시 무개념 발언이나 지나치게 편향된 생각을 SNS를 통해 밝히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무래도 SNS를 이용하게 되면 단순히 연동된 친구만이 아닌 전 세계인이 언제 어느 시간에도 이를 볼 수 있게 되면서 시간이 갈수록 SNS는 수많은 장점과 정확히 반비례하게 많은 폐해를 낳고 있다.

결국 퍼거슨 경이 말했다고 왜곡된 ‘SNS는 인생의 낭비다’라는 발언은 현대사회에서 갈수록 SNS의 병폐가 명확히 드러나면서 더더욱 설득력을 얻는 명언으로 거듭나게 됐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텔레그라프,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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