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성태 기자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은 세계 어떤 팀과 맞붙어도 쉽게 지지 않았다. 강했다.

지난 2006년 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열렸을 때, 한국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박찬호를 시작으로 최희섭, 서재응, 김병현 등 이름만 들어도 걸출한 선수를 한 자리에 모았다.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우승은 실패했지만 미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4강에 입성, 한국 야구의 위상을 널리 알렸다.

2회 대회였던 2009년은 1회에 비해 해외파의 합류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메이저리거 추신수가 버티고 일본에서 뛰고 있던 '뱀직구' 임창용, 그리고 류현진, 김광현, 윤석민, 오승환까지 투수진은 화려했다.

성적은 더 좋았다. 일본에게 우승을 내줬지만 세계 2위라는 걸출한 성적을 내며 한국 야구의 위치를 세계 최고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이처럼 1, 2회 WBC를 통해 한국은 미국과 일본이라는 걸출한 야구 역사를 지닌 야구 강국을 단숨에 대등한 수준으로 따라잡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야구는 변수가 많은 스포츠다. 약팀이 언제든 강팀을 잡을 수 있다. 선수들의 정신력과 경기력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2013년 3회 대회였다. 해외파 선수는 일본 소프트 뱅크에서 뛰던 이대호가 유일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끌었던 대표팀은 상대를 만만하게 봤다. 네덜란드였다. 1라운드에서 0-5로 패하며 예선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셨다.

류중일 감독은 삼성 사령탑을 맡던 시절, 그때 이야기를 꺼내면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힘들었다는 말을 종종했다. 네덜란드전 패배 당시 쓰레기통을 발로 뻥 차버릴 정도로 류 감독이 화를 냈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이제 세계 최고의 야구 축제인 WBC가 4회를 맞는다. 대표팀은 지난 대회의 수모를 딛고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살리고자 전력을 다할 생각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선발 과정부터 난항을 겪은 대표팀이다.

김인식 감독이 다시 사령탑을 맡았지만 그의 부름에 응답한 선수는 많지 않았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대거 불참했다. 텍사스에서 뛰는 추신수는 부상으로 인해 팀에서 참가를 허락하지 않았다. 볼티모어 김현수는 2년차로서 주전경쟁에 돌입해야 하는 현실에 맞닥뜨리며 김인식 감독와의 전화 한 통으로 대표팀 불참을 알렸다.

LA 다저스 류현진과 미네소타 박병호 역시 부상으로 인해 낙마했다. 주전 유격수가 유력했던 피츠버그 강정호의 경우 서울 강남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키며 불명예스럽게 대표팀에서 제외했다. 김인식 감독은 고민 끝에 해외 원정도박 파문으로 우려를 자아냈던 세인트루이스 오승환을 대표팀에 합류시켰다.

해외파는 오승환이 유일했다. 그 외에도 대표팀 주전 선수였던 한화 정근우, 롯데 강민호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졌다. 첫 태극 마크를 가슴에 달고 뛰는 선수들이 대거 합류했지만 전력만 놓고 보면 역대 WBC 대표팀 가운데 가장 약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 2월 12일부터 23일까지 오키나와에서 대표팀의 훈련을 이끌었던 김인식 감독은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했지만 아직 선수들의 몸 상태가 완벽하게 올라온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목표는 당연히 1라운드 진출이다. 특히나 한국에서 치르는 첫 WBC 대회다보니 국내 팬들의 기대가 클 것으로 보인다.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번 대표팀에서 김인식 감독을 비롯한 선동열 코치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바로 마운드다. WBC 1라운드에서는 한 명의 투수가 65개 이상의 공을 던지지 못하는 특수한 룰이 있다. 다시 말해 선발로 나온 선수가 제 몫을 하지 못하면 빠른 타이망에 불펜 투수를 투입해야 한다.

좌완 선발 자원은 두산 장원준, KIA 양현종이 있지만 우완이 부족하다. 경찰청 야구단 소속인 이대은은 100%의 컨디션이 아니다. 삼성 우규민은 사이드암 투수로 제구에 능하지만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선동열 코치는 "선발의 뒤를 이어 LG 차우찬와 kt 장시환이 이번 1라운드에서 롱릴리프 자원으로 투입될 가능서이 크다"라며 두 선수가 이번 1라운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낼 것이라 보고 있다.

마무리는 오승환이 있기에 그 뒤를 받쳐주는 필승조 역시 두산 이현승과 삼성 심창민, 그리고 NC 원종현과 임창민이 거론되고 있다. 불펜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이번 대표팀 마운드다.

최형우. 스포츠코리아 제공
타선에서는 중심타선이 핵심이다. 6년 만에 일본과 미국을 거쳐 다시 롯데로 돌아온 이대호가 그 중심에 있다. 김 감독은 "4번 타자는 이대호가 들어갈 것 같다. 3번과 5번 자리는 최형우와 김태균으로 오고가며 타순을 채울 생각이다"라고 운용 방안을 밝혔다.

이대호 역시 "4번은 기회가 왔을 때, 쳐야 한다. 물론 성적에 대한 부담은 저나 형우, 태균이 같은 베테랑 선수가 책임진다"며 "후배 선수들은 이번 WBC가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이번 대회에 임하겠다"라고 각오를 드러냈다.

6일 제4회 WBC가 개막한다.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A조에 속한 한국 대표팀이 첫 경기를 치른다. 상대는 이스라엘과 네덜란드, 그리고 대만이다. 가장 난적으로 꼽히는 팀은 단연 네덜란드다.

예전 삼성에서 뛰던 릭 벤댄헐크가 에이스다. 이미 소속팀인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스프링캠프 훈련을 통해 시속 153km의 공을 뿌릴 정도로 컨디션이 올라왔다. 한국과의 경기에서 선발로 나올 가능성이 유력하다.

그 외에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보스턴의 산더르 보하르츠, 뉴욕 양키스의 흐레로리위스, LA 에인절스의 안드렐톤 시몬스, 볼티모어 요나탄 스호프까지 쟁쟁하다.

한국이 네덜란드의 벽을 넘더라도 이스라엘과 대만 역시 만만치 않다. 이스라엘의 경우, 3회 WBC에서 첫 본선 진출을 경험했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 대거 합류했다. 대만은 자국 리그 선수를 중심으로 선수단을 꾸렸지만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지바롯데 천관유, 세이부 궈쥔린, 라쿠텐 쑹자하오 등,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이스라엘(6일)을 시작으로 네덜란드(7일), 대만(9일)을 상대로 경기를 치르는 한국은 최소 2승을 거두고 조 2위 자리에 올라서야만 2라운드가 열리는 도쿄행 비행기에 탈 수 있다. 2013년 대회의 아픔을 뒤로 하고 1, 2회 WBC에서 보여준 한국 야구의 위상을 다시 한번 재현할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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