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신인드래프트에서 KB손해보험의 지명을 받은 박현빈(18·성균관대). 알고보니 중학생 시절 학교폭력 전력이 있었다. 그런데 징계는 '2022~2023시즌 2라운드까지 출전정지'가 전부였다.

박현빈은 4일 서울 청담동 호텔 리베라에서 펼쳐진 2022~2023 KOVO 남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6순위로 KB손해보험의 지명을 받았다.

후인정 감독(왼쪽)·박현빈. ⓒKOVO
후인정 감독(왼쪽)·박현빈. ⓒKOVO

그런데 박현빈의 학교폭력 전력이 밝혀졌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4일 "박현빈이 2022 남자 신인선수 드래프트 참가 신청 시 제출한 서약서에서 품위 손상 행위 사실을 기재했다"고 밝혔다.

KOVO는 2020~2021시즌 학교폭력 문제로 곤혹을 겪은 바 있다. 여자부 V리그 최고 스타였던 이재영과 이다영이 중학교 시절 학교폭력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배구팬들이 충격을 받았다.

결국 KOVO는 학교 폭력 연루자에 관해 최고 영구제명 징계를 줄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신인 드래프트시 학교 폭력과 관련한 서약서를 의무로 제출하도록 했다. 박현빈은 신설된 제도 속에서 징계를 받은 첫 사례로 남게 됐다.

그런데 징계의 수위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박현빈에게 2022~2023시즌 2라운드까지 출전정지 징계가 내려졌다. 한 라운드가 6경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12경기 출장정지다.

언뜻 보면 시즌의 3분의 1을 뛰지 못하는 것이기에 중징계처럼 보이지만 박현빈이 이제 막 프로의 세계에 뛰어든 신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무의미한 징계다. 박현빈이 잠재력을 갖춘 세터인 것은 맞지만 신인이 곧바로 출전하기에는 프로의 벽이 만만치 않다.

심지어 세터는 공격수들과 호흡이 중요한 포지션이다. 아직까지 KB손해보험 공격수들과 호흡을 맞추지 못한 박현빈으로서는 징계가 없다 하더라도, 2라운드까지 출전시간을 가져가기 힘들었다. 나오더라도 매우 제한된 시간을 부여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2라운드까지 출전하지 말라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지는 징계다. 팀의 에이스들이 '12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는 것과는 결이 다른 징계인 셈이다.

KOVO는 "학교폭력 조치사항으로 '전학' 등의 조치를 이행한 점, 자진 신고한 점, 4년 전 중학생 시절 발생한 점을 고려해 신인선수 드래프트 참가 자격을 제한하지 않았다"면서 "향후 학교폭력 적발 사례가 있는 선수의 적극적인 자진 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상벌위에서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KOVO의 설명처럼 자진신고를 한 선수에게 혜택을 부여해야하는 것은 맞다. 그래야 자진신고를 유도할 수 있고, KOVO도 배구팬도 몰랐는데 뒤늦게 학교폭력이 불거져 V리그의 가치가 훼손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스포츠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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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4년 전 중학생 시절 발생한 학교폭력’이라는 타이틀은 징계 수위를 낮추는 이유로 적절하지 않다. 이재영-이다영 자매도 중학생 시절 학교폭력이었다. 이 두 선수는 현재 V리그에서 뛰지 못하고 있는데, 박현빈에게는 ‘어렸을 때 벌어진 일’로 치부되서는 안되는 것이다.

또한 아무리 자진신고였더라도, 실효성이 있는 징계를 내렸을 때 팬들이 납득할 수 있다. 선수 입장에서도 정당한 ‘벌’을 받고 팬들에게 섰을 때, 조금이나마 용서를 구할 수 있다. 그런데 KOVO의 징계는 너무 가벼웠다.

2020~2021시즌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학교폭력 논란은 아직도 배구팬들에게는 회자되고 있다. KOVO는 팬들에게 ‘학교폭력’에서 자유로워진 V리그를 선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자진신고 제도를 도입했고 자진신고한 사람에게 어느정도의 징계 수위를 낮추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신인 선수에게 2라운드까지 출전하지 않고 3라운드부터 출전하라는 것은 배구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징계가 아니다. 좀 더 팬들이 수긍할 수 있는 징계가 나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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