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잠실실내=박대웅 기자] 역대 최고의 명승부였다. 결국 최후에 웃은 쪽은 KGC인삼공사였다.

KGC인삼공사는 2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17 KCC 프로농구 삼성과의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88-86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KGC인삼공사는 7전4선승제의 결승에서 4승2패를 기록해 2011~12시즌 이후 5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데 성공했다. 특히 당시에는 정규리그 2위에 그쳤다면 올시즌은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챔프전까지 석권하며 진정한 최강팀으로 우뚝 섰다.

이번 챔피언결정전 최고의 선수는 오세근으로 결정됐다. 오세근은 기자단 투표 총 87표 가운데 77표를 획득해 데이비드 사이먼, 이정현과의 경쟁에서 MVP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던 6차전이었다. 역전에 역전, 동점, 재역전이 수없이 반복됐으며 경기 종료 2초를 남기고서 결국 이정현의 손에서 우승팀이 최종 가려졌다. 그 어느 시즌의 챔피언결정전과 비교해도 단연 최고로 꼽힐 6차전 두 팀의 명승부를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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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 라커룸 : 양 팀 감독이 선수들에게 남긴 말은?

삼성 이상민 감독 : 수비보다는 공격적으로 갈 생각이다. 자주 변화를 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 물러설 곳이 없지 않겠나. 외곽 싸움에서 밀리는 것은 인정한다. 때문에 안쪽에서 파생되는 점을 원했는데 그동안 라틀리프에게 의존하는 것에 대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오늘은 나머지 선수들 역시 공격적으로 임하게 할 것이고 편히 경기를 하라고 했다. 크레익에게는 ‘너와 오세근의 싸움이 아닌 삼성과 KGC인삼공사의 싸움’임을 인지시켰다.

김승기 감독 : 테일러의 경우 팀에 독이 될 경우 빼주면 된다. 아직 패턴을 전혀 모르지만 수비를 몰고 다니며 기회를 만들 수 있고 1대1 역시 가능한 선수다. 2~3쿼터에 사이먼과 테일러가 역할을 해준다면 이정현과 오세근도 1, 4쿼터에 힘을 낼 수 있다. 오세근은 흉부 미세골절이 있지만 이겨야 한다는 각오를 가지고 있다. 양희종도 어깨와 발목, 사이먼 역시 발목이 좋지 않다. 선수들이 6차전에서 끝내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크지만 ‘빨리 이기려 하지 마라. 상대가 더 급하다’는 말을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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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1·2쿼터) : 라틀리프의 폭주와 히든카드 테일러

1쿼터 초반 주도권은 삼성이 가져갔다. 삼성은 공격적으로 임하겠다는 이상민 감독의 언급대로 라틀리프가 초반부터 맹렬하게 득점을 쌓아나갔고, 문태영과 김준일 역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제공권에서 확실히 우위를 점했을 뿐 아니라 집중력 있는 모습으로 경기에 임했다.

반면 KGC인삼공사는 초반 양희종이 3점슛 두 방을 기록했으며, 오세근 역시 골밑에서 맞붙을 놓으며 추격을 개시했다. 하지만 공격에서 풀어줘야 할 사이먼과 이정현의 야투 감각이 좋지 못했고, 1쿼터에만 실책 3개를 쏟아내는 등 급한 모습이 노출됐다. 이정현이 1쿼터 막판 단독 속공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이 24-19, 5점 차로 앞선 채 1쿼터를 마쳤다.

2쿼터 시작과 함께 KGC인삼공사가 새 외국인 선수 마이클 테일러를 투입시키며 반격을 준비했다. 삼성이 천기범과 문태영의 외곽포 등을 앞세워 좋은 기세를 계속 이어가는 듯 했지만 테일러 역시 날카로운 돌파 뿐 아니라 3점슛 능력까지 선보이며 KGC인삼공사의 추격 발판을 마련했다. 결국 KGC인삼공사는 2쿼터 4분49초를 남기고 사이먼의 중겨리슛으로 34-34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삼성이 작전 타임 후 라틀리프의 득점으로 다시 앞서나갔지만 KGC인삼공사의 기세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KGC인삼공사는 테일러가 환상적인 퍼스트 스텝으로 수비를 벗긴 뒤 레이업을 올려놔 재차 동점을 만든 뒤 양희종의 3점슛까지 터지면서 전반 4분 여 전 역전에 성공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삼성 역시 라틀리프가 전반에만 28점 7리바운드를 쓸어 담는 괴력을 이어갔고, 결국 양 팀은 전반까지 47-47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라틀리프의 28점은 역대 플레이오프 전반 최다 득점 기록이다. KGC인삼공사는 전반까지 오세근이 14점 5리바운드, 테일러가 11점 3리바운드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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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3·4쿼터) : 마지막까지 초접전, 마지막 해결사는 이정현

3쿼터에도 양 팀은 일진일퇴의 공방을 이어갔다. 삼성이 임동섭의 계속된 3점포로 분위기를 끌어올리면 KGC인삼공사 역시 양희종이 곧바로 응수를 했다. 또한 삼성이 다시 한 번 주희정의 바스켓 카운트와 3점슛으로 흐름을 챙기는 듯하자 KGC인삼공사도 사이먼과 테일러의 득점으로 응수했다.

결국 나란히 20점씩을 기록하며 3쿼터까지도 팽팽한 균형을 이어갔지만 4쿼터 시작과 함께 삼성이 매섭게 치고 나서기 시작했다. 라틀리프의 첫 득점으로 기분 좋게 포문을 연 삼성은 이후 김준일과 문태영까지 연속 득점을 기록하며 단숨에 6점 차로 달아났다.

KGC인삼공사가 작전 타임을 요청했지만 삼성은 이후에도 문태영이 또다시 득점에 성공했고, KGC인삼공사는 계속된 야투 불발에 이어 오세근이 실책을 범해 분위기가 차갑게 식었다.

그러나 KGC인삼공사의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 3쿼터까지 단 4점에 묶여있던 이정현이 위기의 순간 3점슛을 꽂아 넣어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고, 다음 공격에서 또다시 속공 득점을 추가해 양 팀의 격차는 다시 2점까지 좁혀졌다.

이번에는 삼성에서 작전 타임을 부른 가운데 이후 주희정이 돌파에 이은 레이업슛으로 다시 달아나는 듯 했지만 KGC인삼공사는 양희종의 3점슛에 이어 이정현이 바스켓 카운트를 얻어내며 경기 종료 4분을 남기고 또다시 78-77로 역전에 성공하는 기염을 토했다.

마지막까지 숨막히는 승부가 계속됐다. 라틀리프의 득점으로 삼성이 재역전을 이뤄냈지만 KGC인삼공사도 양희종이 3점슛을 기록했으며, 이후 라틀리프의 자유투로 2분33초를 남기고 81-81 동점이 이어졌다.

오세근과 김준일이 2점씩을 주고받은 이후에는 양 팀의 행보가 한 번 엇갈렸다. 라틀리프가 이정현의 공을 가로챈 뒤 문태영이 속공을 연결시켜 삼성이 또 한 번 승부를 뒤집었고, KGC인삼공사는 사이먼이 결정적인 순간 트레블링을 범해 또 한 번의 공격권을 잃었다.

하지만 반전의 연속이었다. 삼성 역시 문태영이 야투를 놓친 가운데 KGC인삼공사는 이후 이정현의 3점슛이 불발됐으나 양희종이 귀중한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냈으며, 이후 양희종은 사이먼의 패스를 이어받아 이날 본인의 8번째 3점슛을 폭발시켰다. 30.5초를 남기고 경기는 KGC인삼공사의 86-85 1점 차 리드.

삼성은 마지막 작전 타임 이후 임동섭의 3점슛이 문성곤의 블록에 막혔으나 사이먼의 손에 맞고 공이 아웃돼 안도의 한숨을 쓸어내렸다. 결국 문태영이 돌파 과정에서 반칙을 이끌어내 자유투를 얻어냈다.

여기서 삼성에 행운까지 찾아왔다. 문태영이 침착하게 성공시킨 1구와 달리 2구째는 림을 맞고 나왔지만 KGC인삼공사의 터치아웃으로 인정된 것. 하지만 삼성은 임동섭이 올려놓은 회심의 슛이 24초 바이얼레이션으로 노카운트가 됐으며, 5.7초의 시간이 KGC인삼공사에게 주어졌다.

결국 치열한 승부에 종지부를 찍은 선수는 이정현이었다. 이정현은 박재한으로부터 패스를 연결받은 뒤 탑에서 과감한 돌파를 시도했고,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발휘해 결국 득점을 기록, KGC인삼공사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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