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사실 '인생은 이호준처럼'이란 말은 부정적 어감을 가졌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호준이 NC 이적 후 팀의 기둥으로 거듭나면서 이 말은 어느새 부정적 의미가 많이 희석됐다. 이호준도 스스럼 없이 '인생은 이호준처럼'이란 말을 좋아한다고 밝힐 정도다. 과연 왜 '인생은 이호준처럼' 살아야 하는 것일까.

▶3할이 필요한 시기는? '주전 등극', 'FA직전'

선수들에게는 두 번의 중요한 시기가 있다. 주전으로 확고히 등극해야하는 신인 시절과 FA를 앞뒀을 때다. 이호준은 정확히 이 두 시기에서 맹활약하며 '인생은 이호준처럼'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1996년, 1군 데뷔 후 2년간 주전 경쟁에 힘겨워했던 이호준은 1998시즌 폭발한다. 3할3리의 타율은 물론, 19홈런 77타점의 거포본능까지 선보이며 홈런과 타율 모두 리그 10위를 기록하며 주전으로 등극한 것.

생애 첫 3할으로 주전에 등극한 이호준을 눈여겨본 SK는 2000시즌 투수 성영재와 맞트레이드로 그를 데려왔고 이후 이호준은 13년간 SK맨으로 활약한다.

물론 그가 13년이나 SK에서 뛸 수 있었던 것은 FA로 SK에 더 남았기 때문이다. 2007시즌 후 FA자격을 얻을 수 있었던 그는 당해 인생 두 번째 3할타율(0.313)에 14홈런 71타점의 활약을 했고 이 덕분에 4년 총액 34억원의 성공적인 FA계약을 맺었다.

2007시즌 3할 타율을 기록한 후 3할과는 거리가 멀었던 이호준은 두 번째 FA를 목전에 뒀던 2012시즌 5년 만에 첫 3할을 다시 달성했다. 타율 3할, 18홈런 78타점은 주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1998시즌과 거의 비슷한 성적(0.303 19홈런 77타점)을 기록한 이호준은 당시 창단팀 NC에 3년 총액 20억원에 이적했다.


빨간 줄로 친 년도가 이호준의 3할 기록 시기, 정확히 '주전 등극'과 'FA직전'이다

즉, 이호준은 주전으로 등극할 때, FA선언을 할 때(2007, 2012년) 총 세 번의 중요한 시기에 모두 3할을 기록했고 이로인해 중요한 기로 때 맹활약한 그의 모습을 보고 야구 팬들은 '인생은 이호준처럼'이라며 인터넷에 회자했다.

▶사실, 전성기는 따로 있었던 이호준

이호준이 야구인생에서 3할을 딱 세 번 기록했고 그 세 번이 공교롭게도 주전 등극과 FA직전이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단순히 이호준을 중요한 시기에만 잘했던 '얌체 같은 선수'로 인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사실 이호준의 전성기는 따로 있기 때문이다.

이호준은 2003시즌에는 타율은 2할9푼을 기록했지만 무려 36홈런 102타점의 맹활약을 했다. 또한 2004시즌에도 2할8푼의 타율에 30홈런 112타점의 거포본능을 유감없이 뽐냈다.

1998, 2007, 2012시즌 때 3할대 타율을 기록하고도 20홈런과 80타점을 넘기지 못했던 것에 비해 2003, 2004시즌은 홈런과 타점에서 압도적인 모습으로 리그 최고 타자의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진짜 전성기는 이때라고 봐야한다.

'인생은 이호준처럼'이라는 말이 단순히 중요한 시기에 좋은 활약을 펼치는 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사실 이호준이 2003혹은 2004시즌 종료 후 FA자격을 얻었다면 더 많은 금액을 거머쥐었을 것이다.

▶본인의 활약으로 부정의 의미를 긍정으로 바꾼 이호준

'인생은 이호준처럼'은 부정적인 뉘앙스가 많았다. 큰 활약이 없다가 중요한 시기에만 활약하는 '얌체'같은 모습을 비꼬는 말에서 시작된 것이다. 어찌 보면 2000년과 2001년 타율 2할3푼대에 머무른 저조한 활약과 2008년은 고작 8경기 출전 등의 활약은 이러한 비아냥거림에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호준은 FA로 이적한 2013시즌부터 비록 3할을 기록하지 못하더라도 신생팀 NC에 필요한 노장으로서 경험 전수는 물론 타선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준수한 활약(2년 연속 20홈런 이상)으로 창원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결국 처음에는 '인생은 이호준처럼'이라는 부정적 뉘앙스는 많이 사라졌고 현재 이 말은 이호준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한 방송사는 야구 광고에 '인생은 이호준처럼'이란 말을 직접적으로 쓸 정도로 재밌는 일화가 됐다.

이호준도 인터뷰를 통해 "어린 아이들은 나한테 손가락질을 하며 '어~ 이호준처럼이다'라고 말하고, 40대쯤 되는 분들은 일이 잘 안 풀린다며 내 손을 잡고 기를 받아가고 싶다고 하는 경우도 많다"며 "난 '인생은 이호준처럼'이라는 말이 참 좋다"고 밝혔다.

이호준 스스로의 활약으로 부정적 뉘앙스의 말을 긍정의 의미로 바꿔놓았다. 어쩌면 첫 시작은 부정적이었다할지라도 긍정적 뉘앙스로 바꾼 이호준의 인생사를 보면 정말 '인생은 이호준처럼' 살아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진=MBC 스포츠플러스, KBO, 스포츠코리아 제공

*인터넷에서 수없이 회자되며 '전설'이 되어버린 스포츠 용어가 있다. 스포츠한국에서는 그 용어의 어원을 찾아 그 말이 왜 생겨났고 이 말의 미친 영향과 숨은 의미를 분석해봤다.

[어원을 찾아서①] 전설의 'DTD'는 왜곡에서 시작됐다
[어원을 찾아서②] '류거나'와 '포거베'는 결과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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