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의 눈

태안 기름 유출 사태가 세밑 움츠러든 국민들의 마음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었다.

하지만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 했던가. 태안반도로 향하는 봉사의 손길은 되레 이웃의 정을 확인시키며 훈훈한 미담을 낳고 있다.

태안반도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킨 두 가지가 있었다. 배우 배용준이 지난 12일 3억2,000만원이라는 거액을 성금으로 쾌척했다. 같은 날 SBS 예능 프로그램 (연출 하승보)팀은 태안으로 내려가 팔다리를 걷어붙였다.

의 방송 분량은 15일 전파를 탔고 큰 반향을 불러모았다. 배용준이 태안반도의 사건의 심각성을 알렸다면 은 심각성을 눈으로 확인시켰다.

이후 배우 박진희 유준상 김강우 등이 태안을 찾았다. 태안을 직접 찾지 않더라도 다수의 연예인이 성금을 기탁하고 도움을 손길을 호소했다. 은 18일 답사단을 내려보낸 데 이어 19일 다시 한번 태안을 찾았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일부 시각은 곱지 못하다. 태안반도의 사건을 빌미로 이름을 알리려 한다는 막말도 서슴지 않는다. 조금 더 설득력 있는 표현도 있다. "남모르게 일하라" "굳이 방송에서 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타다.

일견 수긍이 간다. 하지만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갖는 파급 효과를 고려치 못한 판단이다. 19일 태안 재난 상황실로 전화를 걸어 봤다. 많은 공공기관이 대선일을 휴무일로 지정해 놓은 터라 전화를 받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수화기 넘어 들리는 재난 상황실의 분위기는 꽤 분주한 듯했다. 재난 상황실 계장은 "도움을 주신 연예인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상황실 계장의 말은 이렇다. "방송이 안 됐으면 이렇게 많이 왔을까 궁금하다. 태안 사태를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억측이다. 이전까지 기관과 단체가 주로 봉사에 참가했다면 요즘은 개인과 가족 단위 봉사 지원이 많다. 방송과 보도를 접하고 달려왔다고 얘기한다. 오늘(19일)은 태안으로 들어서는 도로가 막히기도 했다. 유명인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 효과가 대단한 것 같다. 태안의 소식을 널리 알려준 모든 분께 감사한다."

그러면서 한 가지 부탁을 해 왔다. "희망적인 보도를 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도무지 손 쓸 수 없을 것 같던 상황이 십시일반 힘이 모여 개선의 여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태안 주민이 원하는 것은 사태가 원만히 수습될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라는 얘기다. 태안으로 달려가기 보다는 손가락 몇 번 굴려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연예인들을 곱씹기 바쁜 악플러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얘기가 아닌가 싶다.

시작이 반이다. 참여하지 않는 것보다 참여하는 쪽이 훌륭하다. 진부하고 투박한 표현이다. 그러나 정답이다. 방송을 위해서건, 명예를 위해서건, 이미지를 위해서건 비난의 화살을 던지기 전에 태안의 기름 구덩이에 몸을 던지는 것이 먼저 아닐까.

아직도 악플을 남기고 싶은가? 그렇다면 TV를 끄고, 인터넷창을 닫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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