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2017 KBO리그]⑤신임 사령탑 4인방, 신바람 불러올까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지난 2014시즌부터 세 시즌 동안 KBO리그를 대표하는 ‘대형 외인타자’로 군림했던 테임즈는 한국 무대를 뒤로 한 채 미국으로 떠났다.

자연스레 2017시즌 외국인 타자의 지형도는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과연 테임즈를 대신해 리그를 호령할 ‘괴물타자’ 자리는 누가 차지하게 될까.

테임즈가 남겨둔 ‘리그 최고의 외국인 타자’ 왕관을 차지하기 위한 외국인 타자들의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특히 기존의 외국인 타자들과 새로 합류하는 외국인 타자간의 치열한 경쟁이 불꽃튈 전망이다.

▶‘구관이 명관’: 에반스, 대니돈, 히메네스, 로사리오

사진 왼쪽부터 두산 에반스, 한화 로사리오, LG 히메네스. 스포츠코리아 제공
두산 에반스는 지난 시즌 그가 세운 기록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던 선수다. ‘판타스틱4’로 불리는 화려한 선발진(니퍼트,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과 지난 시즌 ‘붙박이 4번 타자’로 급부상한 김재환 등에 밀려 화제성이 덜했던 것이 사실.

그러나 두산은 지난 시즌 종료 후 에반스에게 선뜻 재계약 계약서를 내밀었을 정도로 그의 활약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지난 시즌 타율 3할8리, 24홈런, 81타점을 기록했다.

이로써 그는 두산 외국인 타자로서 지난 2002년 우즈 이후 무려 14년 만에 한 시즌 20홈런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3할 타율-20홈런으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조용히 자신의 몫을 다했다.

다만 테임즈와 같은 특급타자로 분류하기에는 다소 모자란 감이 있다. 수비력 보완도 다음 시즌 에반스의 과제 중 하나지만, 상대적으로 저조한 득점권 타율(0.266, 109타수 29안타)역시 보완해야 할 부분.

넥센 대니돈은 사실 만족스러움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지난해 129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9푼5리, 16홈런, 70타점을 기록했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합격점을 주기에도 어딘가 부족했다. 당초 잔류가 아닌 이별까지도 예상됐었다.

대니돈은 넥센의 중심타선을 구성했지만 16홈런에 그쳤다. 그를 거포라고 부를 수 없는 이유. 기대했던 장타력 역시 기대에 못 미쳤다. 설상가상 시즌 종반에는 허리와 무릎 부상에 시달리면서 출전 명단에서 제외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넥센은 예상을 깨고 대니돈을 재신임하기로 결정했다. 넥센은 부상으로 인해 그가 자신의 기량을 모두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두 번째 기회를 부여했던 것. 물론 그는 지난 2015년에 비해 10만 달러가 삭감된 연봉(65만 달러)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야 했다.

대니돈은 지난해 11월 재계약 당시 “내가 좋은 선수라는 것을 팀과 팬들에게 증명하고 싶다”며 명예회복을 향한 굳은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LG 히메네스는 장수 외인의 길로 들어서는 모양새. 지난 2015시즌 중반에 팀에 합류했던 그는 2017시즌에도 LG와 함께한다. 지난 시즌 전반기만 하더라도 히메네스는 테임즈 못지 않은 괴물타자였다.

히메네스는 지난 시즌 전반기 80경기에 나서 타율 3할3푼8리, 22홈런, 66타점을 기록했다. 높게만 느껴졌던 40홈런 고지도 충분히 밟을 것이라 예상됐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상황은 뒤바뀌었다. 전반기에 못 미친 활약(타율 0.263, 4홈런, 36타점)에 그쳤던 것은 물론 포스트시즌에서도 정상 페이스를 되찾지 못했다.

물론 시즌 성적은 135경기 3할8리, 26홈런, 102타점으로 준수했다. WAR(대체선수 승리 기여도) 역시 4.85로 팀내 야수들 가운데 가장 높다.

한국에서 맞이한 첫 풀타임 시즌의 교훈은 분명하다. 전반기의 페이스를 후반기에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히메네스의 올시즌 최대 관건이 될 전망.

한화 로사리오는 테임즈가 떠난 ‘괴물 타자’ 자리를 물려받을 가장 강력한 후보다. 로사리오는 127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2푼1리, 33홈런, 120타점을 기록했다. 홈런은 리그 공동 4위, 타점은 5위, 장타율(0.593)은 4위였다. 사실상 모든 지표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

여기에 그는 지난 1999년 로마이어의 109타점을 넘어 한화 역대 외국인 단일 시즌 최다 타점 기록까지 수립했다. 물론 소속팀 한화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지만, 그는 구단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외국인 타자로 남았다.

메이저리그 복귀까지도 가능해보였고, 실제로 시즌 종료 이후 메이저리그 복귀를 타진하기도 했지만 로사리오의 최종 선택은 한화 잔류였다. 한화 입장에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 이에 한화는 지난달 8일 150만 달러라는 거액 연봉을 그에게 안겼다.

올 시즌 로사리오는 40홈런 고지를 향한 전진은 물론 한화 역대 단일 시즌 최다 타점(김태균 2016년 136타점) 경신을 위해 구슬땀을 흘릴 예정.

▶패기의 새 얼굴: 스크럭스, 버나디나, 워스, 모넬

사진 왼쪽부터 kt행이 확정된 조니 모넬, SK에 입단한 대니 워스, NC에 입단한 재비어 스크럭스. ⓒAFPBBNews = News1
지난 시즌의 활약을 바탕으로 한국 생활을 이어가는 외국인 타자들이 있는가 하면 기존의 체제에 도전장을 내민 외국인 타자들도 있다.

먼저 NC가 테임즈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영입한 재비어 스크럭스의 이름이 눈길을 끈다.

182cm, 97kg의 건장한 체구를 가진 스크럭스는 기본적으로 1루수지만 외야 전 포지션을 책임질 수 있는 선수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외야수로 나섰지만, 한국에서는 1루수를 맡았던 테임즈가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대목.

전형적인 거포형 타자라는 점도 NC의 구미를 당기게 했다. 그는 지난 시즌 트리플 A 93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9푼, 21홈런, 50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시즌 장타율(0.565)이 커리어 하이에 해당됐다는 점은 눈여겨 볼 만 하다.

다만 NC의 첫 번째 영입 대상이 아닌 차선책이었다는 점은 우려를 낳게 한다. 당초 NC는 kt로 향한 조니 모넬을 외국인 타자로 점찍고 협상에 나섰지만, 협상 종반 더 높은 계약금을 제시한 kt에 선수를 빼앗겼다.

NC는 차선책으로 스크럭스를 선택했던 것. 그러나 NC는 “파워히터로서, 주력까지 갖춘 선수가 스크럭스다”며 “NC의 ‘달리는 4번 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며 신뢰감을 드러냈다.

KIA는 고심 끝에 장수 외인이었던 필과의 이별을 선택했고, 대신 로저 버나디나를 영입했다. 만 34세인 그는 189cm, 92kg의 건장한 체격을 지녔다. 결코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7시즌, 마이너리그에서 13시즌을 뛴 만큼 관록으로 승부하겠다는 각오.

버나디나는 외야 전 포지션을 책임질 수 있을 정도로 수비 범위가 넓고, 마이너리그 통산 244도루를 기록했을 정도로 주루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다만 과감한 타격 스타일 탓에, 선구안에서 약점을 보이고 있다. 성공적 연착륙을 위해선 반드시 개선되어야할 부분 중 하나. 오랜 기간 ‘효자 용병’으로 불렸던 필 이상의 활약을 펼쳐야 한다는 부담감도 그가 이겨내야 할 과제다.

SK는 타격에서는 합격점을 받았지만, 수비에서 약점을 고스란히 노출했던 고메즈와 이별하고 다시 한 번 유격수를 영입했다. 바로 대니 워스가 그 주인공. 워스는 홈런 보다는 2루타 등 중거리포를 생산하는데 능한 ‘갭 파워 히터’ 스타일이다. 출루율과 컨택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SK의 평가. 출루율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던 고메즈의 모습과 맞물리는 SK의 결정이었다.

워스는 지난 시즌 트리플 A에서 타율 3할3푼, 11홈런, 48타점, 출루율 4할3푼1리, 장타율 5할2푼5리의 성적을 남겼다. 주목할 점은 지난 2시즌 간 기량이 급격하게 상승했다는 부분. SK는 출루율과 수비에서 강점을 보이는 워스를 통해, 고메즈의 기억을 지우고자 한다.

kt가 공을 들여 영입한 조니 모넬은 포수와 지명타자, 1루수까지도 겸업이 가능한 선수다. 마이너리그 통산 11시즌간 타율 2할7푼1리, 107홈런, 482타점을 기록했다. 그는 당초 NC 입단이 유력했지만, kt는 NC보다 높은 계약금을 제시하며 모넬 쟁탈전의 최종 승자가 됐다.

kt가 이렇게까지 모넬에 공을 들인 이유는 간단하다. 김상현의 이탈로 인해 무주공산이 된 1루 자리를 채우기 위함인 것.

마이너리그 통산 601경기를 포수로 나섰기에 아무래도 포수 미트가 익숙한 모넬이지만, 그는 지난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1루 전업을 준비해 왔다. kt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김진욱 감독 역시 그를 1루수로 기용할 뜻을 내비친 바 있다. 미국에서는 포수를 주로 맡았지만, 한국에서 1루수로 전업해 성공한 로사리오의 전철을 밟고자 하는 모넬이다.

아직까지 외국인 타자를 찾지 못한 삼성과 롯데는 때는 다소 늦었지만 신중을 기해 수준급 선수를 영입하겠다는 계획. 두 팀이 해를 넘겨가면서 신중을 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발디리스로 처참한 실패를 맛봤던 삼성은 지난 시즌의 과오를 씻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롯데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FA 황재균의 잔류 여부에 따라 외국인 타자 영입 노선이 달라지는 탓에, 그의 거취 문제가 결론이 나는 대로 본격적인 외국인 타자 영입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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