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은 아르센 벵거 감독이 부임한 1996년 이후 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UCL) 진출에 실패한 적이 없었다.

역사적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무패 우승을 달성한 2003~2004시즌 이후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는 못했지만, 4위권 진입에는 매번 성공했다. 명가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하지만 2016~2017시즌은 달랐다. 아스널은 EPL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선 알렉시스 산체스(28·칠레)를 앞세워 리그 우승을 노렸지만, 4위 안에 들지 못했다.

UCL에서는 16강에서 만난 바이에른 뮌헨(독일)에 최종 스코어 2-10으로 완패하는 굴욕까지 맛봤다. 아스널이 무려 21년 만에 UCL 무대를 밟지 못하게 된 것이다.

팬들은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아스널이 가능성이 풍부한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운영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메수트 외질(28·독일)과 산체스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영입하며 우승에 대한 꿈을 이야기하지 않았었나. 벵거의 퇴진 목소리가 힘을 얻기 시작했고, 산체스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선수 영입을 요구했다.

프랑스 리그를 평정했던 알렉산드르 라카제트

그러나 아스널은 팬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단은 벵거와 2년 재계약을 체결하며, 명예회복을 다짐했다. 에이스 산체스와 재계약이 불명확하고, AS 모나코 ‘특급’ 킬리안 음바페(18)와 토마스 르마(21) 영입이 지지부진한 상태지만, 프랑스 리그를 평정한 스트라이커 알렉상드르 라카제트(26·프랑스)를 영입해 불만의 목소리를 낮추는 데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EPL 신입생 라카제트의 어깨가 무겁다. 이적 시장의 상황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라카제트가 2017~2018시즌 아스널의 최대 영입이자 희망일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라카제트의 재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라카제트는 아스널이 오랜만에 영입한 초대형 공격수다. 프랑스 리그 명문 올림피크 리옹에서 275경기에 나서 무려 129골을 기록했다.

특히 2016~2017시즌에는 리그 30경기 출전(선발 28) 28골을 뽑아내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내기도 했다. 2014~2015시즌 이후 3시즌 연속 리그 20골 이상 기록에도 성공하면서, 꾸준함까지 증명했다.

일각에서는 ‘제2의 앙리’가 등장했다며, 라카제트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175cm로 신장은 그리 크지 않지만, 단단한 몸을 지녔다. 골 결정력은 유럽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동료를 활용하는 패스 능력도 갖췄다. 수비수 1~2명 정도는 쉽게 따돌릴 수 있는 드리블과 중거리 슈팅 능력도 보유했다.

아스널이 지난 시즌 정통 스트라이커로 불리는 올리비에 지루를 대신해 산체스를 최전방에 활용했던 만큼, 라카제트의 활용에도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UCL 출전을 원하는 산체스가 남고, 전력 보강이 더 이루어진다면, 아스널의 2017~2018시즌 도전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더군다나 새 시즌에는 UCL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리그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다.

명예회복을 다짐한 아스널인 만큼, 라카제트의 맹활약이 절실하다 ⓒAFPBBNews = News1
하지만 프랑스를 떠난 적 없는 라카제트이기 때문에 너무 큰 기대는 실망으로 바뀔 수도 있다. EPL은 프랑스 리그와 비교해 훨씬 거칠고,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EPL에서는 실패했지만, 프랑스 리그로 떠나 부활의 날개를 편 멤피스 데파이(23·네덜란드)와 마리오 발로텔리(26·이탈리아)가 대표적인 예다.

프랑스와 비슷한 평가를 받는 네덜란드 리그를 거쳐 EPL에 입성했던 마테야 케즈만(은퇴)과 빈센트 얀센(23·네덜란드)의 경우도 라카제트의 성공에 의구심을 표하는 또 하나의 이유.

EPL의 왕으로 군림했던 티에리 앙리(은퇴)가 떠난 이후 확실한 스트라이커를 찾지 못했던 아스널. 그가 떠난 이후 아스널은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음은 물론이고, UCL에서도 평범한 팀으로 전락했다. 과연 라카제트는 명가 재건을 꿈꾸는 아스널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스포츠한국 이근승 객원기자 lkssky0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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