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윤기(왼쪽)·이승현. ⓒKBL
[안양=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하윤기(22·수원 kt)가 고려대 선배 이승현(29·고양 오리온)을 봉쇄하며 kt에게 승리를 안겼다.

kt는 28일 오후 7시 고양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3라운드 오리온과의 원정경기에서 88-74로 이겼다.

이로써 4연승을 달린 kt는 21승 6패를 기록하며 단독 1위를 질주했다. 2위 서울 SK(18승 8패)와의 격차를 2.5경기차로 벌리는 데 성공했다.

이날 경기는 고려대 선후배 이승현과 하윤기의 맞대결로도 주목을 받았다. 두 선수는 고려대를 대표하는 센터로 활약했고 지난 6월 아시아컵에서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다.

이승현은 올 시즌 개막 전 미디어데이에서 "kt로 입단한 하윤기가 기대된다. kt가 하윤기를 뽑으면서, 완전체로 거듭났다. 그 점이 기대된다"며 후배와의 대결을 고대했다.

이승현과 하윤기는 지난 10월 18일 처음으로 격돌했다. 이 대결에서 선배 이승현은 하윤기에게 프로의 세계를 한 수 가르쳤다. 12점 5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4점에 그친 하윤기를 압도했다.

그러나 11월 3일 열린 두 번째 맞대결은 백중세였다. 이승현이 다시 한 번 11점 4리바운드 3어시스트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하윤기 또한 이번엔 8점을 올리며 대등히 맞섰다. 특히 이승현을 파울트러블(파울 4개)에 몰리게 하며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러자 kt의 서동철 감독도 세 번째 대결을 앞두고 하윤기와 이승현의 매치업을 주목했다. 서동철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이승현이 요새 좀 살아났는데, 하윤기가 이승현을 꽁꽁 묶었으면 좋겠다"고 하윤기의 활약을 기대했다.

이승현(왼쪽)·하윤기. ⓒKBL
하지만 이승현의 위력은 매서웠다. 1쿼터부터 내, 외곽을 움직이는 오프더볼 움직임 후 정확한 미들슛으로 6점을 올렸다. 리바운드 3개, 어시스트도 1개를 기록하며 하윤기를 괴롭혔다.

그러나 하윤기 또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지난 경기들과 달리 이승현을 앞에 두고 적극적인 공격을 펼쳐 1쿼터에만 8점을 수확했다. 1어시스트와 1개의 스틸은 덤이었다.

기세를 탄 하윤기는 2쿼터부터 수비에서도 위력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뛰어난 운동능력과 수비력으로 이승현을 꽁꽁 묶었다. 2쿼터 2점에 그친 이승현은 3쿼터 들어 4번의 야투시도 중 하나도 성공시키지 못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 사이, KT는 76-56으로 3쿼터를 마무리하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승현은 이후 4쿼터 6점을 올리며 총 14점을 완성해 마지막 자존심을 챙겼다. 하지만 이미 승부가 기울어진 가비지 타임에서 나온 득점이었다. 반면 하윤기는 총 14득점과 함께 야투율 83%로 고효율 농구를 펼쳤다. 5리바운드 2볼록으로 높이의 장점도 십분 발휘했다.

서동철 감독은 하윤기의 활약을 극찬했다. 서 감독은 경기 후 "오늘 (하)윤기가 이승현한테 공격 리바운드를 몇 개 뺏긴 거 외에 모든 것을 잘했다"며 "KBL을 대표하는 국내 센터 자원인 이승현을 상대로 공, 수에서 밀리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실제로 이승현이 하윤기를 3번 만났는데, 이제는 (상대하기) 좀 거북해하는 것 같아 보인다"며 이승현에게 하윤기가 껄그러운 존재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하윤기. ⓒKBL
하윤기 또한 경기 후 "(이)승현이 형에 포스트업 공격 때 밀고 오는 타이밍에 힘을 맞추니 버틸만했다"고 이승현과의 1대1 대결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어 "(이)승현이 형이 팝아웃해서 미들슛을 많이 던지는데, 그 부분을 다 막을 순 없어도 던지고 나서 성공률을 낮게 하기 위해 눈 앞에 손을 가져다 댄 것이 주효했다"고 이승현을 묶었던 수비 비법을 공개했다.

'슈퍼루키' 하윤기가 '두목호랑이' 이승현을 틀어막으며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네 번째 맞대결에서도 하윤기가 다시 한번 웃을지, 이승현이 반격을 가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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