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7시즌이 개막한 이후 가장 놀라운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팀은 바로 서울 삼성이다. 삼성은 12월30일 kt전에서 구단 통산 500승의 금자탑을 쌓으면서 시즌 1위(18승6패)로 기분 좋게 2016년을 마쳤다.

사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삼성을 우승권으로까지 생각하지는 않았다. 4강에 합류하는 정도로만 예상하고 있었다. 기존 리카르도 라틀리프, 문태영, 김준일을 중심으로 하는 멤버는 좋았지만 김태술과 마이클 크레익의 경우 삼성에 처음 합류했기 때문에 검증이 되지 않은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태술과 크레익은 결과적으로 삼성의 대권 도전에 마지막 퍼즐이 됐고, 많은 이들의 예상을 넘어 정규시즌 반환점에 접어든 무렵까지도 1, 2위를 오르내리며 안정적인 전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강을준의 영웅본색] 첫 화에서는 삼성이 돌풍의 중심에 설 수 있었던 요인에 대해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최고의 공격력, 비결은 속공

삼성은 올시즌 평균 87.6점을 기록하며 전체 2위에 올라있다. 이는 지난해(78.3점)보다 9점 이상 증가한 모습이다.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속공을 꼽을 수 있다. 삼성은 경기당 속공 숫자에서도 7.5개를 기록하며 2위에 올라있는데 그 중심에는 김태술과 라틀리프가 있었다.

먼저 라틀리프는 기본적으로 골밑 수비가 좋을 뿐 아니라 아웃넘버 속공 상황에서 누구보다 잘 달려줄 수 있는 빅맨이다. 체력까지 워낙 좋기 때문에 상대팀 입장에서는 막기가 상당히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또한 라틀리프의 속공 능력을 최대치로 이끌어내는 선수가 바로 김태술이다. 김태술은 달리는 농구에 익숙한 선수로 올시즌에는 패스까지 살아나면서 본인이 추구하는 농구를 편하게 하고 있다. 김태술의 손에서 시작되는 송곳 패스가 삼성 속공의 출발점이라고 보면 된다. 김태술의 삼성행은 선수와 팀 모두가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윈윈(Win-Win)을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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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성도 만점

삼성은 2점슛 성공률 역시 55.3%로 전체 2위다. 이처럼 확률 높은 득점이 가능했던 이유는 앞서 언급한 속공의 증가를 꼽을 수 있다. 속공은 80~90%의 확률을 보장해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공격 방법이다. 당연히 효율성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또한 삼성은 페인트존에서의 득점 빈도 역시 상당히 높은 편인데 기존의 라틀리프에 크레익까지 가세하면서 두 외국인 선수가 골밑을 지배해준 덕에 이와 같은 성과를 남길 수 있었다.

2점슛 성공률이 높다보니 3점슛을 굳이 많이 던질 필요가 없는 팀이 삼성이다. 결국 감독 입장에서는 확률 높은 공격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라틀리프, 크레익, 문태영이라는 확실한 옵션이 있는 삼성으로서는 이같은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리바운드의 마진(리바운드 955개, 리바운드 허용 808개)에서도 나타나듯 삼성의 포스트가 워낙 좋기 때문에 상대팀에서는 변칙 수비를 자주 사용할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확실한 오픈 3점슛 기회가 생기는 경우도 늘어난다. 삼성이 3점슛 시도에서는 하위권에 놓여있지만 성공률만큼은 37.8%(2위)로 선두권을 형성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 밖에 기본적으로 골밑이 강하기 때문에 슈터들 역시 보다 편안한 마음 속에서 3점슛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이며, 임동섭이 평균 3점슛 2.24개(4위) 3점슛 성공률 38.52%(9위)를 기록하는 등 지난 시즌 이상의 성장을 이뤄낸 것도 고무적인 대목이다. 문태영 역시 데뷔 이후 처음으로 3점슛 평균 개수가 1개를 넘어섰는데 성공률은 무려 48.39%(1위)에 달한다.

이처럼 내외곽의 조화가 완벽하다는 사실이 여러 데이터에 녹아들어 있으며, 삼성은 높은 공격 효율성을 앞세워 좋은 성적을 이어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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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돌풍 요소와 마지막 숙제

김준일 역시 삼성에 큰 힘이 되어주고 있는 선수다. 물론 크레익의 합류로 플레잉 타임이 다소 줄어들면서 경기 감각 유지에 다소 어려움을 겪는 모습도 있었다. 하지만 일정을 거듭할수록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짧은 시간 내에 에너지를 뿜어내며 충실히 제 몫을 다해주고 있다.

이 밖에 삼성은 가드와 슈터, 포워드와 센터의 기본적인 조화 외에도 식스맨들의 기량까지 출중하다. 작전상 멤버 구성을 상대팀에 맞춰서 짤 수 있고, 여러 선수들을 고르게 활용하면서 체력적인 부담도 덜어낼 수 있다. 올시즌 각 팀마다 부상자 속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삼성은 적절한 출전 시간의 분배를 통해 주축 선수들의 큰 부상 없이 순항을 이어올 수 있었다.

또한 12월 중순에서야 비로소 첫 연패를 당했을 만큼 선수들이 패배 직후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 늘어난 홈 팬들의 뜨거운 성원을 등에 업고 안방에서 전승을 기록 중이라는 점도 상승세를 나타낼 수 있었던 숨은 힘이었다. 상대팀 입장에서는 삼성이 초반부터 선두권에 오르다보니 잠실실내체육관에 올 때마다 더욱 긴장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삼성도 선두 자리를 더욱 확실하게 지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약팀과의 승부조차 방심은 금물인데 종종 안일한 자세로 임하며 일격을 당하는 점이 다소 아쉽다. 시즌이 어느덧 중반에 돌입한 상황에서 치고 나갈 때에는 확실하게 달아나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삼성의 가장 큰 적은 내부에 위치한 ‘방심’이다.

▶ '니갱빛' 12월의 베스트5

감독 시절 작전타임 때 “니가 갱기(경기)를 망치고 있어”라는 말을 남겨 농구 팬들 사이에서 ‘니갱망’이라는 인터넷 용어가 떠돈 것을 나 역시 알고 있다. [강을준의 영웅본색]에서는 4주마다 매달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쳐 “니가 갱기를 빛내고 있어”라는 칭찬을 들어 마땅할 주인공들을 조명하는 시간을 가져볼 계획이다.

12월 한 달 동안 개인 기록, 팀 승리에 대한 공헌, 기록지에 드러나지 않는 숨은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오랜 고민 끝에 포지션별 베스트5와 키 식스맨을 선정했음을 밝힌다. (※물론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영웅은 벤치에서 동료가 뛰는 것을 열심히 응원해주는 선수들이다. 12명의 팀원들이 있기에 결국 베스트5도 존재할 수 있는 법이다. 베스트5는 벤치에 있는 동료들에게 절대로 고마움을 잊어서는 안 되며, 벤치 멤버들 역시 장차 [강을준의 영웅본색]에 자주 소개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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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포인트 가드 : 김태술(삼성)

12월 10경기 평균 7.9점 5.3어시스트(8위) 3.0리바운드 1.6스틸(11위)

김태술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프로에 들어온 이후 올시즌 리딩 가드로서 가장 안정적으로 자기 기량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연세대 시절에 했던 본인 특유의 농구를 자유자재로 해나가는 느낌이다. 물론 기록상으로는 11월까지의 성적(평균 10.0점 6.1어시스트 2.5리바운드 1.2스틸)에 비해 소폭 하락한 측면이 있지만 12월에도 김태술은 여전히 리그 최고의 포인트 가드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삼성이 전반적인 밸런스가 잡히면서 12월 한 달 동안 7승3패의 성적을 남길 수 있었던 데에는 김태술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본다. 코트 위의 가드는 군대에 비유할 경우 사령관이나 다름없다. 사령관이 굳건하게 팀을 지휘했기 때문에 삼성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2. 슈팅 가드 : 이정현(KGC인삼공사)

12월 10경기 평균 18.0점(국내 1위) 6.7어시스트(1위) 3.3리바운드 2.0스틸(4위) 3점슛 2.6개(3위)

이정현은 팀에 사익스가 있지만 슈팅 가드 뿐 아니라 포인트 가드 역할까지 두루 소화했다. 두 가지 역할을 병행하면서 국내 선수 중에서는 12월 한 달 간 가장 높은 득점까지 기록했다. 비록 28일 SK전에서 14경기 연속 이어왔던 두 자릿수 득점 행진이 중단됐지만 언제든 20점 이상을 기대해볼 수 있는 선수로까지 성장했다. 이는 외국인 선수와의 정면 대결이 가능한 수준이며, 에이스 칭호가 결코 아깝지 않다. KGC인삼공사가 상승세를 달릴 수 있었던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3. 스몰 포워드 : 전준범(모비스)

12월 11경기 평균 12.9점(국내 5위) 2.8리바운드 1.3어시스트 3점슛 3.46개(1위) 3점슛 성공률 52.1%(1위)

사실 10개 구단에 정통 3번을 맡을 수 있는 슈터가 많지는 않다. 가장 많은 고민을 했던 포지션인데 최종적으로는 전준범을 꼽았다. 어느덧 프로 4년 차를 맞이한 전준범은 유재학 감독의 혹독한 조련 속에서 매 시즌 놀라운 성장 곡선을 그려냈다. 어느덧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 잡았고, 많은 모비스 팬들 역시 그의 계속되는 성장에 높은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전준범은 지난 14일 전자랜드전에서 3점슛 7방을 꽂아 넣는 폭발력을 선보이며 본인의 한 경기 최다 기록을 수립했고, 17일 kt전에서는 5차례 3점슛 시도 가운데 4차례나 림을 가르는 정확도를 자랑하며 ‘해피 전준범 데이’를 보냈다. 12월 한 달 동안 보여준 3점슛 성공과 성공률은 경이적인 수준이다. 전준범보다 기록은 다소 떨어질 수 있으나 윤호영(동부), 임동섭(삼성) 역시 팀 승리에 공헌할 수 있는 방법을 제대로 보여준 선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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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파워 포워드 : 오세근(KGC인삼공사)

12월 10경기 평균 15.5점(국내 3위) 6.9리바운드(국내 3위) 4.2어시스트(10위) 1.8스틸(7위) 1.2블록

이정현이 득점과 리딩을 통해 KGC인삼공사의 상승세를 이끌었다면 골밑에서는 오세근의 존재감이 누구보다 눈부셨다. 오세근은 12월 한 달 동안 데이비드 사이먼과 함께 꾸준한 모습으로 골밑을 든든하게 지켜냈다. 단순히 빅맨으로서의 역할을 뿐 아니라 지난 7일 오리온전에서는 트리플 더블에 가까운 19점 10어시스트 9리바운드의 성적을 남겼고, 스틸과 블록의 기록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데뷔시즌에 보여줬던 임팩트를 서서히 되찾고 있는 모습이다. 그 외에는 이승현(오리온)이 외국인 빅맨을 책임지며 팀의 보배와도 같은 활약을 남겼고, 함지훈(모비스) 역시 다재다능한 활약을 선보였다. 그러나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오세근을 고민 끝에 12월의 파워 포워드로 선정했다.

5. 센터 : 찰스 로드(모비스)

12월 11경기 평균 28.1점(1위) 11.6리바운드(5위) 1.8어시스트 2.73블록(1위)

어느덧 6시즌 째 KBL 무대를 누비고 있는 로드는 과거 화려한 플레이로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한 반면 많은 감독들의 애를 태운 선수이기도 했다. 올해도 시즌 초반 몸이 확실하게 만들어지지 않은 모습으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일정을 거듭할수록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11일 KCC전 47점 16리바운드 3블록의 맹활약을 펼친 것을 시작으로 그는 6경기 연속 25점-10리바운드 이상을 기록하며 모비스의 반격을 이끌고 있다. 제임스 메이스(LG)도 개인 기록은 만만치 않았지만 팀을 승리로 이끄는 부분에서 살짝 아쉬움을 남겼고, 리카르도 라틀리프(삼성) 역시 듬직한 모습을 보였으나 로드의 개인 기록이 워낙 압도적이었다.

6. 식스맨 : 김지후(KCC)

12월 10경기 평균 15.7점(국내 2위) 1.5리바운드 0.5어시스트 1.2스틸 3점슛 2.5개(4위) 3점슛 성공률 43.9%(2위)

비록 가드 부문에서 이정현에 아쉽게 밀렸지만 김지후의 맹활약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결국 그를 번외로 식스맨 부문에 선정해봤다. 데뷔 시즌부터 슈팅 능력만큼은 인정받았던 김지후는 지난 시즌 부상으로 단 8경기에서 평균 2.1점을 기록하는데 그치며 여러모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올시즌 11월 후반부터 영점을 조준하기 시작하더니 12월 내내 누구보다 뜨거운 손맛을 보여줬다. 단순한 재능 뿐 아니라 피나는 노력이 더해진 가운데 포물선을 높이는 새로운 시도 역시 빛을 볼 수 있었다. KCC는 김지후의 이같은 맹활약을 통해 올시즌에도 슬로우 스타터로서 대반격을 준비해나가고 있다.

강을준 농구 칼럼니스트/前 창원 LG 감독, 現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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