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10일(이하 한국시각) 경기를 끝으로 메이저리그 전반기가 모두 종료됐다. 팀당 적게는 85경기부터 많게는 90경기까지를 한 상황에서 4일간의 올스타 휴식기에 접어든다.

자연스레 코리안리거들도 전반기를 모두 마쳤다. 총 6명의 한국 선수들(추신수, 오승환, 류현진, 김현수, 황재균, 최지만) 누구도 만족하기 힘든 다소 ‘밋밋한’ 전반기를 보낸 것이 사실이다.

차라리 한국 선수는 아니지만 ‘크낳괴(KBO가 낳은 괴물)’라고 불리는 에릭 테임즈의 활약이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큰 화제가 됐을 정도다. 실제로 테임즈의 fWAR(대체 선수 이상의 승수)이 나머지 6명의 WAR을 합쳐도 더 높을 정도로 테임즈가 더 주목받고 뛰어났던 전반기였다.

왼쪽부터 추신수, 오승환, 류현진, 테임즈 김현수, 황재균, 최지만. ⓒAFPBBNews = News1
▶추신수 : 그래도 자존심 지킨 ‘맏형님’, 클래스는 어디가지 않았다


78경기 타율 0.250 출루율 0.363 장타율 0.410 12홈런 42타점 49득점 WAR 1.1

시즌 시작부터 1번 지명타자로 자리를 굳힌채 시작한 추신수는 전반기 3할6푼을 넘는 출루율로 마쳤다. 타율이나 장타율은 분명 아쉬움이 남지만 추신수의 최대 장점인 출루율에서 리그평균(0.324)보다 4푼가까이 높은 수치를 보이며 ‘역시 클래스는 어디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추신수가 무려 2000만달러나 받는 초고액 연봉자임을 감안하면 아쉬운 기록이다. 하지만 부상 없이 꾸준히 팀의 테이블 세터 역할을 묵묵히 해준다는 것만으로 텍사스 레인저스는 안심할 수 있다. 또한 WAR에서 1.1로 나머지 5명의 선수를 모두 합쳐도 안 될 정도의 수치를 기록했다. 물론 WAR 1.1은 50타석 이상 들어선 429명의 타자 중 131위로 그리 뛰어나지 않지만 한국 선수 중에서는 최고로 나름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킨 전반기였다.

▶오승환 : 18세이브지만 WAR 0, 속내용이 매우 좋지 못했다


38경기 40.2이닝 1승 4패 18세이브 평균자책점 3.54 탈삼진 38 WAR 0

겉으로 보면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평균자책점은 3점대 중반에 18세이브나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WAR이 0이라는 것이 말해주듯 보이는 내용보다 속내용이 매우 좋지 못했던 오승환이다.

개막전부터 3실점하며 부진하더니 한 경기 걸러 점수를 주는 일이 허다했고 결국 전반기 막판에는 마무리 자리에서 내려와 집단 마무리의 한 선수로 강등되기도 했다. 가히 역대급 시즌을 보냈던 지난 시즌과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지난 시즌에 비해 피안타율이 거의 9푼 가까이 치솟았고(2016 피안타율 0.190 2017 피안타율 0.276) 이닝당 출루허용(WHIP)은 선발투수라도 좋지 못한 1.38을 기록했다.

조정 수비무관 평균자책점(xFIP)은 무려 5.00으로 168명의 구원투수 중 뒤에서 20등을 기록했을 정도. WAR이 0이라는 것은 마이너리그 트리플A와 메이저리그 사이의 매우 평범한 수준임을 의미한다.

▶류현진 : 딱 중하위권팀 하위선발급 활약을 한 복귀시즌


14경기 72.2이닝 3승6패 평균자책점 4.21 탈삼진 69 WAR 0.2

2년간의 부상 회복을 마치고 정말로 돌아온 류현진은 그저 선발진에서 버텼다는 것만으로 의미있는 전반기였다. 실제 활약도는 중하위권팀의 하위선발급 활약에 그쳤다. 웬만한 팀의 최소 3선발은 가능했던 예전의 모습과는 분명 달랐다.

특히 90.4마일로 예전보다 1마일 이상 추락한 패스트볼 평균구속으로 인해 9이닝당 1.86개의 피홈런 숫자를 기록하는 모습은 분명 안타까웠다. 하지만 떨어진 구속을 특유의 영리한 피칭으로 극복하며 잠시 불펜을 다녀오긴 했지만 그래도 선발로 자리를 지키며 전반기를 마쳤다.

분명 활약도는 저조하고 전성기에 비할바 안되게 아쉽지만 투수에게 치명적인 어깨부상 후 돌아온 첫 시즌임을 감안하면 이렇게라도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버티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류현진이다.

ⓒAFPBBNews = News1
▶김현수 : 적은 기회, 그마저도 놓쳐버리다


51경기 타율 0.229 출루율 0.301 장타율 0.280 1홈런 9타점 10득점 WAR -0.5

분명 시즌 시작전에는 김현수를 주전 좌익수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트레이 만시니라는 유망주가 초반 맹활약하면서 김현수는 거의 전력외 선수로 분류될 정도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적은 기회를 탓하기만도 무리가 있었다. 6월에는 21경기나 출전했음에도 2할1푼7리의 타율에 그쳤고 4월 홈런 이후 장타는 한 달에 한번 나오는 수준도 안됐다(5,6,7월 장타 2개). 워낙 들쭉날죽한 기회에 본인도 의기소침하고 타격감을 찾지 못했다 할지라도 51경기에서 기록한 타율(0.229)과 장타율(0.280)은 처참한 성적이었다.

그러다보니 WAR은 무려 -0.5까지 내려갔다. 주루나 수비에서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기에 사실상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없었다면 김현수는 마이너리그 강등을 당했어도 할 말이 없는 전반기였다.

▶황재균 : 고된 마이너생활 이기고 화려한 데뷔, 그러나…


10경기 타율 0.194 출루율 0.265 장타율 0.323 1홈런 3타점 1득점 WAR -0.1

참 고달팠다. 고된 마이너리그 생활을 3개월간 했고 그래도 팀이 승격을 시켜주지 않자 짐을 싸고 팀을 떠나려했다. 하지만 옵트아웃을 4일 앞두고 극적으로 승격했고 데뷔전에서 결승 홈런과 MVP에 선정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대타 2루타 등의 모습으로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안착을 하나 했지만 전반기 종료까지 계속 주어진 7경기 연속 선발에서 매우 부진하며 결국 1할9푼4리의 타율로 전반기를 마쳤다. 물론 표본도 적고 출전 경기수도 적기에 1할의 타율에 큰 신경을 쓸건 없지만 아직 주전 3루수 경쟁이 진행 중이기에 후반전 시작부터 맹활약이 필요하다.

▶최지만 : 승격 후 2G 연속 홈런, 그러나 불안한 입지


4경기 타율 0.182 출루율 0.308 장타율 0.727 2홈런 4타점 2득점 WAR 0.1

최지만 역시 3개월의 마이너리그 생활 후 작년에 이어 다시 메이저리그에 복귀했다. 박찬호에 이어 한국선수로서 두 번째로 양키스의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은 최지만은 복귀와 동시에 2경기 연속 홈런포를 뽑아내며 무려 9번 주인이 바뀐 양키스 1루수 자리를 꿰차나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존재감이나 중량감 면에서 ‘제국’ 양키스의 1루수 자리를 차지하기엔 부족함이 있는 것은 사실.

그러다보니 지속적으로 양키스는 1루수 보강을 노리고 있고 최지만 입장에서는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1루수 보강전에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줘야만 한다. 이번마저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간다면 앞으로 메이저리그 생활이 불투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릭 테임즈 : 코리안리거 주목도보다 더 컸던 ‘크낳괴’의 존재감


79경기 타율 0.248 출루율 0.374 장타율 0.562 23홈런 43타점 58득점 WAR 1.7

전반기 만에 기록한 23개의 홈런은 정말 ‘괴물’다웠다. 말도 안 되는 활약에 금지약물 검사의 표적이 됐고 그럼에도 OPS가 9할3푼6리에 달할 정도로 뛰어났다.

이러다보니 한국선수들보다 한국에서 더 주목 받았고 현지에서도 열풍을 일으켰다. 국내에서는 한국선수가 없음에도 ‘테임즈 출전’이라는 이름으로 생중계가 편성됐고 테임즈의 활약은 언론을 통해 크게 알려졌다. 마치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데뷔 초창기만큼의 주목도였다.

결국 테임즈는 전반기만에 WAR 1.7을 기록했고 이는 한국 메이저리그 6명의 WAR 전체를 합쳐도 높은(0.8) 수치였다. 비록 올스타에 뽑히지는 못했지만 테임즈는 분명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전반기 가장 인상적인 선수였다.

ⓒAFPBBNews = News1
-이재호의 스탯볼 :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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