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보카트호의 평가전 패배에 대한 여론의 반응이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둔 히딩크호 때와 사뭇 달라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 대표팀이 1일 홍콩 칼스버그컵 결승에서 덴마크에 1-3 패배를 당한 후 딕아드보카트 축구대표팀 감독에 대한 비난이 일기는 커녕 '덴마크에 한 수 배웠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평가전 승리에 집착하는 여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히딩크호가 당했을 때와는 강도가 딴판.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은 월드컵 본선 직전까지 거센 비난여론과 싸워야 했다.

히딩크호도 2001년초 덴마크에 0-2로 졌다. 이 때는 그나마 여론이 관대한 편이었지만 프랑스와 체코에 잇달아 0-5로 패하자 '오대영 감독'이라는 비아냥 섞인 별명까지 붙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당시 본선 조별리그 도중 차범근 감독을 끌어내린 여론은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도 '색깔이 없고 지루한 테스트만 한다'며 히딩크를 끌어내리라고 아우성을 쳤다.

하지만 '고집쟁이' 히딩크는 "연습게임에서 반드시 이겨야 할 필요가 뭐 있느냐"며 아랑곳하지 않았다.

히딩크가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뒤에도 몇 차례만 지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감독 흔들기 여론이 전임 감독 쿠엘류와 본프레레를 끌어내렸지만 아드보카트에게는 관대하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신문선 SBS 해설위원은 "'히딩크 효과'가 작동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쿠엘류나 본프레레 전 감독과 달리 아드보카트가 지더라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니라 뭔가를 계속 시도한다는 점도 믿음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1일 덴마크에 지긴 했지만 선제골을 넣었고,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던 수비수 유경렬(울산)을 테스트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한 점이 팬들의 동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또 월드컵을 몇 개월 남겨두지 않았다는 점이나 아드보카트가 히딩크처럼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 등도 아드보카트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히딩크 효과'는 언제까지 지속할 것인가. 신 위원은 "미국 전지훈련에서 LA 갤럭시나 코스타리카 같은 팀들에게 무기력하게 진다면 여론이 다시 들끓을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냥 관대한 여론은 아니라는 지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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