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각자가 모두 다른 사정이 있지만, 모든 것은 하나로 통한다. 바로 '성적'이다. 성적을 챙기지 못한 감독이 있을 곳은 없다. 팀이 잘나가면 최고의 대우를 받고 영웅이 된다. 하지만 반대의 상황이 되면 순식간에 역적이 된다. 감독이란 바로 그런 자리다.

올해로 계약 만료를 앞둔 감독은 모두 4명이다. NC 김경문 감독, SK 김용희 감독, 삼성 류중일 감독, kt 조범현 감독이다. 얼마전까지는 한 명이 더 있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었다. 하지만 두산은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에 김태형 감독과 3년 재계약을 발표했다. 14년 만에 우승을 안겨준 초보 감독을 향한 두산의 '보은'이었다.

올해도 꾸준히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두산이다. 발 빠르게 재계약을 안겨주는 것으로 김태형 감독에게 신뢰를 보여주고 힘을 실어줘 2년 연속 우승을 노리겠다는 의도다. 자연스레 올해까지 계약이 만료되는 다른 감독들에게 시선이 모아질 수 밖에 없다.

더욱 관심을 끄는 이유는 사령탑마다 상황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성적은 공통 분모지만, 어느 정도의 성적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내년에도 사령탑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느냐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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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없는 KBO리그 최고의 명장…'하지만 우승은 없었다'

지난 2013시즌, 아기 공룡이었던 NC가 새롭게 합류했다.그로부터 4년 후, NC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그 중심에는 단연 김경문 감독이 있었다. 팀을 하나로 묶고 단시간에 NC를 거대 공룡구단으로 만들었다.

구단 2년차인 2014시즌에 곧바로 가을야구에 입성했고, 작년에도 플레이오프를 치렀다. 2년 연속 가을야구를 치른 NC는 우승 만이 남은 과제다. 팀 역시 과감하게 배팅했다. 올해 4년 96억이라는 거금을 주고 3루수 박석민을 데려왔다.

김경문 감독은 리그 최강인 나성범-테임즈-박석민-이호준 라인업을 앞세워 팀을 이끌고 있다. 정규시즌 성적 역시 2위를 달리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미 가을야구 단골이 된 NC다. 김경문 감독이 명장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목표는 우승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아직 우승 경험이 없다. 두산 시절을 포함, 수 차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김 감독 본인도 올해 NC의 전력은 '우승후보'라고 판단하고 있다.

가을야구 경험도 이제는 팀에 새겨진 상황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후반기가 시작되자마자 4년 만에 터진 승부조작으로 인해 팀 분위기는 좋지 않다. 지금의 난관을 뚫고 우승을 차지해야 김경문 감독의 2017시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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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가을을 원하는 SK…'가을에 또 야구하고 싶어요'

지난 시즌, 치열했던 5위 경쟁에서 한발 앞서며 겨우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SK다. 하지만 단 하루였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넥센에게 덜미를 잡히며 조용히 시즌을 접었다. 팀이 원하는 것은 최소 가을야구다. 올해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이 김용희 감독의 마지노선이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1위 두산부터 2위 NC, 3위 넥센까지는 이미 단단한 벽이다. 위보다 아래를 더 신경써야 하는 4위다. 그도 그럴것이 5위 롯데와의 승차는 2.5경기, 6위 KIA와도 3.5경기에 지나지 않는다. 넥센과의 승차가 5.5경기인 것을 감안하면 결코 쉽지 않다.

김용희 감독은 정의윤-최승준을 앞세운 '홈런'이라는 확실한 팀 컬러를 구축했다. 올해 기록한 21경기 연속 팀 홈런은 KBO리그 최다로 남게 됐다. 하지만 SK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 피땀을 흘려야 한다. 김용희 감독의 쉽지 않는 한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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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삼성이 10위를 했다고? 그게 말이 되나?

KBO리그의 가장 '핫'한 전반기 소식 중 하나는 삼성의 10위 추락이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을 간다고 했지만 삼성은 부자 중의 부자임에도 1년을 채 못 갔다. 4년 연속 통합 우승에 5년 연속 리그 우승을 차지한 팀이라고 보기엔 민망했다.

류중일 감독의 속이 타들어가는 것도 사실이다.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삼성은 더이상 '1등'을 원하지 않는다. 제일기획으로 구단 경영권이 넘어간 뒤 성적이 아닌 성과를 중요시 했다. 외인 투자에도 짜디짠 행보가 이어졌고, 나바로와 박석민이 떠났다.

도박 3인방 중 한 명인 임창용은 KIA로 갔고 안지만과 윤성환은 제 몫을 해주지 못했다. 게다가 부상선수가 속출하면서 팀 운용 자체에 문제가 생겼다. 그렇게 삼성은 추락에 추락을 거듭했고 지난 11일 한화에게 패하며 최하위가 됐다. 1982년 KBO리그가 태동한 이래로 80경기 이상 치른 상황에서 삼성의 꼴찌는 올해가 처음이었다.

류중일 감독에게 목표 순위는 이제 의미가 없다. 일단 무조건 올라가고 봐야 한다. 또한 도박혐의로 어설프게 팀에 남아있던 안지만도 이제 계약해지를 통해 팀을 떠난 상황이다. 전력은 더욱 약해졌지만 중위권 이상의 도약이 없다면 '푸른 피의 심장' 류중일 감독의 2017시즌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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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보다 선수 관리가 우선…막내는 사고뭉치?!

작년에 KBO리그 10번째 구단으로 합류한 kt다. 조범현 감독의 지도력 하에 kt는 나름의 성장을 거듭했다. 작년에는 꼴찌, 올해도 비슷한 양상이지만, 팀 전력이 좋아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kt는 다른 것이 말썽이다.

시즌 초반, 오정복이 음주운전 파문으로 인해 팀에 제대로 먹칠했다. 10경기 출전 정지에 벌금 300만원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일부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진짜 솜방망이는 따로 있었다. 바로 포수 장성우였다.

지난 시즌, 그는 전 여자친구와 주고 받았던 메시지가 SNS에 공개가 되면서 철퇴를 맞았다. 그 중에는 감독은 물론이거니와 선배 선수, 그리고 치어리더에 대한 모욕적인 내용이 담겨있었다. 결국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했고 벌금 7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물론 KBO와 구단 역시 자체적으로 징계를 내렸지만 가벼웠다. 팬들의 시선은 여전히 차가운 상황이다. 게다가 베테랑 타자인 김상현마저 예상치 못한 사고를 쳤다. 지난 6월 그는 지나가던 여대생의 신고로 인해 경찰에 조사를 받았고, 차량 안에서 자위행위를 한 그는 '음란공연죄'로 불구속 입건됐다.

게다가 실명이 거론되면서 사태는 더욱 커졌다. 그 와중에 지난 12일 넥센전에서 선발로 출전했던 김상현은 4회 교체됐고, 다음날 조범현 감독은 "할 말이 없다. 책임을 통감한다"라고 무겁게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kt는 김상현을 임의탈퇴 시켰다.

팀 분위기는 다시 가라앉았고, 순위도 꼴찌로 추락했다. 선수단 관리도 현장을 책임지는 감독의 영향 하에 있는 부분이다. 야구가 아닌 다른 부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조범현 감독의 내년 시즌은 아직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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