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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전영민 기자] "메달을 따지 못했다고 해서 노력이 절대 작거나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모든 선수들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

노선영은 지난 8일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 출연해 본인의 생각을 밝혔다. 이날 방송에서 노선영은 차분하게 빙상계의 문제를 꼬집었다.

노선영이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 나서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지난달 22일,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경기 출전을 위해 한창 훈련 중이던 노선영은 개막을 18일 앞두고 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올림픽 팀 추월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개인 종목 출전권을 우선 획득했어야 하지만 빙상연맹이 해당 규정을 잘못 해석한 탓이었다. 다사다난 끝에 평창올림픽에 나섰지만 노선영은 대회 기간에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국 여자 팀추월 대표팀은 지난달 19일 강릉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김보름과 박지우가 결승선을 통과하고 한참 뒤 노선영이 결승선을 통과하며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마지막으로 골인하는 선수의 기록이 곧 팀의 기록이지만 3명의 선수는 화합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더욱이 김보름과 박지우의 인터뷰, 파벌싸움에서 비롯된 ‘왕따 논란’까지 확대되며 논란은 겉잡을 수 없이 커졌다.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방송 캡처
이날 방송에서 노선영은 “팀추월 경기는 버리는 경기였다고 생각한다”며 “개개인 선수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폭로했다.

팀추월 대표팀의 구성원이 김보름, 박지우가 아닌 다른 선수였더라도 똑같은 문제가 존재했을 것이라는 의미였다.

그는 “(대한빙상경기연맹이) 메달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더 신경쓰고 집중하고, 그렇지 않은 종목은 별로 집중하지 않는 것 같다”며 “나는 메달권이 아니어서, 그리고 아시아 선수가 장거리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가 힘들었으니까 그랬던 것 같다”고 팀추월 대표팀에 대한 빙상연맹의 기대가 적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빙상연맹이 메달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집중하면서 차별을 했느냐는 질문에 노선영은 “지원이 적거나 그런 것이 아니다”면서도 “메달을 딸 수 있는 유력 후보 선수들에게 좀 더 많은 혜택이 주어지는 것 같다”고 생각을 전했다.

10년 넘게 국가대표로 활동한 노선영은 “어렸을 때에는 그렇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8년 전 2010 밴쿠버 올림픽 정도부터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꼈다”며 “당시에는 너무 어려서 코치나 감독이 시키는대로 운동만 했다. 차별이 있었다 해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또한 그는 “대표팀 안에서 점점 생활을 오래 하면서 어느 정도 성숙해지면서 느끼게 된 것 같다”며 “이후 7~8년 정도 확실히 느꼈다. 혼자 느낀 것이 아니다”라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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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입을 굳게 다물었던 노선영이 이날 방송에서 본인의 생각을 밝힌 이유는 간단하다. 인식의 제고를 통해 모든 선수들이 공평하게 기회를 제공받는 것을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는 “사회가 무조건적으로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선수에게만 집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도 올림픽 나가기 위해서 노력해서 그 자리에 간 것이고 메달을 따지 못했다고 해도 노력이 절대 누가 더 작거나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인식이 바뀌면 연맹에서도 특혜를 주는 일이 없어질 것 같다. 그렇게 돼서 모든 선수들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는 “해당 선수들만 비난하고 사태가 끝난다면 또 다른 희생자가 생겨나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며 “빙상계에 남아 있을 후배들이 더 이상은 차별이나 특혜없이 모두가 공평하고 공정하게 기회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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