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파도 파도 미담만 나온다. 기자회견에서도 어쩜 그렇게 자신을 낮추고 동료들과 국민들에게 공을 돌리는지. 월드컵전만해도 무명에 가까웠던 조현우(27)는 이제 김병지-이운재에 이어 한국 축구의 ‘국민 골키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월드컵 축구 대표팀이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1승 2패의 성적을 거두고 귀국했다. 귀국 후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인물이라면 역시 조현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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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조현우는 월드컵전, 정확히 말해 6월 18일 스웨덴전이 있기전까지만해도 무명에 가까웠다. 그러나 단 3경기에서의 맹활약으로 전국민적 스타가 된 것은 물론 전세계가 주목하는 골키퍼가 됐다. 단 11일만에 사람의 인생이 이렇게 바뀔 수 있는가를 조현우가 보여줬다.

유명세의 이유는 당연히 월드컵에서 보여준 활약상 덕분이다. 스웨덴전부터 조현우는 그야말로 선방쇼를 선보이며 전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조현우는 경기 당일 아침, 신태용 감독으로부터 선발 출전을 명받았을 정도로 마지막까지 주전 골키퍼가 될지 안될지도 모르던 선수였다. 그럼에도 맹활약을 했고 비록 0-1로 스웨덴에 패했어도 ‘조현우 덕분에 1실점밖에 안했다’는 평가가 나오게 했다.

한경기 활약이 전부가 아니었다. 멕시코, 독일전에서도 선방은 이어졌고 결국 조별리그 최고의 골키퍼에 외신, 국내 모두 조현우를 뽑는데 서슴치 않았다. 조현우가 없었다면 독일전 기적같은 승리도 없었을 것임이 자명했다. 오죽하면 2-0으로 이겼는데 골키퍼 조현우가 피파 선정 최우수 선수에 뽑혔을 정도다.

조현우의 언행 역시 재평가되고 있다. 조현우는 독일전 MOM 선정 이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제가 아니라 김승규, 김진현 골키퍼가 나왔어도 이정도 했을 것”이라며 자신을 낮추고 뛰지 못한 동료들을 위하는 모습으로 감동을 자아냈다. 또한 선방의 이유에 대해 “제가 아닌 국민들이 막은 것”이라며 국민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음을 밝혔다.

이외에도 과거에 포털 댓글에 소속팀 대구FC의 경기를 보러와달라며 독려한 글이나, 자신의 유니폼을 팬들에게 나눠주겠다고 약속한 것, 아내를 향한 진한 사랑이 돋보이는 SNS글 등이 화제가 되면서 호감도가 더욱 올라가고 있다.

국민 골키퍼가 되기 충분하다. 과거 한국에는 ‘국민 골키퍼’로 국민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 골키퍼가 있었다. 김병지가 시초였다. 김병지는 톡톡튀는 헤어스타일과 놀라운 선방쇼, 동물적 감각, 가끔씩 보이는 기행 등은 골키퍼가 한국축구의 아이콘이 된 처음이자 마지막 사례이기도 했다.

김병지 이후에는 이운재가 2002 한일 월드컵 스페인전 승부차기 선방과 카메라를 향해 날린 미소로 10년가까이 국민 골키퍼 자리를 확고히 지켰다.

하지만 이운재, 김병지 은퇴 이후에는 ‘국민 골키퍼’로 여겨지는 이는 없었다. 정성룡, 김승규, 김진현 등도 나름의 활약은 했지만 전국민적 인지도는 아쉬웠다. 시대의 아이콘이라고 보긴 힘들었다.

그러나 조현우라는 무명이 혜성같이 등장하면서 활약도와 언행 등으로 전국민적 사랑을 받으면서 다시금 한국 축구는 ‘국민 골키퍼’를 가지게 된다. 남은 것은 조현우가 자만하지 않고 지금의 기량을 더 갈고 닦고 축구팬들에게 받는 사랑을 보답하는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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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한 이슈人 : 바로 이 사람이 이슈메이커. 잘하거나 혹은 못하거나, 때로는 너무 튀어서 주인공이 될 만한 인물을 집중 조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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