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DTD(Down Team is Down). 영어 어법과 문장에 처음부터 끝까지 맞지 않는 이 표현은 국내에서는 이미 '전설'에 가까운 용어가 되어버렸다. 소위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라는 말로 해석되는 이 'DTD'는 과연 언제, 어떻게 생겨난 말일까.

▶2005년 김재박 감독의 인터뷰에서 나온 DTD의 발단

때는 2005년 4월 말. 현대 유니콘스(현 넥센 히어로즈)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김재박 감독은 당시 팀이 7위에 쳐지며 쉽지 않은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었다. 이에 김재박 감독은 경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성적 부진에 대해 묻는 질문에 "5월이 되면 내려가는 팀이 나온다"고 웃으며 얘기했다.

이 말은 당시 현대와 반대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4년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던 롯데가 4월 말까지 리그 상위권을 지키는 것에 대한 비꼬임이 아니냐는 추측이 흘러나왔다.

김재박 감독의 인터뷰는 롯데가 5월에도 리그 3위를 유지해 `공언'이 되는가 싶었지만 최종 순위 5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야구팬들에게 크게 화제가 됐다. 물론 현대도 7위에 그치며 자신들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5월이 되면 내려가는 팀이 나온다'의 왜곡과 자승자박

많은 이들이 한 이야기를 전하다보면 진위가 왜곡되기 쉽다. 인터넷 상에서 김재박 감독의 "5월이 되면 내려가는 팀이 나온다"라는 말도 일명 'DTD'혹은 '내팀내(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로 변질이 됐다.

하지만 이 말은 시즌 초반 좋은 성적을 보이다가 순위가 추락하는 팀이나 선수를 일컫는 `전문용어'로 자리를 잡으면서 지금까지 널리 쓰이고 있다

특히 이 말의 `원저작자'가 된 김재박 감독은 2007년 LG로 자리를 옮겨 4월까지 리그 2위까지 치고 올라가며 놀라움을 선사했지만 시즌 최종 순위 5위에 그치며 본인의 `명언'이 자신에게 실현되는 안타까운 순간을 맞기도 했다.

▶왜곡에서 이론으로… 파생 단어까지 만들어낸 DTD

이 용어는 단순히 야구를 넘어 모든 스포츠에서 지나친 초반 스퍼트에 대한 경계를 뜻할 때 두루 사용되고 있다. 김재박 감독은 인터뷰에서 "편하게 한 말인데 그 말이 인상 깊었나 보다"며 웃어넘겼다. 그러나 한 방송에 출연해 어느새 '이론'이 돼버린 DTD가 여전히 맞다고 보는지에 대해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해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DTD의 어원은 실제로는 '5월이면 되면 내려가는 팀이 나온다'라는 말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이 말로 인해 시즌 초반 지나치게 예상 성적보다 높게 나오는 팀에게는 'DTD 이론을 깨라'는 징크스가 부여되기도 하고,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의 반대말인 '올라갈 팀은 올라간다'(올팀올, UTU) 등 이와 파생되는 다른 말들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처럼 왜곡에서 시작된 DTD는 인터넷 상에서 돌고 돌며 어느새 '이론'급으로 격상됐고 짧고 강렬한 단어 탓에 파생단어까지 만들어 내며 인터넷 상에서 어느새 '명언'이 되어버렸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스포츠코리아 제공, MBC

*인터넷에서 수없이 회자되며 '전설'이 되어버린 스포츠 용어가 있다. 스포츠한국에서는 그 용어의 어원을 찾아 그 말이 왜 생겨났고 이 말의 미친 영향과 숨은 의미를 분석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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