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준 칼럼 1편 : [강을준의 영웅본색]명가 삼성의 돌풍과 12월의 '니갱빛'

지난 7일 경기를 끝으로 2016~17 KCC 프로농구가 반환점을 지났다. 일정을 거듭할수록 선두권, 6강을 비롯한 각 구간마다의 순위 싸움도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현재의 순위 및 승률이 정규시즌 마지막까지 비슷하게 이어진다고 확신할 수 있는 팀은 없다. 4라운드 이후로는 어느 때보다 많은 변수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추락과 도약을 경험하게 될 팀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날 수 있다.

▶‘외국인 기용→쿼터 선택’ 새 제도 적극 활용할 팀은?

KBL은 지난해 9월 이사회를 통해 외국인 선수 기용에 변화를 주기로 결정했다. 3라운드까지는 1, 4쿼터에 외국인 선수 1명, 2, 3쿼터에는 2명을 동시 기용하는 방식이었지만 4라운드부터는 감독의 판단에 따라 탄력적인 운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4쿼터는 종전과 동일하게 1명의 외국인 선수만 뛸 수 있다. 그러나 1~3쿼터의 경우 자율적으로 두 쿼터는 2명, 한 쿼터는 1명을 선택할 수 있다. 즉 1·2쿼터, 1·3쿼터, 2·3쿼터 중 외국인 선수 2명을 투입할 시점을 매 경기마다 고르면 된다.

제도를 변경한 취지는 좋다고 생각한다. 운용의 묘를 살림으로서 다양한 변수를 만들어내고 감독들의 전략·전술 싸움이 좀 더 치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실질적으로 이같은 제도를 활용하는 감독이 아직까지는 없다. 14일까지 4라운드 총 13경기가 열리는 동안 단 한 팀도 1쿼터에 외국인 2명을 투입한 사례가 없었다.

4라운드부터는 외국인 선수의 출전 쿼터를 유동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 KBL 제공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감독들 역시 KBL의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는 부분이 있지만 매 경기 승리를 해야 하는 압박감에 놓여 있기 때문에 섣불리 모험을 하기가 쉽지 않다. 이미 익숙해진 기존의 틀을 스스로 깨고 새 모험이 실패했을 때 결국 모든 비난의 화살은 감독들에게 돌아온다.

1, 2쿼터에 모든 승부수를 던질 경우 점수 차를 벌리지 못한다면 후반 내내 외국인 선수 1명만 기용해야 하는데 이같은 선택은 위험부담이 크다. 1, 3쿼터에 2명의 외국인을 기용하는 방안도 마찬가지다. 1쿼터에 최소 12점 이상 리드를 하지 못할 경우 나머지 전반 10분 동안 계산이 서기 어렵고, 추격당하는 흐름에서 전반을 마친다면 후반 출발까지도 불안해질 수 있다.

그러나 때로는 과감한 승부도 필요하다. 정상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도전 정신을 가져야 한다. 상대에 대한 충분한 분석을 거쳐 각종 데이터를 출력하고 매치업을 고려하는 등 여러 준비를 갖춘다면 외국인 기용 쿼터에 변화를 주는 것도 긍정적인 시도가 될 수 있다.

국내 선수층이 풍부한 팀들이라면 때때로 초반에 외국인 2명을 투입해 승부를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누군가 변화에 대한 첫 시도를 하고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다면 일정을 거듭하면서 각 팀들이 바뀐 제도를 활용하는 빈도도 늘어날 여지는 충분하다.

덧붙여 4쿼터에는 외국인 1명만 뛰도록 못을 박아 놓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는 팬들도 있다. 4쿼터는 대비를 장식하는 순간으로서 준비한 모든 것을 쏟아내야 할 시기인데 외국인 1명만 뛸 경우 박진감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4쿼터 외국인 1명 출전 제한을 풀 경우 4라운드부터 변화된 제도를 활용하는 점에 있어서도 각 감독들의 선택 폭이 훨씬 넓어져 눈치 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

하지만 4쿼터에 외국인 1명 출전으로 고정 시킨 내막을 살펴볼 필요도 있다. 먼저 국제 경쟁력을 무시할 수 없다.

한국 대표팀이 이제는 아시아권 우승도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에서 외국인 의존도가 더욱 높아진다면 결정적인 순간 해결사 능력을 선보일 국내 선수들의 씨가 점차 마르게 된다. 아마추어 농구계에서 스타가 되고 싶은 유망주들의 꿈도 꺾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4라운드부터 도입된 탄력적 외국인 운용 제도는 몇 가지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KBL과 각 구단이 팬들을 위해 노력한 점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하다. 이제 좋은 취지를 더욱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모두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부상에서 돌아온 양동근과 데뷔전을 앞두고 있는 이종현. KBL 제공
▶ 돌아오는 부상자 및 상무 전역자

올시즌 각 팀의 순위는 부상자 발생 여부와 상당히 밀접한 관련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줄곧 선두권을 지켜온 삼성은 특별히 큰 부상자 없이 선수 관리가 잘 이뤄졌으며 반대로 최하위 kt는 외국인 선수 전체 1순위인 크리스 다니엘스가 시작부터 부상을 당하면서 구심점을 잃었다. 조성민을 비롯해 다른 선수들까지 줄부상을 당하면서 비시즌 동안 준비한 것들을 제대로 녹여내기 어려웠다.

이밖에 시즌 전 KCC와 SK가 하위권으로 밀려날 것으로 예상한 사람도 사실 많지 않았다. 결국 외국인 또는 국내 에이스가 빠진 팀들은 저마다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LG 감독 시절 나 역시 선수가 부상을 당하면 그날 밤은 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물론 여러 돌발 변수를 고려해 벤치 선수들도 훈련을 시켜놓지만 비시즌 훈련 과정을 떠올리며 누구에게 어떤 역할을 부여할지 고민하곤 했다.

선수들에게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도록 힘을 불어넣어 주지만 막막함을 느낀 것은 감독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부상자가 나온 가운데 지금껏 잘 버텨낸 팀들도 있다. 오리온은 애런 헤인즈가 부상으로 빠진 사이 이승현이 훌륭히 제 역할을 다해내며 상위권을 계속 유지했고, KCC도 안드레 에밋이 이탈하며 흔들리는 모습이 있었으나 벤치 멤버들이 살아나면서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양동근과 이종현 없이 5할 내외의 승률을 유지했던 모비스도 준비 과정이 좋았던 팀이다.

3라운드 후반부터 각 팀마다 부상자들이 서서히 복귀하기 시작했고, 4라운드 이후 돌아올 선수도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여기에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한 선수들까지 1월말 각 소속팀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저마다 전력이 크게 상승할 요인들이 있다.

먼저 모비스는 정신적 지주 양동근의 복귀만으로도 큰 힘을 얻은 상황이며 신인 이종현이 데뷔전을 앞두고 있다. 뛰어난 장신 포인트 가드로 성장한 이대성까지 상무에서 합류할 경우 단숨에 상위권 팀들을 위협할 수 있을 전망이다. 대권 도전도 충분히 노려볼만한 팀이다.

상무에서 전역을 앞둔 선수들이 시즌 막판 얼마나 큰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KBL 제공
KGC인삼공사는 이원대, 최현민이 합류한다면 기존에도 좋았던 선수층이 더욱 두터워질 것으로 보이며, 오리온도 헤인즈 가세로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확실한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동부는 박병우가 돌아오면 앞선의 숨통이 트일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LG는 팀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김시래가 복귀한다면 4라운드 후반부터 안정감을 찾을 가능성이 높고, 전자랜드(켈리, 차바위)와 KCC(에밋, 박경상)는 향후 공격력이 크게 올라올만한 팀들이다.

이 밖에 SK도 최부경이 합류하면 최준용과 더불어 더욱 단단한 포스트를 구축할 수 있으며, 변기훈까지 가세할 경우 더욱 단단한 팀을 만들 수 있다. kt는 올스타 휴식기 이후 ‘해결사’ 조성민 복귀에 희망을 걸고 있는데 다른 선수들의 심리적 안정까지 찾아주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김승원 역시 리온 윌리엄스의 체력 문제를 덜어줄 수 있는 골밑 요원이다.

하지만 선수들이 합류한다고 해서 반드시 전력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LG 감독 시절 나 역시 외국인 선수가 부상에서 복귀한 직후 초반 몇 경기는 고전한 경우가 많았다. 제 아무리 좋은 선수라도 기존의 자원들과 손발이 맞지 않으면 오히려 팀에 해가 될 수도 있다. 모든 스포츠가 결국 팀워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또한 시즌 후반으로 향해가는 시점에 추가적으로 부상자가 나오는 팀은 그야말로 너무나도 치명적인 상황에 놓이게 된다. 실제 지난 12일 오리온이 헤인즈 복귀전에서 이승현을 부상으로 잃어 비상이 걸렸다.

4라운드는 각 팀 에이스와 외국인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질 수 있는 시기이며, 힘이 빠졌을 때 부상 빈도도 당연히 높아진다. 서서히 승부수를 던져야 할 시점인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선수 운용에서도 가장 신중을 기해야 할 때다.

4라운드부터는 외국인 쿼터 제도의 변화 속에서 감독의 운용에 따라 분명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상무에서 제대한 선수 및 부상에서 회복된 선수들이 팀에 합류함으로서 반전을 기할 수 있다.

변화의 요소들을 활용해 하위팀은 그동안의 부진을 씻고 반격의 발판을 준비해야 하며, 상위팀은 정상을 계속해서 굳건하게 가져가기 위해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반환점을 돈 2016~17시즌 프로농구의 판도가 4라운드부터는 본격적으로 요동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강을준 농구 칼럼니스트/전 창원 LG 감독, 현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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