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투수는 옆보다 앞으로 던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게 최선이죠. 김하성은 그냥 빨리 좋은 곳으로 가면 좋겠어요(웃음)"

SK 박종훈은 특이한 투수다. 일단 폼이 그렇다. 손등이 지면을 스치듯 공을 뿌리는 전형적인 잠수함 투수다. 옆구리 투수보다 훨씬 더 낮은 포인트에서 공을 던진다. 남들과는 다른 투구 폼을 갖고 있기에 정글과도 같은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았고 지금은 SK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2015시즌 6승을 시작으로 2016시즌 12승, 2017시즌 14승, 2018시즌 8승, 그리고 작년 8승을 따내며 49승을 찍었다. 50승에 1승 남긴 상황에서 2020년 시즌이 시작됐다. 5월 7일과 14일 두 경기를 선발로 나갔지만 팀은 모두 패했다.

박종훈 뿐 아니라 팀 전체가 무너졌다. 7일 한화전부터 19일 키움전까지 무려 10경기를 연달아 패했다. 20일 경기마저 무너지면 팀 역사상 최다 연패인 11연패와 타이다. 거기까지는 가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지난 20일 키움전에 선발로 나온 박종훈은 이를 악물고 공을 뿌렸다.

5이닝 동안 93개의 공을 던졌고 6피안타 3개의 4사구, 그리고 1피홈런 6탈삼진 3실점을 찍었다. 박종훈은 전력을 다해 피칭에 임했고, 팀 타선도 함께 터지면서 길고 길었던 연패의 늪에서 탈출, 5-3으로 이겼다. 본인도 개인 통산 50승째, 팀은 13경기 만에 나온 시즌 2승째였다. 20일 키움전 승리는 그만큼 의미가 컸다.

박종훈은 "정말 이렇게 길게 연패를 할 것이라 생각하지도 못했다. 20일 경기 등판 때는 생각이 많았던 것 같다. 선수들끼리 좀 더 파이팅도 외치고 소리 지르면서 액션도 취했다. 삼진을 잡으면 더 크게 박수도 치고 했다. 공 던지면서 '제발'이라고 속으로 말했다. 똑같은 일을 또 당하기 싫다"라고 이야기 했다.

고비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천적' 김하성에 첫 타석, 그것도 130km짜리 직구인 초구를 던졌다가 홈런을 맞기도 했다. 이어 나온 두 번의 타석에서는 볼넷으로 모두 내보내며 승부를 피했다. 박종훈은 "첫 타석에서 너무 안일하게 던진 것 같다. 전날 볼넷도 모두 의도한 것이다. 정말 김하성은 칠 수 있는 공은 다 치는 것 같다. 무슨 공을 던져야 할지 모르겠다"며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박종훈. 스포츠코리아 제공
실제 김하성은 박종훈을 상대로 30타수 14안타 타율4할6푼7리 4홈런을 기록 중이다. 천적도 이런 천적이 없다. 박종훈도 "예전에 다른 구종으로 승부를 해봤는데 포크볼 던져도 홈런을 맞는다. 직구는 그냥 맞고 커브도 가끔 맞는다. 다 맞아봤다"라면서 "김하성한테는 계속 어렵게 갈 생각이다. 안타든 볼넷이든 똑같지 않나. 야구를 잘하니까 빨리 좋은 곳(MLB)로 가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또 하나 박종훈에 이슈가 몰리는 것은 바로 도루다. 20일 경기에서 키움 타자들은 1루에 나가기만 하면 불티나게 2루로 도루를 시도했다. 무려 5명의 주자에 도루를 허용했다. 투구 폼이 갖고 있는 태생적 문제가 여기서 드러난다. 박종훈 본인도 당연히 알고 있는 문제다.

그는 "알고 있다. 하지만 밸런스가 무너지니 템포를 통해 갖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계속 주자 견제에 대한 훈련은 꾸준히 하지만 안타를 맞지 않으려고 하다보면 오히려 쫓기는 느낌이 든다. 평소에는 도루를 주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지만 20일 경기에서는 안타를 맞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고 언급했다.

박종훈을 옆에서 지켜본 염경엽 감독은 "그 점은 박종훈의 폼이 갖고 있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최대한 스트레스 안 받고 던졌으면 한다. 어떻게 템포 싸움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자꾸 견제를 하는 것은 주자에게 끌려가는 것 아니겠나"라며 주자가 아닌 투수가 상황을 리드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쨌든 박종훈도 투수는 옆보다 앞으로 던지는 것이 더 중요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 역시 "그게 최선이다"라며 "하지만 당장 수정을 하기엔 밸런스 문제도 있기에 감독님 말씀처럼 템포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며 "그래도 이전에 비해 제구 문제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안 나오는 것을 보니 한 단계 더 올라간 것 아니겠나. 다른 팀 감독님들도 이제 볼넷이 안 나오니 나가면 뛰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다"라며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스한 이슈人 : 바로 이 사람이 이슈메이커. 잘하거나 혹은 못하거나, 때로는 너무 튀어서 주인공이 될 만한 인물을 집중 조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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