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부활의 날갯짓을 펼치고 있다. 맨유는 지난 세 경기에서 리그 6연승을 달성했는데 그들이 기록한 득점은 총 7골. 이는 경기 당 2.3골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6골이 정답이다.

지난달 27일(이하 한국시각) 맨유와 선덜랜드간의 2016~20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8라운드에서 맨유의 헨릭 므키타리안이 선보인 이른바 ‘스콜피온 킥’은 묘기에 가까웠지만, 사실 명백한 오프사이드였다. 쉽게 말해 오심이었던 것.

‘박싱데이’에 발생한 오심은 한 차례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 1일 맨유와 미들즈브러와의 EPL 19라운드에서는 석연치 않은 판정이 맨유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6)가 기록한 골을 앗아갔다.

하늘도 즐라탄의 억울함을 알아준 것일까. 즐라탄은 지난 3일 열렸던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전에서 명백히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음에도 득점을 올렸다. 미들즈브러전의 아쉬움을 달랜 셈.

앞서 언급한 세 골은 퍼포먼스적인 면에서 흠잡을 데 없는 골이었다. 그러나 만약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하 비디오 판독)이 존재했다면 맨유가 지난 3경기 동안 올린 승점은 그대로 9점이었을까.

클럽월드컵에서 선보인 비디오 판독 시스템. ⓒAFPBBNews = News1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

현재 비디오 판독에 회의적 시각을 보이는 이들의 공통된 의견은 비디오 판독이 경기 흐름을 저해시킨다는 점이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비디오 판독은 팀을 재정비할 기회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는 역할로 ‘제2의 하프타임’이 될 수 있다.

2016 FIFA(국제축구연맹) 클럽월드컵(이하 클럽월드컵)에서는 총 두 차례의 비디오 판독이 진행됐다. 판독에 소요된 시간은 평균 2분 20초. 짧은 편인 것은 사실이나, 150여 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녹색 그라운드의 분위기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연극으로 따지면 새로운 막이 열리는 셈.

▶낯설음에서 익숙함으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처음엔 새로운 것에 낯설어하고 부정적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오프사이드도 처음부터 모두에게 환영받는 규정은 아니었다. 오프사이드는 도입 초기 당시 경기 당 득점 수가 현저하게 줄어 지루함을 낳았기 때문.

오프사이드를 선언하는 부심과 아쉬워하는 선수. ⓒAFPBBNews = News1 (사진2)
그럼에도 오프사이드는 현대축구의 전술 발전을 논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오프사이드를 통해 많은 감독이 다채로운 전술을 창시했기 때문. 잉글랜드에서 탄생한 ‘WM(3-2-2-3 ) 포메이션’이 대표적이다. 오프사이드 규정으로 인해 전술적 변화가 불가피했던 선택이었다.

해당 전술은 아스날의 감독이던 허버트 채프먼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현재는 3-2-5나 3-4-3으로 발전했다. 결과적으로 오프사이드는 WM 포메이션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술이 등장하게 된 촉매제 역할을 한 것. 오늘날까지도 오프사이드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지만 축구에 없어선 안 될 규정으로 자리 잡았다.

▶TIME for CHANGE

비디오 판독은 심판들에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다줄 수 있다. 종목은 다르나 2년 전부터 비디오 판독을 확대 시행한 KBO리그에서도 심판들이 오심으로 인한 심리적 피로가 덜 해졌다는 평이 나왔다. 비디오 판독은 전보다 매끄러운 경기 진행은 물론 심판들의 자신 있는 판정을 가능케 했다.

비디오 판독은 선수들에게 경기 중 수분과 영양을 보충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간이 될 수 있다. 또한 선수들의 건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자연스러운 쿨링 타임이 자리 잡을 수 있다.

부수적인 효과도 예상되지만 기본적으로 비디오 판독의 도입 취지는 오심을 방지함이다. 그동안 축구계는 정확한 판정을 위해 6심제를 시행, 골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해 스마트볼과 골라인 판독기도 도입했다. 하지만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만 반복될 뿐이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할 시점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루카 모드리치. ⓒAFPBBNews = News1 (사진3)
물론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 클럽월드컵에서도 비디오 판독에 부정적 의견을 제시한 선수가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루카 모드리치(32)가 바로 그 주인공. 그는 클럽월드컵 4강전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비디오 판독은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냉정히 말해 현시점에서 비디오 판독은 축구 본연의 재미를 해칠 수 있다.

그러나 축구에서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할 것은 오심이 아닌 정심(正審)이다. 모드리치가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해 비디오 판독을 뜻하는 직사각형을 그릴 때가 온다면? 그때는 ‘비디오 판독도 축구 일부’라는 헤드라인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스포츠한국 김우식 객원기자 dblati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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