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지난 9일 오전 3시 45분(한국 시각) 마케도니아 스코페에 위치한 필립 2세 국립 경기장에서 열린 ‘2017 UEFA(유럽축구연맹) 슈퍼컵’ 레알 마드리드와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인터밀란의 이반 페리시치(왼쪽)와 레알 마드리드의 가레스 베일. ⓒAFPBBNews = News1
맨유는 로멜루 루카쿠(190cm), 폴 포그바(191cm), 네마냐 마티치(194cm) 등 압도적인 신체 조건을 앞세워 초반 10분의 분위기를 잡았지만, 루카 모드리치(174cm), 토니 크로스(182cm), 카세미루(184cm)의 세밀함과 노련함을 이겨내지 못했다. 가레스 베일과 이스코 등의 스피드와 개인기를 제어하는 데도 실패했다.

기량 차이를 드러내며 준우승에 머문 맨유지만,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맨유는 2시즌 연속 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UCL)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세계 최고의 팀 레알을 상대로 꽤 잘 싸웠다. 루카쿠와 마티치, 빅토르 란델로프 등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의 적응이 완전치 않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미래가 기대되는 경기였다.

그러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은퇴 이후 EPL 우승권에서 멀어진 현실, UCL 출전을 장담하지 못하는 성적 등 그간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과제가 확실했다. 믿고 보는 조세 무리뉴의 2년 차 시즌을 위해서도 숙제 해결이 필요하다.

현재 맨유는 상대 측면을 휘젓고, 정확한 크로스로 피지컬의 압도적인 우위를 극대화할 선수가 부족하다.

슈퍼컵에서도 우측 풀백 안토니오 발렌시아를 제외하면, 측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선수가 없었다. 선발 출전한 헨리크 미키타리안은 측면보다 중앙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고, 제시 린가드는 존재감이 없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된 마커스 래쉬포드도 빠른 스피드와 드리블 능력을 갖췄지만, 중앙에서 득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스트라이커가 어울린다. 앙토니 마샬도 측면보다 중앙이 어울리는 선수다.

맨유의 화려했던 시절에는 세계 최고의 측면 자원들이 있었다. 영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트레블을 달성했던 시절(1998~1999시즌)에는 데이비드 베컴과 라이언 긱스가 있었고, UCL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시기(2007~2008시즌)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었다. 2007~2008시즌 UCL 8강과 4강에서 맹활약했던 박지성도 윙어였다.

맨유가 원하고 있는 인터밀란의 이반 페리시치. ⓒAFPBBNews = News1
무리뉴 감독도 마찬가지다. 2004년 여름 첼시에 입성하며 EPL 도전을 선언했을 때, 아르연 로번과 데미안 더프를 앞세워 큰 재미를 봤다. 레알 지휘봉을 잡았을 때는 말이 필요 없는 ‘쌍포’ 호날두와 베일을 활용하며, 바르셀로나가 독식하던 리그 우승을 빼앗아왔고, UCL 16강 징크스를 탈출하는 등 훌륭한 성적을 거뒀다.

이러한 역사 때문일까. 맨유는 인터밀란의 이반 페리시치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 페리시치는 186cm의 건장한 체격을 지닌 전통적인 윙어로 준수한 스피드, 정확한 크로스, 수비수 2~3명을 제쳐낼 수 있는 드리블을 자랑한다.

맨유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베일 영입이다.

베일은 2016~2017시즌, 잦은 부상으로 인해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주전 경쟁에서도 밀려났고, 새 시즌을 앞둔 친선 경기에서도 불안한 행보를 이어갔다. 슈퍼컵에서 건재함을 과시하기는 했지만, 결승골을 뽑아낸 이스코의 활약에 비하면 아쉬움이 있었다. 레알이 킬리안 음바페에 큰 관심을 보인다는 점도 베일의 맨유 이적 가능성을 높여준다.

EPL 적응이 필요 없는 가레스 베일은 맨유의 명가 재건을 위한 최상의 카드다 ⓒAFPBBNews = News1
다만, 3,000억 원에 가까운 몸값을 기록한 네이마르, 1,115억 원의 루카쿠 등 심각하게 과열된 이적 시장이 부담이다. 레알이 음바페를 손에 넣지 못한다면, 베일이 맨유로 향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맨유의 현실적인 대안은 페리시치, 이상적인 영입은 베일이다. 슈퍼컵에서 드러난 과제, 맨유와 무리뉴의 화려했던 과거를 돌아보면, 전통적인 윙어 영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스포츠한국 이근승 객원기자 lkssky0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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