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오승환(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굉장히 흥미로운 계약을 맺었다. 인센티브가 보장 계약금에 달할 정도로 인센티브가 많이 달린 것이다.

한 선수가 시즌 종료 후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 가늠하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오승환의 경우 2018시즌 종료 후 통장에 얼마가 들어왔는지를 확인한다면 자연스럽게 2018시즌 어떤 활약을 했는지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SNS
▶텍사스 신체검사 불합격으로 인센티브 많은 계약은 불가피

당초 오승환은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을 맺기로 했다. 1+1년 최대 925만달러로 알려졌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첫해 연봉 275만달러를 보장받고, 다음 해 계약은 구단 옵션으로 조건이 채워질 경우 450만달러를 받는다. 두 시즌 모두 보너스 100만달러가 걸려있었다.

275만달러의 1년짜리 계약에 보너스를 충족하면 2018년에는 최대 375만달러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메디컬 테스트에서 통과하지 못하면서 자연스럽게 계약 조건은 하향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계약한 오승환은 보장 연봉 175만달러에 올해 70경기 이상을 등판하면 내년에 자동으로 250만달러의 계약을 했다. 텍사스에 비해 보장 연봉만 100만달러가 줄어든 것이다.

대신에 오승환 측은 줄어든 연봉을 인센티브로 이를 메우려 했다. 인센티브를 모두 충족할 경우 최대 150만달러이기에 총 325만달러다. 결국 텍사스와 맺은 1년 최대 계약보다 50만달러 정도만 줄어든 셈이다.

메디컬 테스트 불합격으로 인해 계약이 줄었지만 인센티브로 기존 계약에 최대한 근접한 계약을 맺은 것이다.

▶까다로운 인센티브 조건

하지만 이 인센티브 조건이 결코 쉽지 않다. 과연 가능할까 싶은 조항도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오승환은 40·50·60·70경기씩 등판할 때마다 12만5000달러씩, 총 50만 달러를 추가로 받는다. 경기를 종료하는 투구 기준으로 25·30·35·40경기를 기록할 때마다 12만5000달러씩, 45·50경기씩 던질 때마다 25만 달러로 총액 1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

먼저 살펴봐야할 것은 경기 수에 따른 인센티브다. 과연 70경기 등판이 가능할까.

일단 오승환은 한미일 통산 11년 동안 연평균 64경기에 등판했다. 한국, 일본의 경기수가 메이저리그보다 적음에도 그랬던 것이다.

또한 최근 4년간, 즉 일본과 미국에서 가장 적은 경기출전수가 지난해인 62경기일정도로 출전만큼은 꾸준했다. 단순 계산으로만 따지자면 70경기 도전은 쉽지 않아도 60경기를 넘길 경우 37만5000달러정도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물론 부상이 없어야한다.

하지만 문제는 일본에서도,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도 오승환이 ‘혹사 논란’에 시달릴 정도로 많은 경기에 나왔었다는 점이다. 오승환이 혹사 논란에 또 이름을 올려야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아이러니에 놓인 것이다.

70경기 등판도 쉽지 않다. 2016시즌에는 10이닝 이상 던진 불펜 투수중 70경기 이상 등판한 선수가 전체 389명 중 38명이었고 2017시즌에는 383명 중 31명에 지나지 않았다. 즉 불펜 투수 중 10%만이 70경기 이상을 등판하는데 이 바늘구멍을 뚫어야한다.

경기 수는 일단 많이만 나오면 되기에 간단하다. 하지만 복잡한 것은 경기를 종료하는 투구 기준으로 25·30·35·40·45·50경기마다 주어지는 인센티브다. '경기를 종료하는 투구'라 함은 그야말로 경기를 지든 이기든 경기를 끝내는 투구를 한 것을 말한다.

토론토의 확고한 마무리 투수 로베르토 오수나. ⓒAFPBBNews = News1
꼭 세이브 상황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이브 상황에 올라가는 마무리 투수가 경기를 종료하는 투구를 할 확률은 단연 높다. 그렇다면 결국 마무리 투수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토론토에는 로베르토 오수나라는 특급 마무리투수가 있다. 고작 23세밖에 되지 않았지만 올해로 마무리 3년차. 지난 3년간 95세이브를 올릴 정도면 평균자책점도 2.86으로 뛰어나다.

지난해 패스트볼 평균구속이 95마일, 슬라이더가 86마일에 달할 정도로 강속구를 지닌 선수다. 오수나가 크게 무너지지 않는 이상 오승환이 마무리 투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마무리 투수가 되지 않고도 최대 50경기의 경기를 끝낼 수 있을까. 이는 거의 불가능하다. 지난해 끝낸 경기가 많은 상위 10위 중 마무리투수가 아닌 선수는 없었다. 시즌 중반 마무리로 올라섰던 2016시즌에 오승환은 35번의 경기 마무리, 시즌 초반 마무리였다가 중간에 밀린 2017시즌에는 38번의 경기 마무리를 한 바 있다. 자신의 기록을 통해 드러나듯 최소 마무리 보직을 한달 이상 가져야만 30회 이상의 경기 마무리가 가능하다.

▶시즌 후 통장을 보면 활약도 알 수 있다

결국 시즌 후 오승환의 통장을 보면 오승환의 2018시즌 활약도를 알 수 있다. 일반 경기 출전보다 더 많은 인센티브가 달린 경기 마무리 횟수이기에 오승환의 통장에 많은 돈이 입금되어 있다면 시즌 중 오승환이 오수나를 넘어 마무리 보직을 차지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2016시즌 입단 당시만 해도 오승환이 마무리 투수를 차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많았지만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오랫동안 마무리를 맡아왔던 트레버 로젠탈이 부상과 부진으로 갑자기 이탈하며 오승환이 마무리 보직을 따냈기 때문이다. 또 역으로 2017시즌 붙박이 마무리투수로 예정됐던 자신이 마무리 보직에서 물러난 바도 있었다.

결국 마무리 보직은 영원한 것이 없다. 현재의 오수나가 철벽같아도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른다.

행여 경기 마무리는 많이 못했다 할지라도 경기 수 인센티브를 많이 챙겼다면 오승환의 활약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펜투수가 경기를 많이 나온다는 것은 활약이 나쁘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지난 시즌 경기 출전수가 많았던 불펜투수 상위 10명중에 평균자책점이 4점대에 달하는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결국 신체검사 불합격으로 인해 인센티브가 많은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었던 오승환의 2018시즌은 모두 끝난 후 오승환의 통장을 확인해보면 활약도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FPBBNews = News1
-이재호의 스탯볼 :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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