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열리는 동계올림픽이다. 오는 2월 9일 개막하는 평창 동계올림픽은 90여개국 6500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이번 올림픽이 '평화의 축제'로 불리는 이유가 있다. 바로 북한의 참가다.

북한이 대회 참가를 공표하기 직전까지도 핵을 둘러싼 남북의 기류가 워낙 좋지 않았기에 북한의 참가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뒤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 그렇게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및 역대 올림픽 최초 남북 단일팀이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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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 성사된 남북 단일팀…북한 동계올림픽 최대규모 참가

지난 21일(이하 한국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평창 참가 남북회의'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평창 올림픽에 참여하는 북한 선수단의 규모를 46명으로 승인했다고 말했다.

선수 22명과 코치를 포함한 임원 24명이 평창에 온다. 북한 역대 동계올림픽 최대 규모다. 애초에 북한은 선수 10명, 임원 10명으로 해서 20여 명을 파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 인원의 두 배가 넘었다. 그리고 단일팀 합의가 이루어진 여자 아이스하키를 비롯, 5개 종목에 22명이 출전한다.

피겨스케이팅 페어 2명, 쇼트트랙 2명, 알파인과 크로스컨트리 각 3명씩 북한 선수들은 참여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전체 선수 22명 중 절반이 넘는 12명이 포함된 올림픽 사상 첫 남북 단일팀으로 구성된 여자 아이스하키 팀이다.

올림픽 최초 남북 단일팀…역대 단일팀은 어땠나?

역대 최대 규모라고는 해도, 사실 북한의 메달 획득은 쉽지 않다. 냉정히 말해 참가에 의의를 둔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 중에서도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이다.

단일팀 구성이 확정되면서 북한 선수 12명, 한국 선수 23명을 포함한 총 35명의 아이스하키 엔트리도 확정됐다. 지난 25일 북한에서 온 12명의 선수는 충북 진천에 있는 선수촌으로 이동, 한국 선수들과 함께 첫 훈련을 했다.

12명이어도 출전이 가능한 선수는 경기당 3명에 불과하다. 예전부터 한 팀으로 뛰어온 한국 선수들의 조직력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북한 선수들이 함께 뛸 것으로 보인다.

남북은 국제적인 이벤트나 세계선수권에서 단일팀을 구성한 경험이 있다. 남북 단일팀의 국제대회 참여는 지난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탁구 세계선수권대회가 최초였다.

그해, 4월 제41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한 현정화와 북한 이분희를 주축으로 하는 남북 단일팀이 여자 단체전에 나서 중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의 에피소드는 10년이 지난 2012년 하지원-배두나 주연의 영화 '코리아'로 제작이 되어 스포츠로 하나된 남북의 진한 감동을 팬들에게 남겨주기도 했다. 또 한 번의 단일팀은 축구였다.

1991년 포르투갈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였다. 당시 북한 안세욱 감독, 남한 남대식 코치와 함께 18명으로 구성된 단일팀은 조 2위로 8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림픽과 같은 세계적 규모의 '빅사이즈' 대회에서 남북이 함께 단일팀으로 나서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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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팀 향한 싸늘한 시선…첫 지지율 50%로 떨어진 문재인 대통령

영화 '코리아'에서 나오는 하지원(현정화 역)은 탁구 남북 단일팀 구성이 현실이 되자 "누가 이런 말도 안되는 그림을 그린거냐구요. 못해요"라고 말한다. 피땀 흘려 준비한 자신들의 노력이 헛수고가 되는 것에 저항한다.

그러자 대표팀 임원이 "국가의 결정에 불만이 많은 것 같은데,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불만 있으면 말해. 대표팀 명단에서 깨끗이 지워줄테니까"라고 말하며 단번에 논란을 잠재운다.

당시에는 그랬다. 국가의 중대사에 스포츠는 그저 도구이자 수단에 불과했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이번 문재인 정부의 아이스하키 단일팀 결정이 올림픽을 앞두고 뜨거운 감자가 됐다.

시간이 촉박한 부분도 있었지만 단일팀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소통이 부족했고 일방적인 결정이었다는 의견이 많다. 여기에 이낙연 총리의 "어차피 메달권이 아니다"라는 발언까지 겹치면서 논란은 더욱 뜨거워졌다.

문 대통령은 빠르게 진천 선수촌을 방문해 선수단을 격려하면서 힘을 실어주는데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여론은 차가웠다. 여론조사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처음으로 50%대로 떨어졌다.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1509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잘한다'고 평가한 응답자의 비율은 59.8%였다.

청와대 페이스북 캡처
평창이 평화올림픽 되려면 폐막,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

북한의 올림픽 참여와 단일팀 구성은 대회 흥행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맞다. 여기에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남북 단일팀이 함께 뛴다는 상징성은 통일이라는 대의명분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20~30대 젊은 세대는 공정한 경쟁을 원한다. 또한 통일은 반드시 해야한다는 민족주의적 관점을 가진 기성세대와 달리 각국의 평화를 더 우선시 한다.

예전처럼 같은 민족이기에 무조건 통일하자는 감정적인 호소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남북 단일팀을 위해 개인이 희생하는 것을 감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끝없는 경쟁에 내몰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는 현 세대의 생각이다.

더욱이 촛불 시위를 토대로 구성된 문재인 정부는 공정함을 우선 가치로 삼았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청와대로 들어갔다.

그렇기에 기존에 국가대표로 피땀 흘려 노력했던 선수들의 박탈감은 고려하지 않고, 원활한 대북관계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단일팀을 밀어 붙이는 모양새는 공정한 경쟁을 무시한 북한의 무임승차로 보여졌다.

지지율이 하락한 원인 중 하나였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북한의 올림픽 참가와 관련해서는 사안이 급하게 진행되면서 사전에 (국민에)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생략됐다는 지적을 받아들인다"고 말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평창에서 보여준 남북의 우호기류가 올림픽 이후, 급격하게 식는다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이미 북한은 대회 개막 하루 전인 2월 8일에 건군절 열병식을 치르겠다고 공표했다.

전 세계의 이목이 평창을 주시하고 있을 때, 다시금 자신들의 존재감을 보여주겠다는 북한의 이중적 행보는 올림픽이 끝나면 더욱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남북의 사이가 악화되면 역풍을 피할 수 없다.

이 모든 것을 각오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지칭, 이전 정부에서 무너졌던 남북 관계를 다시금 회복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과연 '평양올림픽'이라고 주장하는 반대 목소리도 함께 안고 갈 수 있는 평창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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