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중동 형제국 사이의 담합은 일어나지 않았다.

18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글로라 붕카르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07 아시안컵축구 본선 조별리그 D조 최종전에서 홈팀 인도네시아를 1-0으로 꺾은 베어벡호는 사우디 아라비아가 바레인을 대파한 덕분에 8강행 티켓을 간신히 손에 쥐었다.

경기를 앞두고 한국은 1무1패 조 꼴찌로 처져 있던 상황. 사우디가 1승1무로 선두였고 인도네시아와 바레인이 1승1패씩으로 나란히 2, 3위에 올라 있었다.

이번 대회는 승점이 같을 때 골득실보다 승자승 원칙을 우선으로 순위를 결정한다.

사우디와 바레인이 최종전에서 비긴다면 한국은 바레인과 1승1무1패로 승점이 같아지지만 3위로 처지며 짐을 쌀 수밖에 없었다. 2차전에서 바레인에게 치욕의 1-2역전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바레인은 걸프해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로 사우디 바로 옆에 붙어 있다. 특히 사우디와 바레인은 모두 이슬람교를 신봉하며 종교 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으로 똘똘뭉쳐 있는 이른바 아랍권 '형제' 나라.

자력으로 8강 진출이 불가능했던 한국 대표팀 사이에 사우디와 바레인이 '비기기 작전'을 펼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팽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혹시나 했던 우려는 '페어플레이'가 최우선인 축구에서는 기우일 뿐이었다.

물론 D조에서는 최종전에서 패할 경우 어느 팀도 8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사우디가 바레인을 거칠게 몰아붙였던 측면도 있지만 4-0 완승을 거두며 2승1무 조 1위로 8강에 오르는 동시에 한국의 준준결승 진출까지 도왔다.

사우디는 사실 그동안 한국에 18년 동안 '무승 징크스'를 안겨왔다.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사우디와 1-1로 비기며 지긋지긋한 징크스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아시안컵에서 악연을 더욱 깊었다. 한국은 4차례 대결에서 사우디의 벽을 한 번도 넘어서지 못했다.

1984년 싱가포르 대회 1-1 무승부에 이어 1988년 카타르 대회에서는 결승에서 만났는데 승부차기 3-4 패배를 안겼고 2000년 레바논 대회 준결승에서도 한국은 1-2로 패하며 무릎을 꿇었다.

이처럼 한국의 아시안컵 행보에 걸림돌이 돼 왔던 사우디. 하지만 이번에는 '자카르타의 기적'을 도우며 한국에 큰 선물을 안긴 셈이 됐다.

더구나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서 경질론이 불거졌던 핌 베어벡 감독은 사우디 덕분에 사령탑 자리를 보전하는 쑥스러운 행운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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