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매매업소들이 철퇴를 맞고 비틀거리는 사이, 새롭게 뜨기 시작한 곳이 있다. 이름하여 '오픈 카페'다. 수도권 및 일부 지방에까지 번지고 있는 이 카페의 특징은 철저한 '익명성'과 '바겐 세일'이다. 말하자면 장안동의 반의 반값이라는 얘기다. 과연 그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지난 24일 대전의 J동. 이곳은 예전부터 오픈카페가 즐비했던 곳이다. 다음은 오프카페 여성들을 상대로 보따리 장사를 한다는 한 여성의 코멘트.

"이곳에는 카페가 50곳이 넘는다. 여성들의 성향과 연령대도 다양하다. 어떤 아가씨는 집안도 좋고 돈도 좀 있는데 여기서 일한다. 이유를 물었더니 '그냥 심심해서 나온다'고 해서 놀랐어."

밤이 되자 오픈카페촌은 저마다 간판 불을 현란하게 밝혔다. '노르웨이의 숲'. 간판 앞에서 쭉쭉빵빵한 한 아가씨가 남자에게 말을 거는데 수작이 예사롭지 않다. 가만히 보니 '삐끼'다.

"오빠 여기 아가씨들 죽여줘. 술은 무한대, 가격은 알지?"

필자는 못 이긴 척 따라 들어갔다. 그 순간 아가씨가 쏜살같이 셔터를 내렸다. 필자는 매우 당황했다. 전혀 예기치 못한 사태였던 것이다. "지금 뭐하는 거야"

그녀는 대답 대신 필자의 손을 잡고 룸으로 이끌었다. 자리를 잡고서야 그녀는 말했다. "셔터를 왜 내리냐고? 그럼 오빠는 2차 안할 거야?" 아직도 감을 못 잡고 있는데 아가씨 둘이 테이블로 들어왔다. 필자와 동행한 친구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안녕하세요. 저는 권은영이구요 25살이에요. 오빠는 여기 처음인가요?"

"나? 어엉…"

엉거주춤 대답하면서 쓱 훑어봤다. 둘 다 차림새가 수수했다. 미니스커트에 평범한 티셔츠 차림이 '나가요 걸' 분위기와 딴판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오히려 이런 평범한 모습에 오픈카페가 번성하고 있었다. 폭탄주를 몇 번 돌린 후 여성들과 허심탄회한 얘기가 오갔다. 아가씨 중 하나가 시계를 보더니 불쑥 물었다.

"오빠, 신체검사부터 안 할래요?"

"신체검사라니, 여기가 논산훈련소야 신체검사 하게."

"아니 그게 아니고 2차 말야"

"으응 좀 있다. 근데 여기 이런 카페가 총 몇 개나 있어."

"아마 서른 군데는 넘을 걸. 계속 늘어나는 추세야. 손님들한테는 인기가 많아. 다만 우리가 돈이 안돼 그러지."

은영이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손님이 많은데 왜 돈을 못 번다는 것인지 궁금했다. 필자는 은영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처지가 이해되었다.

오픈카페에서 일하는 아가씨들은 적게는 20대 초반에서 많게는 30대 후반까지 다양하다. 일당제로 일을 하는데 손님들이 많이 찾으면 10만원을 주고 보통 5만원이 고작이라는 것. 대신 테이블에 앉은 손님에게 팁을 받는데 그나마도 불경기에 접어들면서 절대 팁을 안 준다고 한다.

눈치 빠른 필자 친구가 얼른 지갑을 꺼내 만원을 돌렸다. 은영이 웃으며 말했다.

"결국 남자들이 여기서 원하는 것은 2차라는 얘기지. 오빠들처럼 팁을 주면 우리도 서비스도 잘 해주지"라며 콧소리를 냈다.

그러자 필자 친구가 룸 바깥으로 눈을 돌리며 말했다. "근데 말이야. 신체검사는 어디서 하지?"

"어디긴 여기지." 은영의 대답에 필자 친구의 눈이 휘둥그래진다.

"즉석에서?"

은영은 말귀를 못 알아듣는 필자 일행을 위해 굳이 부연 설명을 해야 했다. 은영에 따르면, 2차를 위한 '비밀 쪽빵'이 있으며 거의 모든 오픈카페가 이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 처음엔 그냥 카페식으로 운영했는데 한 업주가 '비밀 쪽방'을 만들고부터 손님이 미어터지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비밀 쪽방'을 운영하는 오픈카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오픈카페 사장 가운데는 여러 개의 가게를 갖고 있으며 고용 여성만 해도 수십 명에 달한다는 것. 장안동 일대 안마시술소가 서리를 맞으면서 이곳으로 터전을 옮기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고. 대충 상황이 파악된 필자가 물었다.

"쪽방이 어떻게 생겼는데."

"왜, 시작하게?"

은영이 안내했다. 잠시 후 들어 올 때 미처 보지 못한 작은 쪽방이 눈에 들어왔다. 살짝 문을 열자 붉은 색조명이 번들거렸다. 필자는 돌아서며 구호를 외치듯 선언했다.

"신체검사 끝!"

■ 오픈카페란?

오픈카페란 일본식 '크라브'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으로 정통 룸과 달리 룸과 홀이 공존하는 형태의 카페다. 예전에는 일본 손님 접대나 일본 관광객이 꽤 많은 추세였으나 요즘은 거의 없는 편이다.

이곳의 특징이라면 자율 복장이라는 점과 알바 여성이 대부분이라는 점. 일본에서 들어온 정통 오픈카페는 주 타깃이 40~50대 직장인들로 말상대가 되어 주는 곳이었다. 이런 오픈카페가 최근 들어 성매매업소가 철퇴를 맞으면서 변태적 영업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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