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수진 기자]“신태용 감독님의 말씀이 제게 반환점이 됐습니다.”

말의 힘은 무겁다. 한 마디 말은 천 냥 빚을 갚기도 하고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 신태용 감독의 한 마디는 베테랑 염기훈(34·수원 삼성)에게 큰 울림을 줬다.

염기훈이 20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2017 대상 시상식에서 베스트 11으로 뽑혀 소감을 말하고 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염기훈은 20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2017 대상 시상식에서 베스트11 미드필더로 뽑히는 기쁨을 누렸다.

2006년부터 올 시즌까지 K리그 통산 311 경기에 나와 61득점 99도움을 올린 염기훈은 기록이 증명하는 ‘베테랑’이다. 최근 발표된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 명단을 비롯해 여러 차례 대표팀에 차출되며 한국 축구를 이끌어왔다.

그런 염기훈에게도 흔들리는 순간이 있었다. 축구 선수로 서른넷은 결코 적지 않은 나이다. 여러 차례 달았던 태극마크는 분명 영광이었지만 결과에 따라 국민의 비난도 감수해야했다. 흔들리던 마음을 잡아준 것은 신태용 감독의 한 마디였다.

시상식 전 인터뷰에서 염기훈은 올 시즌과 축구 선수로서 인생을 되돌아보며 신태용 감독을 언급했다.

“신태용 감독님께서 나이에 상관없이 컨디션 좋은 선수를 대표팀으로 선발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한 마디가 적지 않은 나이인 제게 동기를 부여하고 반환점이 됐습니다.”

이제 서서히 은퇴를 고민하게 된 염기훈에게 나이가 아닌 선수의 몸 상태와 기량을 보고 뽑겠다는 신태용 감독의 말은 크게 와 닿을 수밖에 없었다.

수원 삼성 염기훈. 스포츠코리아 제공
염기훈은 자신의 올 시즌을 돌아봤을 때 가장 칭찬할 점으로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소화해낸 것”을 꼽았다. 어느 정도 나이가 찬 선수들은 한해, 한해 몸 상태가 급격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부상을 당했을 때 회복도 점점 더뎌진다.

신태용 감독의 말에 “용기를 얻고 욕심이 더 생겼다”고 밝힌 염기훈은 21일 공개된 EAFF E-1 챔피언십 명단에도 합류하며 다시 한 번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다.

“항상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 뛸 겁니다. 그만큼 간절하니까요.”

염기훈의 그라운드 시계는 아직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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