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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야구야말로 `정중동(靜中動)'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스포츠다. 얼핏 보면 모두가 멈춰있는 시간이 훨씬 많지만 그 속에서 모두가 각자의 역할에 맞게 움직이고 있다. 경기 자체도 정중동이다.

야구 태동기인 1900년 초반대와 100년이 지난 지금의 야구에 같은 장비만 가져다놓는다면 크게 다를 게 없다. 포지션은 그대로고 던지고 치고 달리고는 변함없지만 수비시프트가 발달하고 투수 보직 분업화, 타자 트렌드의 변화 등 그 속에서 열심히 움직인다.

2018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이 한창 진행 중이지만 정규시즌 162경기는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각) 모두 종료됐다. 메이저리그는 최첨단 무대로 여기에서의 트렌드가 곧 일본, 한국 등에 퍼지며 흐름을 바꿔 놓는다.

최신 메이저리그 트렌드를 알아보면 향후 야구가 어떻게 진행될지 가늠해볼 수 있다.

  • 투타겸업의 오타니(왼쪽), 10승 사이영상 수상이 유력한 디그롬 ⓒAFPBBNews = News1
▶선발 투수 아닌 오프너… 저비용 팀의 성공전략

올해 메이저리그 개막전 팀 연봉을 보면 총 30개팀 중 29위가 탬파베이 레이스(6961만달러), 30위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6265만달러, 스탯티스타 자료)였다. 하지만 1억8181만달러로 3배 가까이 쓴 워싱턴 내셔널스의 82승보다 탬파베이는 8승(90승)을, 오클랜드는 15승(97승)을 더해냈다.

이들이 올 시즌 적극적으로 활용한 전략은 바로 ‘오프너’로 통칭되는 투수 운영방식. 기존처럼 선발투수에게 5이닝에서 7이닝 정도를 기대하는 것이 아닌 선발투수를 그저 ‘처음 나오는 투수’인 오프너(Opener)로 딱 3이닝 정도만 맡기는 것이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투수가 많이 던질수록 지치기 때문에 상대 타자가 잘 공략한다’는 것이 기본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를 첫 타석에 상대했을 때 OPS(출루율+장타율)는 7할2푼8리였지만 두 번째 타석에 섰을 때는 7할8푼2리로 거의 6푼가까이 올라가고 세 번째 상대했을 때는 8할5리로 처음부터 8푼가까이 올라갔다. 불펜 투수 역시 처음 상대했을 때는 7할2푼의 OPS였지만 한바퀴 돌아 두 번째 상대하면 8할5푼4리까지 무려 1할3푼이상 높아진다.

결국 탬파베이와 오클랜드는 한 타순이 돌기 전에 투수를 바꾸는 전략을 세웠고 적극적으로 오프너를 활용했다. 그러다보니 선발투수 개념이 파괴된 오클랜드에는 규정이닝 162이닝을 넘긴 선수는 아무도 없었고 탬파베이는 40이닝 이상 던진 투수가 16명에 달하기도 했다.

물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잭 그레인키는 “오프너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그저 계속 선수들을 바꿔가면서 누구도 돈을 벌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며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야구인들도 있다.

  • 오프너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탬파베이. ⓒAFPBBNews = News1
▶투타겸업에 10승 사이영상까지… 편견도 없어진다

오타니 쇼헤이(LA에인절스)의 존재는 고정된 야구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프로에서 투수와 타자를 함께한다는 것은 100년전 베이브 루스 이후 아무도 할 수 없다고 여겼지만 오타니는 루스 이후 단일 시즌에 10경기 이상 선발 등판, 50이닝 이상 투구, 15홈런 이상을 기록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이제 투수와 타자도 함께 할 수 있음이 증명됐고 그로 인해 유소년야구에서도 투타 겸업에 대해 긍정적 인식이 생겨났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신시내티 레즈 투수 마이클 로렌젠이 타자도 겸해보겠다는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미래 야구에는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는 타자가 흔한 일인지도 모른다.

또한 제이콥 디그롬의 역대급 불운한 시즌이 남긴 의미도 있다. 디그롬은 32경기 풀타임 선발로 나와 217이닝이나 던지며 평균자책점은 고작 1.70으로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왕에 올랐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승수는 겨우 10승. 그것도 시즌 최종전에서 8이닝 무실점을 하고 승리하지 않았다면 두 자리 숫자 승리도 거두지 못할 뻔했다. 승리를 빼곤 워낙 압도적인 시즌을 보낸 디그롬은 승수가 기본이었던 사이영상 투표에서 사상 첫 ‘고작 10승’ 사이영상 수상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기술의 발전과 비효율 개선

최근 메이저리그에는 스탯 캐스트 등 최첨단 과학 장비를 활용해 경기력 향상을 꾀하는 움직임이 부쩍 늘었다. 타구 속도, 타구 발사 각도 등을 알아내 최적의 타구를 만드는 노력을 하고 있고 이 움직임을 통해 크게 개선됐음이 기록을 통해 드러났다.

강하게 맞은 타구가 안타가 될 확률이 높은 것은 당연하고 타자들은 늘 강하게 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올시즌 강한 타구 비율은 35.3%였는데 이는 2002년부터 타구 속도 분류 이후 가장 강한 타구가 많이 나온 시즌이다.

지난해 31.8%에서 3.5%나 급증한 수치. 자연스레 직선타 비율도 21.5%로 약물시대였던 2003년의 22.5%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제 선수들은 과학기술 발전으로 강한 타구를 더 잘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비효율적이라고 여겨진 기록들의 감소도 눈에 띈다. 도루는 한 베이스를 더 갈 순 있지만 아웃과 부상위험이 큰 플레이다. 도루가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됐고 올해 총 도루갯수는 2474개였는데 37년전인 1981년 2021도루 이후 최저였다(1994 단축시즌 제외).

또한 아웃카운트를 그저 헌납하는 행위라고 비난받던 희생번트 역시 441개였는데 이는 당장 3년전인 2015년 623개에 비해 거의 200개 가까이 줄어들었다. 도루와 번트를 대는 것이 한이닝에 3개밖에 없는 아웃카운트를 늘리는 불필요한 행위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 ⓒAFPBBNews = News1
-이재호의 스탯볼 :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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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8/10/15 07: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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