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포츠코리아)
[스포츠한국 윤승재 기자] 시련의 계절이 찾아왔다. 하지만 여느 때보다 바람이 더 차갑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한국야구를 대표했던 선수들이 하나둘씩 은퇴를 발표하거나 구단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여러 문제가 겹쳤다. 에이징 커브와 부상 등으로 기량이 저하되기도 했지만, 시즌을 일찍 막마한 팀들이 분위기 쇄신과 리빌딩을 위해 고참 선수들을 정리하면서 시련이 찾아왔다. 여기에 코로나19로 구단 운영까지 어려워지면서 선수단 정리가 불가피해졌고, 기량과 성적이 애매해진 고참 선수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박용택(41)은 시즌 전부터 은퇴가 계획돼있었지만, 나머지 은퇴를 선언한 선수들은 다소 의외였다. 계속되는 부진에 2군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던 김태균(38)이 시즌 도중 은퇴를 선언했고, 정근우(38)와 권혁(37)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베테랑들도 시즌 후 은퇴를 택하며 유니폼을 벗었다.

2002년 데뷔해 19년 동안 'LG의 심장‘으로 맹활약한 박용택은 꾸준한 활약으로 통산 최다 경기(2236경기), 최다 안타(2504개), 역대 2루타 3위(441개)의 금자탑을 쌓으며 한국야구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이번 시즌 은퇴를 선언하면서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으나, 팀이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면서 고대했던 우승 반지를 끼지 못하고 아쉽게 은퇴했다.

김태균 역시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2001년부터 한화에서 활약한 김태균은 2010~2011시즌 일본 프로야구 진출(지바 롯데 마린스) 이력을 제외하고는 줄곧 한화에서만 뛰었지만, 우승반지는 끼지 못했다. 역대 최다안타 3위(2209안타), 최다루타 4위(3557루타), 통산 출루율 2위(0.421), 통산 타율 5위(0.320) 등 굵직한 기록을 남긴 김태균은 2009년 WBC 대표 등 국가대표에서도 거포 우타자로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이번 시즌 흘러간 세월을 이겨내지 못하고 67경기 타율 0.239로 부진, 결국 은퇴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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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2루수’라는 별명과 함께 ‘근성의 아이콘’이라 불렸던 정근우도 은퇴를 선언했다. 2000년대 후반 SK 왕조의 주역으로서 2014년 한화로 이적해서도 활약을 이어갔던 정근우는 지난 시즌 LG로 이적했으나 에이징커브의 여파를 극복하지 못하고 시즌 직후 은퇴를 선언했다. 2루수로서 골든글러브를 세 차례나 차지했고 득점왕 2번에 끝내기 안타 최다 기록(16개)을 보유한 데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15 프리미어12 우승 등 국가대표에서 굵직한 한 획을 그었던 정근우였기에 그의 은퇴는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삼성 왕조의 주역이자 우승반지를 6개나 갖고 있는 ‘우승청부사’ 권혁도 함께 은퇴를 선언했다. 2000년대 중후반 삼성의 필승조로서 활약하며 2010년대 초반 팀이 왕조를 일구는 데 탄탄한 활약을 펼쳤던 권혁은 이후 2015년 한화로 이적해서도 묵직한 구위를 자랑하며 ‘불꽃남자’로 거듭났다. 권혁은 2019년 두산으로 이적해서도 여전한 구위로 팀의 우승에 힘을 보태긴 했지만 세월을 이겨내지 못했다. 159홀드로 역대 두 번째로 많은 홀드 기록을 보유한 채 아쉬운 은퇴를 선언했다.

이들 뿐만 아니라 SK와 두산의 안방을 지켰던 정상호(37)와 두산과 롯데 등에서 마당쇠 역할을 묵묵히 해내며 숱한 은퇴 위기를 넘긴 김승회(39) 역시 은퇴를 선언, 정든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한편, 방출 칼바람을 맞은 베테랑 선수들도 많다. 정근우와 함께 국가대표 테이블세터로 이름을 날리며 이번 시즌 한화의 주장으로 맹활약한 이용규를 비롯해 2017년 KIA의 우승 주역인 김주찬, 2012년 홀드왕으로 SK의 불펜진 중심을 잡았던 박희수 등이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으며 팀과 결별했다. 채태인과 윤석민도 SK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이들 대부분은 현역 연장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을야구에 실패한 팀들이 강력하게 리빌딩을 선언한 가운데, 애매한 기량과 비교적 높은 연봉의 베테랑을 영입하기엔 리스크가 따른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워진 구단 사정도 무시할 수 없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KBO리그 중흥기를 이끌었던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선수들이 하나둘씩 은퇴를 선언하고 방출을 당하는 등 추운 겨울을 맞고 있다. 이들의 아쉬운 퇴장과 집단 시련에 아쉬움이 더욱 크게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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