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캠프는 기초 공사다. 한 시즌 성적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준비기간이다보니 각 구단은 캠프에서 원석을 발굴하거나 기존 전력을 더욱 끌어올리는 데 몰두한다. 선수들도 자신의 역량을 갈고 닦고자 최선을 다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가족과 떨어져 두 달 가까이 해외에서 훈련에만 몰두를 하다보니 외로움과 스트레스가 쌓인다. 한국 음식을 맘껏 먹을 수 없고 그렇다고 잠으로만 모든 휴식을 해결하는 것도 무리다. 스트레스를 적절히 푸는 것도 또다른 훈련이다. 문제는 이것이 지나칠 경우, 선수들에 독이 된다는 점이다.

스프링캠프는 해외에서 열린다. '반' 공인이 된 프로야구 선수들은 보다 편하고 자유로운 마음으로 외출이 가능하다. 시선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기에 마음이 더 풀어진다. 여기에 해외라는 특성상 구단이 선수를 통제하는 것이 더욱 어렵다. 프로야구 스프링캠프 사건 및 사고는 생각 이상으로 많은 이유다.

LG 제공
가볍게 한 잔은 OK, 문제는 습관처럼 하는 음주운전

스프링캠프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건 사고, 특히 술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많다. 프로야구 초창기 시절, 훈련이 끝나면 선수들은 옹기종기 모여 술 한잔 건네면서 하루를 마무리 하는 것이 비일비재했다.

감독이나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푹 휴식을 취하고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훈련에 임했으면 하는 바람이 당연하다. 예전 해태 선수들이 벌인 '하와이 항명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김응용 감독이 선수 관리를 위해 숙소를 불심검문 하자 이에 반기를 든 선수단과 코칭스태프가 충돌했다. 선수들은 갑작스레 달려든 감독에 항의를 하며 귀국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예상치 못한 선수들의 반발에 코칭스태프와 구단 직원이 총출동해 간신히 말리면서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하와이 하면 또 하나 '대박사고'가 바로 정수근이다. 지난 2003년 두산 선수로 전지훈련에서 술자리를 가졌던 정수근은 무단이탈 후 만취한 상태에서 함께 있던 일행이 현지 교민과 시비가 붙자 편싸움이 붙었다. 사건의 커졌고 정수근은 하와이 현지 법원 약식재판에 회부, 벌금형(600달러)를 받았다. 이 사건으로 인해 두산은 스프링캠프 하면 하와이 근처도 안 간다.

밤새 술 한잔 걸치고 다음 날 경기에서 해태 선동열과 LG 정삼흠의 맞대결 일화는 웃고 넘어갈 전설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이제는 술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진짜 문제는 음주 후의 사고다. 대부분이 습관처럼 음주운전으로 이어진다.

가장 최근에도 일어났다. 지난 2월 24일, 1차 호주 스프링캠프를 마친 LG 윤대영은 귀국 후, 밤새 술을 마시고 난 후에 도로 한복판에 차를 세우고 잠이 들었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이 깨우자 브레이크를 놓치면서 경찰차와 접촉 사고를 내기도 했다.

LG는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 임의탈퇴라는 강력한 징계를 내리는 것으로 마무리 했다. 말 그대로 습관처럼 운전대를 잡은 결과였다.

LG 차우찬. 스포츠코리아 제공
아무렇지 않게 했던 파친코, 이제는 놀이가 아닌 도박

술도 술이지만, 도박도 문제다. 프로야구 팀이 스프링캠프지로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일본 오키나와다. 남쪽이라 날도 따뜻하고 일본프로야구 팀도 훈련을 하기에 구장 인프라가 잘 갖추어졌다. 여기에 일본 팀과 연습경기까지 할 수 있으니 최적의 장소다.

오키나와는 곳곳에 파친코 업소가 많다. 그동안 선수들이 훈련이 끝나거나 휴식일이 되면 파친코를 즐겨한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마땅히 즐기면서 할 수 있는 놀거리가 없어 감독과 코칭스태프도 종종 즐기는 경우가 많았다.

한 선수가 파친코에서 많은 금액을 따냈다는 소문이 퍼지면, 다른 선수들이 그 선수를 이기고자 더 애를 쓰며 훈련 대신 파친코에 매달렸다는 후문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나 투수들이 손 감각이 좋기에 슬롯머신이나 파친코에서 유별나게 더 많이 따는 것 같다는 우스개소리는 파친코를 즐겨하던 선수라면 충분히 들어본 이야기다.

지난 2015년 삼성 오승환, 임창용, 윤성환, 안지만은 해외원정도박 파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여기서 비롯된 좋지 못한 습관이 승부조작 사건 및 사고로 이어지며 야구계 전체를 휩쓸었지만 여전히 캠프에서 하는 파친코나 카지노는 암묵적으로 허용이 됐다.

그러다 이번에 사건이 터졌다. 지난 2월 11일 LG 스프링캠프지인 호주에서 일부 선수들이 휴식 시간에 카지노에 출입한 모습이 촬영된 사진이 퍼졌다. 차우찬이 테이블에 앉아 있었고, 그 뒤에 오지환과 임찬규가 구경하는 장면이 담겨있었다.

LG는 "이들이 간 곳은 식사를 마친 쇼핑타운에 붙어있는 카지노였고 이들이 베팅한 금액은 호주달러 500불(한화 약 40만원) 정도였고, 약 40분 정도 머물렀다"라고 밝혔다. 해외카지노 출입 자체는 불법이지만, 소액이었고 가볍게 즐기는 정도에 그쳤다. 선수들 역시 파친코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도박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이 달라졌다. 비난이 거세지자 KBO는 상벌위원회를 열고 LG에 5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했고 카지노에 출입한 세 선수에 엄중 경고 징계를 내렸다. 가벼운 마음으로 임했던 오락도 이제는 스프링캠프 사건·사고가 되는 시대가 됐다.

술, 도박 대신 건전한 방식으로 휴식을 취하는 방안 마련이 필수

술이나 도박 외에도 스프링캠프지에서 일어난 사건 및 사고는 고르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많다. 구단 뿐 아니라 태극마크를 달고도 터진 사건이 있었다. 지난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나선 한국 대표팀은 오키나와에서 캠프를 차리고 훈련을 했는데 대표팀 최고참이었던 임창용이 사고를 쳤다.

임창용은 일본에서 취득했던 면허의 갱신 기간이 지났음에도 운전을 했고 옆 자리에 있던 지인이 내리던 도중에 지나가던 오토바이와 충돌하면서 사고가 났다.

가벼운 접촉 사고였지만, 경찰 조사 과정에서 갱신 기간이 지난 사실이 알려졌다. 그렇게 '무면허 운전'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대표팀 분위기를 흐렸다. 이후 임창용은 벌금 30만엔(302만원)을 비롯해 KBO 제재금 500만원을 냈다.

캠프를 치르면서 구단이 선수를 찾아서 일일이 사생활에 대한 당부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 하다. 예전이라면 스프링캠프에서 열심히 훈련을 하고 가벼운 음주나 즐기는 수준의 도박은 어느 정도 허용이 됐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야구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캠프 도중에 구단이 선수를 일일이 찾아서 사생활을 조심하라고 당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하다. 대신 훈련 이후 보다 건전한 방향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구단과 선수 모두에게 좋다.

몇몇 선수들은 재밌는 예능이나 드라마를 가져와서 몰아서 보는 경우가 많다. 그 외에 등산이나 낚시, 혹은 골프 같은 다른 스포츠를 배우는 것도 건전하게 스트레스를 풀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방법 중 하나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분석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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