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2월 13일, 달레이 블린트(27·맨유)는 오렌지 군단의 일원이 됐다. ‘강호’ 이탈리아와 친선 경기에 왼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당시 네덜란드 국가대표팀을 이끌던 루이스 판 할 감독은 블린트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고 그를 수비의 중심축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은 블린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은 블린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대회 직전, 전술의 핵이었던 케빈 스트루트만이 부상을 당하며 위기를 맞은 네덜란드였지만 블린트가 해결사로 떠올랐다. 본업인 왼쪽 풀백은 물론 윙백과 중앙 수비수, 수비형 미드필더를 오가는 멀티 능력을 뽐내며, 조국의 선전에 앞장섰다.

조별리그 첫 경기였던 스페인전에서 정확한 롱 크로스로 로빈 판 페르시의 환상적인 헤더골을 도왔고, 아르연 로번의 추가골에도 기여하면서 팀의 완승(5-1)을 이끌었다. 개최국 브라질과 맞붙은 3~4위전에서는 A매치 데뷔골까지 터뜨리며, 네덜란드가 3위를 차지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이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사령탑에 부임한 판 할 감독은 애제자를 잊지 않았다. 판 할은 파트리스 에브라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블린트를 맨유로 불러들였다. 맨유 팬들도 아약스와 브라질 월드컵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인 블린트에게 큰 기대를 보였다.

블린트는 왼쪽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를 오가며 리그 25경기(2골·2도움)에 출전하는 등 만족스러운 EPL 데뷔 시즌을 보냈다. 부상에 발목 잡히지 않았다면 더 좋은 활약도 가능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지난 2015~2016시즌에는 센터백으로 입지를 굳혔다. 크리스 스몰링과 호흡을 맞추며 리그 35경기(1골·1도움)에 모습을 드러냈고, 리그 최소 실점(35) 달성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2016~2017시즌에는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블린트는 시즌 초반에 열린 맨체스터 더비와 첼시전에서 잇달아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며 조세 무리뉴 신임 감독의 신뢰를 잃었다. 피지컬과 제공권의 약점이 두드러지면서 에릭 바이와 스몰링, 마르코스 로호, 필 존스 등에게 주전 자리를 내줬다.

블린트는 멀티 능력을 뽐내며, 맨유의 챔피언스리그 복귀에 큰 역할을 했다 ⓒAFPBBNews = News1
하지만 블린트는 스몰링과 로호, 필 존스 등이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기회를 잡았다. 신체 조건의 약점을 지능으로 메우면서 맨유의 짠물 수비(38경기 29실점)에 힘을 보탰다. 특히, 유로파리그 준결승과 결승전에서 안정적인 수비력을 뽐내며, 맨유의 챔피언스리그 복귀에 큰 역할을 했다.

2017~2018시즌 블린트는 왼쪽 풀백으로 돌아왔다. 중앙에는 바이와 존스, 스몰링 등 기존 선수들에 더해 빅토르 린델로프까지 새롭게 합류하면서 경쟁이 살벌하다. 무리뉴 감독은 잉글랜드 국가대표 풀백 대니 로즈 영입에 실패하면서, ‘멀티남’ 블린트에게 주전 자리를 허락했다.

새 시즌 블린트의 활약은 준수하다. EPL 3라운드까지 매 경기 선발 출전했고 무실점(3경기)에 힘을 보탰다. 다만 공격적인 부분에서 힘을 더할 필요가 있다. 맨유는 3경기에서 무려 10골을 뽑아냈다. 7,500만 파운드(약 1,084억 원)의 사나이 로멜루 루카쿠, 마커스 래쉬포드, 앤서니 마샬 등이 폭발하면서, 맨유는 강력한 우승 후보의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중앙에 집중된 공격이 걱정이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루카쿠는 물론이고 래쉬포드와 마샬도 중앙을 선호한다. 헨리크 미키타리안과 후안 마타도 측면보다 중앙이 어울린다. ‘중원 사령관’ 폴 포그바도 중앙에서 공격을 풀어주고, 중거리 슈팅에 재능이 있다.

‘3경기 10골’이라는 기록만 보면 훌륭하지만 답답함을 지울 수 없다. 지난달 27일, 레스터 시티와 리그 홈경기도 마찬가지였다. 레스터 시티가 중앙에 수비를 밀집했음에도 맨유는 중앙만을 고집했다. 볼을 돌리다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거나 무리한 드리블 돌파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블린트의 공격력이 필요한 맨유 ⓒAFPBBNews = News1
결국 풀백이 해결해줘야 한다. 맨유는 올여름 이반 페리시치와 가레스 베일 등 측면에서 활약해줄 수 있는 선수 영입을 시도했지만 끝내 실패했다. 공격수 출신인 안토니오 발렌시아를 제외하면 측면 돌파 이후 크로스를 올려줄 수 있는 선수가 마땅치 않다. 미키타리안과 마타, 래쉬포드, 마샬 등은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어 득점을 노리는 것을 좋아한다.

블린트의 측면 활약이 필요하다. 지난 4일 불가리아와 2018 러시아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보여준 것(2도움)처럼 측면을 휘젓고 크로스를 도맡아야 한다. 맨유 화력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무리뉴 감독은 2018년 겨울 이적 시장에서 공격적인 측면 자원을 영입할 것이 확실하다. 풀백으로 돌아온 블린트의 전반기 활약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스포츠한국 이근승 객원기자 lkssky0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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