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블로 빅뱅 유니코 [사진제공=위블로]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이탈리아의 시계 판매업체 ‘Binda’에서 32년간 근무하던 카를로 크로코(Carlo Crocco)가 자신만의 시계 브랜드를 선보이고자 세운 회사가 위블로(HUBLOT)다. 위블로는 프랑스어로 ‘porthole’ 즉 ‘둥근 창’을 뜻한다.

최초로 골드와 고무 스트랩이 결합한 1980년 위블로 론칭은 시계업계 전반에 큰 화제를 몰고 왔다. 일부에선 내구성 등 몇몇 부분에 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그리스의 콘스탄티누스, 스페인의 후안 카를로스(그는 열혈 위블로 매니아), 스웨덴의 구스타브 등에서 모나코 왕자에 이르기까지 왕족들이 줄줄이 위블로를 착용하며 이것은 세련되고 럭셔리한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로서 명성을 얻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후 시간이 지나며 위블로 열기는 시들었다. 카를로 크로코는 시계 세일즈보다 각종 단체 후원이나 자선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위블로 브랜드를 통해 그걸 실천하고 싶었다. 따라서 브랜드는 매우 좋은 인식을 얻어갔던 반면 세일즈 침체로 수백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즈음 등장한 것이 시계마케팅의 귀재 장 클로드 비버(69)였다.

당시 장 클로드 비버가 스와치 그룹을 떠나 위블로로 옮기자 주변에선 메이저에서 마이너로 옮기는 게 이해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 시계시장을 양분하는 거대한 스와치 그룹에 비해 당시 위블로는 하나의 작은 독립 시계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카를로 크로코는 비버에게 CEO 및 20% 지분, 운영 총괄 및 4인 구성 디렉터 등의 좋은 조건으로 그를 스카우트했다. 장 클로드 비버는 2004년 6월부터 위블로 업무에 돌입했다. 타 시계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위블로만의 키포인트(메시지)가 ‘고무’라고 주장하던 창업자 크로코에 반해 비버는 ‘융합(퓨전)’이라고 다른 주장을 폈다. 고무만으론 변별력의 한계가 있다고 본 비버는, 말레이시아의 나무에서 얻는 천연 고무, 그리고 남아프리카에서 나오는 금, 즉 이 두 대륙이 모인 두 가지 요소를 취하고 합친 융합(퓨전)이 위블로의 진정한 메시지라고 설파했다. 그리고 비버의 이러한 주장이 잘 담긴 첫 작품이 바로 위블로 ‘빅뱅’이다.

44.5mm 골드/스틸 케이스에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카본 다이얼, 티타늄 H형 스크류의 세라믹 베젤, 블랙 PVD로 처리된 텅스텐 로터, 케블라 러그 디스크, 크라운과 푸시 피스에 고무 삽입, 그리고 물론 스트랩도 고무인 빅뱅은 2005년 바젤월드에서 첫 선을 보였다. 비버가 전하고자 했던 ‘퓨전’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은 빅뱅은 눈에 띄는 존재감으로 그해 11월 세계적인 디자인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 여세를 몰아 위블로는 왕족을 비롯한 제한된 특정 마케팅에서 탈피한 새로운 방법론을 시도했다. 흑인, 운동선수 등등 스위스 하이엔드 시계 산업이 오랫동안 관심 갖지 않던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이 그것이다. 전례 없는 파트너십을 통해 미국 프로농구팀, 유럽 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유명 뮤지션, 올림픽 선수 및 F1 레이서 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눈을 돌렸다. 이를 기념하고 각각 마케팅 계약을 통해 여러 종류의 한정판 시계가 출시됐다.

장 클로드 비버는 브랜드 홍보에도 열중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온라인 화상회의 및 기타 다양한 형태로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이야기했다. 이와 같은 비버의 노력으로 2008년까지 위블로 매출은 2000만 달러에서 1억9500 만 달러로 급증했다. 비버는 위블로를 드라마틱하게 재정비해 스위스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브랜드 중 하나로 만든 것이다.

2008년 4월 카를로 크로코는 위블로를 세계 최대의 럭셔리 그룹 LVMH(루이뷔통모에헤네시)에 매각했다. LVMH 회장인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는 다양한 럭셔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시계 라인은 부족한 감이 있었다. 99년 가을 3개월 동안 태그호이어, 에벨(이후 모바도 그룹에 판매) 및 제니스를 출시하는 정도(불가리는 제외)였다. 따라서 위블로와 LVMH의 만남은 충분히 긍정적인 시너지가 발휘되는 순간이다. 2014년 베르나르 아르노는 LVMH 시계 부서를 만들고 장 클로드 비버가 이 부서를 총괄하도록 했다. 여기엔 위블로 뿐만 아니라 태그호이어, 제니스도 포함됐다.

위블로는 최고가의 하이엔드 워치 중 하나임에도 권투경기를 비롯한 각종 스포츠의 메인스폰서로 활약하며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더해갔다.

국내 포털에 위블로를 검색하면 다음과 같은 문구가 뜬다. “Art of Fusion HUBLOT / 융합(fusion)은 인생이자, 하나의 철학입니다. 위대한 업적은 이처럼 심플한 생각에서 비롯됩니다.”

클로드 비버가 다져놓은 위블로의 메시지와 브랜드 정체성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광고 문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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