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2017 KBO리그]⑥테임즈 빠진 '특급 외인타자' 자리, 누가 채울까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매 시즌이 그렇듯 프로야구 감독은 ‘파리목숨’이다. 특히 2017시즌은 KBO리그 10개 팀의 사령탑의 면면에 큰 변화가 발생했다.

2016시즌이 끝난 뒤 새롭게 사령탑을 교체한 팀은 총 4개 팀(넥센, SK, 삼성, kt)이다. 2015시즌이 끝난 뒤 수장을 바꿨던 팀이 롯데(조원우 감독) 한 팀 뿐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큰 폭의 물갈이였다.

리그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넥센을 제외한다면 감독을 교체한 세 팀은 포스트시즌을 경험하지 못한 하위권에 머물렀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지난해 10월 SK사령탑에서 물러난 김용희 전 감독의 말처럼 역시 프로는 성적으로 말해야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셈. 올 시즌 호성적을 위해 감독 교체에 나선 구단별 새 감독의 면면을 살펴본다.

사진 왼쪽부터 넥센 장정석 감독, SK 트레이 힐만 감독, 삼성 김한수 감독, kt 김진욱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장정석호’ 넥센, 이번에도 파격 인사 통할까

염경엽 전 감독의 자진 사퇴로 준플레이오프 일정 이후 잠시 동안 내홍을 겪었던 넥센은 파격적인 감독 선임을 단행했다. 바로 지난해 10월 27일 장정석 운영팀장을 신임 감독으로 선임한 것.

넥센의 결정은 지난 2012년 염 전 감독을 선임했을 때 보다 야구계에 더욱 큰 충격을 안겼다. 장정석 신임감독은 지난 1996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데뷔해 KIA에서 현역 생활을 마무리 했지만 감독은 물론 코치 경험도 일천한 인물이었기 때문.

물론 지난 2012년 10월 김시진 감독을 대신해 염경엽 감독을 선임했을 당시에도 넥센의 선택은 ‘파격’으로 불렸지만, 감독직을 맡기 이전 염 전 감독의 보직은 작전·주루코치였다. 게다가 그는 이미 2000년대 현대에서 전력 분석원은 물론 수비코치를 맡은 경험이 있었기에 장정석 감독 선임 보다는 충격파가 덜했다.

그러나 넥센은 유명세는 다소 떨어졌지만 구단 내부 사정에 밝았던 염경엽 전 감독의 성공사례를 통해 장정석 신임 감독에게도 과감히 기회를 부여했다.

지난 2005년 현대의 프런트로 합류했던 그는 2008년 사실상 현대의 선수단을 물려받은 넥센에서도 구단 업무를 맡았다. 장 감독의 이력은 현대와 넥센에서 오랜 기간 프런트와 코치 생활을 했던 전임자 염 전 감독과 비슷한 구석이 많다. 심지어 감독 부임 당시의 나이(2012년 염경엽 44세, 2016년 장정석 43세)까지 비슷하다.

이장석 감독은 장정석 감독을 선임하며 “코치 경험이 없어 감독이 될 수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선입견이다”며 “각 파트의 이해관계를 가장 슬기롭게 풀어내고 조율할 수 있는 필드매니저가 필요했고, 장 감독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는데 주력한 것.

다시 한 번 파격을 통해 승부수를 건 넥센. 장정석 감독은 염경엽 전 감독을 잇는 ‘제2의 숨은 진주’로 거듭나고자 한다.

'힐만 선임’ SK, 외국인 감독 승부수 띄우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SK 역시 넥센만큼이나 예상외의 인물을 감독으로 선임했다. 바로 지난해 10월 27일 미국인 트레이 힐만 감독을 신임 감독으로 낙점한 것. 2년 총액 160만 달러(약 18억 2000만원)라는 거액의 계약금까지 지불했다. 국내 감독으로서는 최고 수준의 대우. 감독 이·취임식까지 열어주며 성대하게 힐만 감독을 맞이한 SK다.

SK는 지난 2013년부터 올시즌까지 최근 4시즌간 부진한 성적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 기존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최종 결론은 힐만 감독으로 정해졌다. 거금을 투자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감독으로 재직했고, 2006년에는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를 맡아 일본시리즈까지 우승했던 만큼 감독으로서의 역량은 검증된 지도자다.

여기에 메이저리그에서 다년간 육성디렉터, 스카우트까지 역임할 정도로 선수 발굴 및 조련에도 강점을 가졌다는 평가.

특히 힐만이 가진 일본 프로 무대에서의 성공 경험은 SK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아시아 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한 만큼, 한국에서도 쉽게 적응할 수 있으리라 내다본 것.

지난해 11월에 열렸던 감독 이·취임식 이전부터 구단 측에 영상자료를 요청해 선수단의 전력 분석을 마쳤을 정도로 힐만 감독의 열의는 대단했다.

그는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선수들을 가르치고 육성하겠다”며 “이를 통해 좋은 경기력과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지난 2008년 롯데에 부임하며 KBO리그의 최초 외국인 감독이 된 제리 로이스터의 성공사례를 재현해보고자 하는 SK의 바람은 호성적으로 귀결될 수 있을까. 힐만 감독의 첫 시즌인 2017시즌에 기대가 모아진다.

왕조 시대 작별 고한 삼성, 김한수 표 '젊은 리더십'의 결말은

삼성은 파격까지는 아니지만 감독 교체만으로도 큰 충격을 안겨줬다. 지난 2014시즌까지 통합 4연패를 이끌며 단숨에 명장 반열에 오른 류중일 전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던 것. 이미 2016시즌 말미, 차기 시즌에 대한 구상을 준비 중이었던 류 감독이었기에 선수들조차 류 감독의 퇴진을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

2016시즌 9위라는 최악의 성적과 마주하자 삼성은 류 전 감독과 과감하게 이별하고, 대신 지난해 10월 15일 김한수 코치를 새로운 사령탑에 앉혔다. 팀 전력의 향상과 구단의 변화·혁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삼성은 관록 대신 젊은 리더십의 김한수 감독을 택했다.

이른바 삼성 왕조의 기틀을 세운 류중일 체제는 2016시즌을 마지막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향했다. 대신 김한수 감독은 젊음과 활력을 강조했다.

그는 “젊고 활력 넘치는 새로운 팀 컬러를 구축하고, 신인 유망주 육성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감독 뿐만 아니라 단장까지도 함께 교체한 삼성은 그 어느 때 보다도 큰 변화의 기로에 놓여있다. 팀의 주축 선수였던 좌완 투수 차우찬과 외야수 최형우가 FA 자격을 얻고 팀을 떠났고, 이를 대신해 내야수 이원석과 우완 투수 우규민이 영입된 것.

선수단 개편이 필연적인 상황이라 ‘젊은 피’ 김한수 감독의 지도력은 시작부터 큰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김한수 감독은 지난해 10월 17일 취임식을 통해 “경쟁을 통해 선수단 전력을 상승시키는 것은 물론, 오직 실력으로만 선수들을 평가하고자 한다”라는 각오를 드러냈다. 이전의 모든 기록들은 배제한 채 모든 선수들을 원점에서 재평가하겠다는 것. 이러한 김 감독의 성향은 지난해 11월에 열렸던 마무리캠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반등을 위해 혁신적인 개혁안을 내놓은 김 감독인데, 그의 젊은 리더십이 삼성을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쇄신 선언’ kt 김진욱 감독, 탈꼴찌 이끌까

kt 김진욱 감독.kt wiz 제공

kt는 지난해 10월 18일 조범현 감독을 대신해 김진욱 감독을 새 감독으로 선임했다. kt는 지난 2015년을 시작으로 KBO리그에 호기롭게 입성했지만 성적은 2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결국 도약을 위해서는 현 시점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kt 경영진은 조범현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대신 지난 2012년부터 2시즌 간 팀을 두산의 사령탑을 맡았던 김진욱 감독을 선임했다.

kt는 비록 김진욱 감독이 지난해부터 2시즌 간 어느 팀에도 소속되지 않은 채 이른바 `야인'으로 지냈지만, 프로야구 해설위원을 맡아 현장과 동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높이 샀다.

게다가 해설위원으로 활동할 때 날카로운 분석으로 호평을 받았던 점은 kt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외부 인사로 2년간 kt를 객관적으로 바라본 만큼 kt가 가진 문제점을 보다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

김진욱 감독은 지난해 10월 18일 취임식을 통해 “효율적인 구단 운영으로 인성, 근성, 육성을 모두 이뤄내 성적 상승에 성공하겠다”며 “쇄신을 통해 지난해 보다 20승을 더 올리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김 감독의 포부와는 달리 kt의 사정은 여전히 여의치 않다. 어떤 식으로든 전력 보강이 절실했던 kt는 외부 FA에서 침묵을 지켰다.

외부 FA 시장에서 큰 손이 될 것이라 호언장담했지만, 연말까지 내부 FA인 이진영의 계약조차 매듭짓지 못했다. 11월 30일 김준교 사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돌연 사임하는 등 어수선한 프런트 상황 속에서 kt는 그렇게 빈손으로 스토브리그를 마감했다.

결국 올시즌 역시 내부자원들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할 처지인 kt다.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기에 두산에서 보여줬던 ‘덕장’ 김진욱 감독의 지도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kt의 2017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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