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의 메이저리그 데뷔시즌은 분명 임팩트는 강했다.

하지만 적은 기회 속에 자연스레 뜨거운 타격감을 꾸준히 이어가지 못한 부분이 아쉬웠다. 플래툰 중에서 출전 기회가 적은 우타 플래툰에 한정되면서 이대호는 한정된 기회에 힘들어했고 결국 시즌 전체적으로 보면 평범한 1루수로 메이저리그 데뷔시즌을 마감했다.

기본연봉 100만달러, 인센티브 포함 최대 400만달러의 계약을 맺고 일본에서 미국행을 택한 이대호는 진정한 ‘도전’택했다. 일본에 잔류했다면 연봉 50억원 이상은 보장되는 상황이었지만 메이저리그행을 택하면서 약 1/5깎인 기본 연봉만 받아야했다. 이대호는 ‘도전’에만 초점을 맞춰 메이저리그행을 택했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스프링캠프에서 우타 플래툰 경쟁자였던 유망주 헤수스 몬테로와의 경쟁에서 승리한 후 기적같이 개막 25인 로스터에 포함됐다. 그러나 우타 플래툰에 한정된 기회 속에 힘들어했다. 물론 나올때마다 결정적 한방을 때려주며 임팩트를 남겼지만 시즌 막판 부진으로 마이너리그까지 갔다와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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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 복귀 후에는 잠시 잘했지만 끝내 애덤 린드와의 주전경쟁을 이기지 못하고 올 시즌을 104경기 75경기 선발 292타수 타율 2할5푼3리, 출루율 3할1푼2리, 장타율 4할2푼8리 14홈런 49타점으로 올 시즌을 마쳤다.

▶‘WAR 0.3, 조정 OPS 102’ 평범한 타자였던 이대호

기록으로만 따져보자. 이대호는 WAR(대체선수 이상의 승수)에서 0.3을 기록했다. 이는 300타석 이상 나온 메이저리그 42명의 1루수 중 32위에 해당한다. WAR 0이 트리플A와 메이저리그 수준의 중간정도로 대체가능한 선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대호는 대체선수의 기준보다 아주 약간 나은 수준이며 300타석 이상 나온 1루수 중에서 하위권임을 기록이 말하고 있다.

또한 구장, 리그상황 등을 모두 보정한 조정 OPS(OPS+)에서도 102를 기록했다. 조정 OPS의 기준이 100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대호는 딱 메이저리그 기준이 되는 평범한 타격을 한 셈이다. 조정 득점생산력 wRC+(Weighted Runs Created+ ·구장 특성과 리그 수준 등의 변수까지 고려해 타자의 득점 생산력을 계산한 것)에서도 102를 기록, 리그 평균인 97보다 약간 나았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모든 타자들의 평균 타격이 타율 2할5푼5리, 출루율 3할2푼2리, 장타율 4할1푼7리인데 이대호의 성적과 거의 똑같다는 점에서 이대호는 딱 메이저리그 평균 수준의 타격을 한 것이 이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이대호는 ‘2016 메이저리그 타자 평균의 예’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딱 기준점의 선수였다. 문제는 이대호의 포지션인 1루수는 타포지션에 비해 타격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는 곳이라는 점이었다.

이대호 : 타율 0.253 출루율 0.312 장타율 0.428 OPS 0.740 OPS+ 102 wRC+ 102
2016 ML : 타율 0.255 출루율 0.322 장타율 0.417 OPS 0.739 OPS+ 100 wRC+97

▶인상적인 대타·득점권 기록… 아쉬운 후반기 성적

이대호의 세부지표 중 인상적인 부분은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홈구장인 세이프코 필드에서 상당히 높은 타격지표를 보인 점과 득점권에서 클러치 히터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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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의 홈구장인 세이프코 필드는 투수친화구장으로 유명하다. 즉 타자에게는 쉽지 않은 구장. 하지만 이대호는 홈구장 56경기에서 타율 2할6푼5리에 출루율 3할3푼5리, 장타율 4할5푼5리로 원정경기 성적(타율 0.239 출루율 0.286 장타율 0.399)보다 월등히 나은 성적을 보였다.

또한 득점권(RISP)에서 78타석에 들어서 2할7푼5리의 타율에 출루율 3할5푼9리 장타율 5할2푼2리의 평소보다 훨씬 뛰어난 기록으로 득점권에서 월등했다. 또한 동점상황에서 3할1푼5리의 타율에 장타율이 5할4푼8리나 되며 중요한 순간에 한방을 가졌음을 기록으로도 보여줬다.

그리고 대타로 나선 25번의 기회에서 무려 3할4리의 타율에 장타율이 5할6푼5리나 되면서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기도 했다. 이대호가 대타로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 팀의 중요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대타 성적이 곧 득점권 호성적과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다.

1루 수비력에서도 의외로 선방했다. 수비 WAR에서 -3.6를 기록했는데 이는 300타석 이상 나온 42명의 1루수 중 9위에 해당하는 높은 성적. UZR/150(150경기에 출전했다고 가정했을 때 평균 수준 선수보다 얼마나 실점을 막아냈나를 보여주는 지표)에서도 6.0으로 42명 중 4위에 올랐다.

그러나 문제점도 노출했다. 전반기(64경기 타율 0.288 출루율 0.330 장타율 0.514)에 비해 후반기의 현저하게 떨어진 성적(타율 0.200 출루율 0.287 장타율 0.296)으로 인해 과연 후반기 부진이 체력적 이유인지, 아니면 전반기만에 이대호의 장점이 간파당한 것인지 우려를 자아낸다.

그리고 5번타순에서는 1할8푼8리의 타율인데 6번타자로서는 3할6리의 타율이라는 극명한 대비를 보이며 좀 더 중요한 역할이 주어졌을 때 부진한 아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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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1루수로 남은 이대호, 내년 더 나은 대우 가능할까

결국 결론적으로 말하면 기록적으로 이대호는 딱 100만달러+ 정도의 활약을 한 평범한 타자였다. 수비에서는 1루수치고 나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두드러지지도 않았다. 모든 것을 종합한 WAR 0.3이 이대호의 올 시즌 활약을 말해준다.

물론 이대호도 변명거리는 있다. 플래툰 시스템으로 인해 타격감이 좋을 때 그 흐름을 잇지 못했고 이런 상황이 이어지다보니 결국 마이너 강등까지 당하는 아쉬운 마무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변명이 아닌 실력만이 통용되는 곳이다. 그렇다면 내년 이대호의 전망은 어떨까.

그리 밝지는 않다. 물론 이대호가 적은 기회에도 나름의 활약을 한 것은 인정 받을순 있지만 빅리그 주전 1루수를 보장하는 계약을 안길 팀은 사실상 전무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내년이면 이대호는 노장이라고 볼 수 있는 35세다. 물론 내년은 올해 시작보다는 나은 25인 로스터 보장정도는 받을 수 있을지라도 그 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실력이 월등하지 않는 이상 1루수라는 포지션의 특성상 언제나 팀내 노장 고액연봉자나 수비가 안되는 유망주들에게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대호 역시 시즌 후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기회와 대우를 보장해주는 팀을 가고 싶다”고 했다. 시애틀에 남아도 더 나은 대우를 받기는 힘들어 보이는 현 상황에서 내년에도 계속 메이저리그에 도전할지는 국내 혹은 일본에서 더 나은 대우가 보장된 이대호의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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