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박석민.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잠실=이재현 기자] 플레이오프에서 결정적인 순간 마다 홈런포를 가동하면서 NC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내야수 박석민(31)이 플레이오프를 넘어 한국시리즈에서의 맹활약을 예고했다.

NC는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2016 KBO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8-3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3승1패를 기록한 NC는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이날 경기 최대 승부처는 단연 7회였다. LG는 5회부터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선발 우규민을 내리고 ‘에이스’ 허프를 올렸다. 허프는 6회까지는 무실점 완벽투를 보이면서, NC의 타선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7회 들어 허프의 견고한 벽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박석민으로부터 시작됐다.

박석민이 이날 경기 가장 높은 곳에서 빛났던 시간은 1-1로 맞선 7회초였다. 선발 6번 3루수로 출전한 박석민은 1-1로 팽팽히 맞선 7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LG의 두 번째 투수 허프의 2구째 시속 149km 직구를 좌월 솔로포(비거리 110m)로 연결했다.

지난 대결 결과를 안다면 더욱 흥미를 자아내는 장면이었다. 지난 22일 2차전에서도 허프를 상대로 0-0으로 맞선 7회말 결승 투런포를 때려낸 바 있던 박석민은 4차전에서도 허프를 상대로 다시 한 번 아픔을 안겼던 것. 지난 경기 허프를 상대로 홈런을 때려냈던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증명해 보였다.

박석민이 시리즈 내내 때려낸 극적인 2홈런은 모두 결승타로 이어졌고, NC의 3승중 2승이 박석민으로부터 연결됐다. 이러한 맹활약을 펼친 그가 플레이오프 시리즈 MVP로 선정된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박석민은 겸손했다. 그는 “제가 시리즈 MVP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해커(4차전 데일리 MVP)가 받아야 하지 않나 생각 한다”며 “투수들이 좋은 경기 잘 만들어줘서 좋은 타구도 나올 수 있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박석민은 7회초 허프를 상대로 결정적인 홈런을 때려냈던 순간을 회상했다. 운이 좋았다는 것이 그의 의견. 그는 “초구를 한 번 지켜봤는데, 이건 도저히 못 때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체인지업이 들어오고 삼진을 당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며 “따라서 몸쪽 직구만 어떻게든 때려내자고 마음을 먹었는데, 상대 실투가 나왔다. 공이 몰렸던 것이다. 그렇게 좋은 결과가 나왔다”라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은 NC. 그러나 아직 축제는 끝나지 않았다. 정규리그 1위 팀인 두산을 넘어야 하는 NC다. 이에 박석민은 “두산이 정말 강한 팀이지만, 야구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아니겠는가. 우리가 시리즈를 어떻게 잘 즐기느냐에 따라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보다 더욱 잘 즐겨야한다”라고 다소 의외의 필승 전략을 언급했다. 올시즌까지 포함해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에 출전하는 포스트시즌 베테랑의 유연한 사고였다.

지난 시즌까지 삼성에서 뛰면서 다년간의 포스트시즌 경험을 보유한 박석민은 선수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못 치면 못 칠 수도 있다’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쉽게 말해 마음을 내려놓고 경기에 임해야한다”며 “정규시즌과는 달리 움찔하는 면도 있는데, 그런 부분도 생각하지 말고 과감하게 경기에 나서야한다. 결과는 나중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라고 말했다.

플레이오프 4경기를 거쳤음에도 체력적인 부담은 전혀 없다고 밝힌 박석민. 그는 여전히 보여줘야 할 것이 많다며, 시리즈 MVP 수상에 결코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이번 포스트시즌 자신의 활약 정도에 대해 “아직 멀었다. 게다가 한국시리즈가 남아있지 않은가.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줘야 할 것들이 여전히 많다”라고 밝혔다.

긴장한 기색 없이 즐기면서 2016 플레이오프를 지배한 박석민. 흔히 ‘열심히 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넘어서지 못한다고 한다. 매 경기 긴장감이 넘치는 포스트시즌 마저 ‘즐기는 선수’가 될 정도로 성장한 박석민은 이제 한국시리즈까지 즐기며, 다시 한 번 시리즈를 접수할 채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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