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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영미~기다려~, 영미야~, 영미영미~, 영미!!!!"

누가 보면 그냥 친구 이름을 부르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모두 다르다. '브룸'이라는 빗자루 같이 생긴 도구로 스톤이 가는 길을 신나게 닦는 것은 컬링에서 매우 중요한 플레이다.

닦기 시작해라, 더 닦아라, 덜 닦아라, 잠깐 닦지 말아라, 미친듯이 닦아라, 그만 닦아라, 이 모든 것이 '영미'라는 외침에 담겨있다. 그저 억양이 다를 뿐이다.

하지만 '영미'라는 외침은 주장이자 스킵 김은정(28)이 친구인 김영미를 부르는 소리다. 이제 김영미가 누구인지 전국민이 다 알 정도다. 그 정도로 외치고 또 외친다.

여자 컬링 대표팀은 이번 2018평창올림픽에서 가장 이슈를 모으고 있다. 기대 이상의 성적, 그리고 세계 최강이라 불리는 강호를 연달아 도장깨기 하듯 박살내며 전체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일 경기에서도 미국을 제압하고, 6승 1패를 기록하며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일본에게 아쉽게 패한 것을 제외하면 이들의 팀워크, 그리고 플레이는 완벽했다.

상대가 어떤 팀이든, 신경 쓰지 않고 플레이 하고 있다는 이들의 각오는 상당하다. 아예 핸드폰을 쓰지 않는다. 끝나면 숙소에 가서 보드게임을 한다고 한다. 잘하든 못하든 주변 목소리를 원천 봉쇄했다.

올림픽에 임하는 각오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어떤 상황이 와도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 최악에서도 최선을 찾아내는 이들의 플레이 비결은 친구 이름인 '영미'라는 소통에서 시작된다.

반면, 아쉬운 대표팀도 있었다. 지난 19일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경기는 다른 의미로 평창올림픽의 또다른 이슈로 주목을 받고 있다. 김보름(25), 박지우(19), 노선영(28)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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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추월은 3명으로 이루어진 2개의 팀이 반대편에서 동시에 출발, 6바퀴를 돌고 가장 마지막에 들어온 선수의 기록을 순위로 결정한다. 하지만 김보름, 박지우는 마지막 바퀴에서 노선영을 뒤로 하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한참이나 거리가 벌어졌음에도, 이들이 보여준 플레이는 상당히 아쉬웠다. 어쨌든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선수를 기준으로 두기에 실력이 부족한 선수를 어떻게든 데려가는 것이 팀추월의 핵심이다.

그런데 전날 김보름과 박지우는 노선영을 놔두고 그들만의 팀워크를 보여줬다. 경기 후, 박지우는 "선영이 언니가 이렇게 될 거라는 생각을 아예 안 했던 건 아니었다"라고 말한다.

이어 "그런데 기록 욕심도 있다보니…저랑 보름 언니가 욕심을 냈다, 솔직히 이 정도로 벌어질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관중들의 함성이 커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실토했다.

김보름은 "마지막에 격차가 벌어지면서 기록이 아쉽게 나왔다. 선두의 랩타임은 계속 14초대였다. 생각보다 기록이 잘 나왔는데 팀추월은 마지막 선수가 찍히는 것이기 때문에 많이 아쉽다"고 언급했다.

두 선수가 보여준 인터뷰에서의 아쉬운 언행은 둘째 치더라도, 팀추월은 철저히 팀워크를 중심으로 펼치는 경기다. 계속 이야기 하고 또 외치고 외쳐야 한다.

관중들의 소리가 크다고 변명하는 것은 본인 스스로가 아마추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 뿐이다. 그렇다면 관중들보다 더 크게 소리를 지르면 된다. 여자 컬링 대표팀의 김은정은 그렇게 한다.

고래고래 영미, 그리고 또 영미를 외친다. 목이 쉬어라 외치고 또 외친다. 이게 소통이다. 소통은 결과로 증명된다. 여자 팀추월은 준결승 진출 실패다. 여자 컬링은 전체 1위로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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