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경. ⓒKOVO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IBK기업은행이 8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신임 사령탑 김호철 감독이 부임한 후 7경기 만에 첫 승. 주장임에도 팀을 버리고 떠난 조송화 대신 주전 세터 자리를 맡고 있는 김하경(26)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IBK기업은행은 1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펼쳐진 도드람 2021~2022 V-리그 4라운드 흥국생명과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1-25, 28-26, 25-19, 22-25, 15-12)로 승리했다.

이로써 IBK기업은행은 8연패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 김호철 감독 부임 후 첫 승을 신고했다.

레프트 공격수 표승주는 이날 28점으로 데뷔 후 개인 역대 최다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의 주역이 됐다. 또한 그동안 부진에 빠졌던 외국인 선수 달리 산타나가 23점으로 깜짝 활약을 펼치며 힘을 보탰다. '에이스' 김희진도 22점을 뽑아냈다.

공격 삼각편대의 활약도 빛났지만 이들의 공격을 조율한 세터 김하경의 맹활약은 결정적이었다. 그는 8연패를 끊은 뒤, 김호철 감독과 대화를 나누며 눈물을 보였다.

승리 후 환호하는 IBK기업은행 선수들. ⓒKOVO
김호철 감독은 경기 후 "많이 울어야 한다. 세터라면 자기 스스로 극복할 줄 알아야 한다. 이래라 저래라 다 지시할 수는 없다"며 "경기 중간에도 토스가 늦어지면서 산타나가 멈칫하는 장면이 종종 나왔다. 오늘(15일) 경기를 계기로 더 좋아져야 한다"고 김하경의 역할과 책임감을 강조했다.

표승주는 "경기가 끝나고 감독님과 대화한 (김)하경이가 눈물을 흘리더라. 지금까지 가장 힘들었던 선수가 하경이"라며 "하경이는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니까 옆에서 도와주면서 부담감을 덜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말 수고했단 말을 전하고 싶다"고 김하경을 위로했다.

IBK기업은행은 올 시즌 초반 조송화의 팀 이탈 후 시련의 시간을 보냈다. 서남원 전 감독이 경질됐고 조송화의 팀 이탈과 김사니 코치, 서남원 전 감독 사이에 언쟁이 알려지면서, 팀 분위기가 추락했다. 결국 감독대행까지 올랐던 김사니 코치는 자리를 내려놓았고 소방수로 김호철 감독이 낙점됐다.

그 사이, 주전 세터는 김하경으로 바뀌었다. 2020~2021시즌 정규리그에서 11경기밖에 소화하지 못한 김하경에게는 버거운 짐이었다. 경기 출전 시간이 늘어났고 외국인 선수는 교체돼 새롭게 호흡을 맞춰야 했다. '에이스' 김희진에 위치도 센터에서 라이트로 변경됐다.

베테랑들도 팀에 갑작스러운 변화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 벤치 멤버였던 김하경에게는 더욱 어려운 과제였다. 배구팬들을 넘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조송화를 대신해 주전 세터가 됐다는 것도 심리적 압박감으로 작용했을 터였다.

김하경. ⓒKOVO
김하경은 이를 '명세터 출신' 김호철 감독과 함께 풀어나갔다. 엉켜있는 실타래를 푸는 것처럼 점차 안정적인 토스로 팀의 공격력과 경기력을 살려냈다. '명장' 김호철 감독의 디테일한 전술도 김하경의 손 끝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승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자칫 '주전 세터 조송화 없이는 안되네'라는 시선이 김하경에게 따라붙을 수 있었다.

하지만 IBK기업은행은 천신만고 끝에 8연패를 끊어냈고 김하경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김하경이 겪었을 마음고생을 대변해주는 눈물이었다. 그 속에는 팀을 이탈한 조송화와 달리,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묵묵히 코트를 지켰던 김하경의 열정과 노력이 담겨있었다.

조송화 사태 속에, 상처 받았던 IBK기업은행팬들을 포함한 배구팬들 모두 김하경의 눈물을 봤다. 김하경의 노력과 발전 속에 IBK기업은행은 달라진 전력을 뽐냈고 배구팬들은 최선을 다하는 김하경의 스포츠정신을 느끼며, 점차 조송화 쇼크에서 벗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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