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허삼영 신임 감독. 삼성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졌다. 수직적 구조, 일방적인 지시로 행해진 인사는 옛말이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의 새 감독 선임이 모두 마무리됐다.

지난 10월 27일 롯데는 허문회 키움 수석코치를 새 감독으로 선임했다. 허 감독을 끝으로 공석중인 프로야구 감독들이 다 채워졌다. KIA는 미국 메이저리그 감독 출신인 맷 윌리엄스, 삼성은 김한수 감독의 뒤를 이어 허삼영 전력분석팀장을 새 사령탑으로 정했다.

세 명의 신임 감독 외에 나머지 구단의 경우 사령탑 교체 가능성은 없다.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이어 올해 극적인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4전 전승을 따낸 김태형 두산 감독은 3년 28억이라는 역대 KBO리그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재계약에 성공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가을의 저력을 보여준 키움 장정석 감독도 재계약이 유력하다. 트윈스 부임 후 가을야구를 치른 LG 류중일 감독과 정규시즌 2위, 그리고 가을야구 광속 탈락으로 속앓이 중인 SK 염경엽 감독도 그대로 간다. 2년 만에 다시 가을을 선물한 NC 이동욱 감독, kt 최고 성적을 만들어낸 이강철 감독, 한화 한용덕 감독도 자리를 유지할 전망이다.

10개 구단 사령탑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유명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의 수가 현저히 줄었다. 류중일, 이강철, 한용덕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선수 시절에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인물이다. 심지어 KIA는 그렇게 많은 레전드를 배출했음에도 외국인 감독을 데려오는 초강수를 택했다.

KBO리그는 대기업을 모체로 하는 구단이 대부분이다. 감독 선임 역시 그룹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각 구단은 자신들의 단점을 냉정히 파악하고 이를 채울 수 있는 인사를 데려오고자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키움 수석코치에서 롯데로 간 허문회 신임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삼성은 데이터, 롯데는 소통, 단점을 채울 감독이 최우선

각 팀이 갖고 있는 방향성은 모두 다르다. 그렇기에 이를 맞출 수 있는 감독 선임 조건 역시 천양지차다. 삼성은 파격이었다. 데이터를 중점으로 판단했다. 새롭게 부임한 허삼영 감독은 1군 출전 경력이 4경기가 전부다. 선수로는 무명 중의 무명이다. 나서지 않고 조용한 스타일이라는 것이 야구계에 알려진 허 감독의 평가다. 대신 팀 전력분석 팀장을 오랜 기간 거쳤기에 데이터에서 강점을 보인다. 올해는 운영팀장도 맡았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작년부터 삼성이 도입한 트랙맨 시스템을 가져오고 이를 활용하는 데 있어 허 감독의 역할이 핵심적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공의 회전수나 타격 스윙 궤도 등 모든 것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따져서 선수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덧붙여 삼성은 2010년대 초중반 통합 4관왕 시대을 지나 하락세를 그리고 있는 지금의 전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각 선수의 특징과 기량,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이를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인물을 택했다. 당장 눈 앞에 있는 성적이 아닌 철저하게 상대를 분석하고 이를 활용할 실용적인 인물을 택했다. 그게 바로 허 감독이었다.

삼성이 데이터를 우선으로 판단했다면 롯데도 시작은 비슷했다. 메이저리그 구단의 운영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성민규 단장이 오면서 외인 감독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롯데는 가지고 있는 기량을 살리지 못한 채, 개그야구와 꼴찌 패배의식에 빠진 선수를 일깨워주고 다독일 수 있는 인물이 우선이라는 것을 절감했다.

그렇게 유망주 육성을 위해 래리 서튼을 2군 감독으로 데려왔고 침울해진 1군 선수단을 품을 수 있는 따뜻한 리더십, 그리고 소통에 능한 허문회 신임 감독을 최종적으로 택했다. 키움에서 어린 선수를 키워내며 가을야구 단골로 만들어낸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고 경험 면에서도 탄탄한 허 감독을 택했다.

성민규 단장은 "프로세스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개인적으로는 데이터를 신봉하지만, 감독의 경우는 선수가 좋아하는 감독이 최우선이다. 데이터는 코치를 따로 붙이면 된다"라며 소통과 친화를 우선 조건을 언급했다. 또다른 구단 관계자 역시 "타격코치를 시작으로 수석을 거치면서 키움에서 지도력과 소통, 리그 적응력에 좋은 평가를 받은 인물이다. 선수단, 프런트와의 소통을 최우선 능력으로 봤다"고 말했다.

KIA 신임 맷 윌리엄스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새 판 짜는 KIA는 레전드 대신 선진 미국야구 도입

삼성과 롯데, 두 팀 모두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의 영향을 간접적으로 받았다. 장 감독의 경우, 선수단 매니저와 운영팀장을 역임하며 선수단과 소통에 능했고 이전 염 감독을 근거리에서 지켜보며 데이터를 중심으로 하는 운영을 선보였다. 그렇게 삼성과 롯데는 각각 팀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선택했고 데이터, 그리고 소통을 핵심 조건으로 택했다.

KIA의 경우는 판을 새롭게 깔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지난 2017시즌 김기태 전 감독을 중심으로 'V11'을 완성했지만 이후 급격하게 무너졌다. 베테랑은 대부분 떠나고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된 KIA다.

선수들의 기량을 한껏 끌어올리고 지금이야말로 팀 체질을 완벽하게 바꿀 절호의 기회라는 판단을 내린 KIA는 여러 국내 감독 후보 대신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감독을 역임한 맷 윌리엄스 신임 감독을 데려왔다. 워싱턴 사령탑을 역임했던 맷 윌리엄스 감독은 "젊은 선수가 많기에 탄탄한 기본기가 갖춰진 야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조계현 단장 역시 "2017년 우승 이후 빠르게 하락한 팀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했다. 데이터, 그리고 팀을 위한 철학을 확실하게 갖고 있는 인물이다"라며 그를 택한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각 팀이 감독을 선임한 과정과 이유를 살펴보면 그 속에 팀의 정체성과 향후 로드맵이 모두 담겨있다. 감독을 보면 팀이 보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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