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청평=노진주 기자] 드디어 2021-2022 V리그가 16일 막을 올린다. GS칼텍스에서 새 출발하는 ‘올림픽 디그 1위’ 오지영이 시즌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GS칼텍스는 지난 시즌 뒤 FA 자격으로 KGC인삼공사로 이적한 이소영의 보상선수로 ‘리베로’ 오지영을 선택했다. 팀을 옮긴 후 2020도쿄올림픽에서 주전 리베로로 활약하며 경험과 자신감을 수확한 오지영은 올 시즌을 기대케 한다.

오지영 ⓒKOVO
V리그 개막전을 앞둔 10월 초, 경기도 청평의 GS칼텍스 훈련장에서 만난 오지영은 “부상 없이 시즌을 잘 치르고 싶다”고 말문을 열면서 “몸담고 있는 팀에서 우승의 기쁨도 누려보고 싶다”며 올 시즌 목표를 숨기지 않았다.

보상선수로 자신이 지목됐다는 말을 전해 들었을 때 어땠을까. 오지영은 “(저보고) 자존심이 상하지 않냐고 물어보시곤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영택 감독(KGC 인삼공사)님께도 ‘미안하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다. 저는 곧바로 받아들였다. 그저 배구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GS칼텍스는 오지영의 전 소속팀인 KGC인삼공사와 달리 투 리베로 체제를 가동한다. 오지영은 새로운 시스템에 빨리 적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 8월 컵 대회 당시 오지영은 “투 리베로 체제의 리듬이나 템포를 아직은 찾아가고 있다”며 “팀 시스템에 맞추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실전이다. 오지영은 “여전히 적응단계에 있지만, 훈련을 통해 많이 안정됐다. 이제 중요한 건 심리적 압박감을 이겨내느냐 못이겨내느냐다. 그래도 전보다 자신감이 상당이 많이 올라와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올림픽 무대를 경험한 뒤 자신감이 생긴 오지영이다.

리베로지만 리시브에서 안정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오지영은 올림픽 기간 동안 리시브 성공률 61.79%를 기록했다. 이는 올림픽 직전에 열린 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서 기록한 35.07%에 비하면 크게 나아진 수치다.

특히 오지영의 올림픽 디그 기록이 눈에 띈다. 세트당 3.10개의 디그로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오지영 ⓒKOVO
오지영은 올림픽 전 부담감에 펑펑 울기도 했다. 올림픽 직전에 참가한 국제 대회에서 불만족스러운 경기를 해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고, 올림픽이란 큰 대회가 주는 중압감에 짓눌려 크게 위축돼 있었다.

오지영은 “사실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고 눈시울을 붉히며 “너무 힘들었지만, 돌이켜 보면 배구 인생을 살면서 가장 많은 것을 느꼈던 시기이기도 하다. 제 스타일대로 배구를 했는데, 결과가 따라주지 않아 많이 속상했다. ‘더 화려하게 배구를 해야 하나’라는 고민도 상당히 많이 했던 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이 담긴 메시지를 SNS을 통해 받았을 때도 정말 속상했다.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사실 그래서 올림픽이 더 두려웠다“고 했다.

하지만 오지영은 강했다. 스스로 중압감을 깨고 올림픽에서 펄펄 날았다.

오지영은 “리베로는 저 혼자 갔다. 예선 첫 경기 브라질을 상대할 땐 떨렸는데, 그 뒤론 물 흐르듯이 경기가 잘 풀렸다”며 “그때부터 자신감이 붙었다”며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최종 성적은 4위. 어마어마한 성적이다. 대회 전 불미스러운 일로 ‘쌍둥이 자매’ 이다영·재영이 빠지고 부상 선수도 나오면서 한국의 전력은 온전치 못했다. 그럼에도 한국은 4강 신화 쾌거를 달성했다.

오지영 ⓒKOVO
그 모든 과정에 있었던 오지영은 과거 힘들었던 시기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고 했다. 그리고 이제는 생각을 전환했다.

그는 “‘이렇게 행복하려고 그동안 힘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힘든 것이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지금은 내가 지나온 모든 길이 의미있고,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성장된 기량에 정신까지 건강해진 오지영. 올 시즌이 기대될 수밖에 없다. 그는 "모든 선수들이 부상 없이 다 같이 시즌을 잘 소화했으면 좋겠다"면서 "그 끝에서 우승을 마주했으면 좋겠다"고 또 한번 강조하며 인터뷰를 끝맺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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